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결혼하시죠.” 열락에 젖었던 지난밤 이후, 스스로 저에게 다시 찾아온 여자. 호텔의 낮은 조도 아래 드러나던 탐스럽고 눈부신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차분하고 사무적인 수정의 모습엔 어딘가 모르게 특유의 총명함이 있었다. “아버지는 저를 도움되는 집안에 정략결혼 시키고 싶어 하세요.” “그래서 나랑 결혼을 하겠다고요?” “정확히는 그런 척만 하겠다는 거예요.” 욕망을 채우기 위한 관계로 시작했지만, 진욱은 생각이 바뀌었다. “왜 하필 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