비도 없는 풍랑이 연이어지면, 남향 사람들은 수신의 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수신의 첩이라는 이름의 산제물을 바쳤다. 이번 산제물인 '막내'가 눈을 떴을 때는, 아름다운 수궁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왜 원망하지 않느냐.” “원망스럽지 않으니까요.” “왜 나를 원망하지 않아, 왜…….” 차라리 한바탕 울면서 욕이라도 해주면 덜 괴로울 것만 같았다. 쥐어짜내듯 목소리를 토해내는 윤의 이마에, 연이 톡 하고 가볍게 손가락을 얹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