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서 책 속에 빙의했다. 최종 악역의 시중을 드는 비중 없는 인간 아이로. 인간을 혐오해서 찢어발겨 버리는 잔혹한 성정의 주인님.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보다 다정한 것 같기도 하다. * * * 머리 위로 커다란 무언가가 올려졌다. 그것은 날카로운 손톱도, 차가운 금속 덩어리도 아니었다. 그의 손바닥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눈만 끔벅이고 있자, “악몽이라도 꾼 것이냐.” 이게 무슨 말이지? 그때 입술에서 따끔함이 느껴졌다. 비릿한 혈 향도.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