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뇽
텐북
4.1(732)
“아저씨는 누구예요?” “겨울의 귀신이지.” 해마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사내가 있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이 사내는 어딘가 이상했다. 눈은 왼쪽밖에 없었고, 속눈썹은 서리가 앉은 것처럼 새햐얗다. 이 사내는 꼭 밤에 내리는 눈 같았다. “그냥 저를 데려가주시면 안 되나요?”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사내를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봄이 되면 겨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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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핑크
에이블
4.4(1,064)
그는 이렇게 강인하고 아름다운데. 그의 지난날은 자신이 겪은 시간들보다 더 어둡고 독하다. 레나는 가만히 숨을 멈추고 그 상흔에 입을 대어보았다. 코끝으로 혁의 살결에서 은은한 삼나무 향이 맡아졌다. 후각을 파고드는 그 느낌이 떨림이 레나의 닫힌 내부를 모두 열어젖혔다. 사방 일 미터 남짓의 크지 않은 샤워부스 내부는 금세 희뿌옇게, 뜨거운 물줄기와 그들이 내뿜는 숨결이 빚어낸 안개의 아우라로 가득해졌다. “나를 가져요. 들어와요, 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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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수
도서출판 윤송
3.5(382)
“조건은 간단합니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 이곳으로 와 육체적인 관계를 나누면 됩니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작게 흔들렸다. 10억이라는 금액에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다. 사랑 없이도 육체적 관계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어리지 않았고, 돈이 절실했다. “단, 염두에 두어야 할 특별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격앙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은 나누되,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사랑에 빠진 순간, 이 계약은 파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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