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은 여자가 무엇이라고 간혹 경멸스러울 정도로 야유를 해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광하였다. 이유도 불분명한 채 포악을 떨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가 돼서야. 그때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바닥에 두었던 시선을 천천히 들어 올려 광하는 저를 안쓰럽게 바라보곤 했다. 늘 존칭어를 잊지 않던 광하에게 그런 날은 어김없이 들어보던 말, 밀어내려던 저를 한없이 작아지게 하는 말. ‘녹연아…….’ 순간 그 달콤한 단어에 몸 전체가 녹아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