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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권완결
4.6(164)
새엄마의 장례식장에서 했던 약속은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아니, 당장 잡아 보라면 잡을 수도 있을 만큼 현재와 같았다. “내가 네 보호자가 되어 줄게.” 그는 그렇게 내게 약속했었다. “불행한 관계가 아니라, 완전한 관계로.” “그럼 이번엔, ……우수아가 될 차례인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아니, 넌 변함없이 박수아로 살면 돼.” 오빠가 손을 뻗어왔다. 팔뚝을 감싼 그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해서, 그대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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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46)
일찍이 여읜 어머니, 삶을 놓아 버린 아버지로 인해 늘 혼자였던 어린 강은은 아버지가 데려온 여인의 아들 시헌과 함께 살게 된 것이 마냥 좋았다. 챙겨 줄 수 있는 동생이 생겨서, 제 얘기에 귀 기울이는 존재가 생겨서. 팍팍한 현실이었지만 누나와 동생으로 서로 의지한 채 열심히 살아 내던 어느 날 끝을 모르고 다가온 불행은 결국 그들을 떨어트리고 만다. [어떻게든 살아. 내가 찾아낼 테니까.] [……시헌아.] [살아. 살아만 있어. 제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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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2)
1659년 기해년, 왕에게 내 몸을 바친 해였다. 다 죽어가는 껍데기에 당하는 기분이라니. 그 소감을 일기에 남겼다. 평범한 궁녀인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냥 의무처럼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그러다 나처럼 의무인 듯 일기를 쓴, 이전의 방주인의 일기를 발견했다. 이 자리와 일기, 그리고 기억과 이름이 모두 내 것임을 깨달았을 당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인 미친 궁녀로 남았다. 모든 일기의 흔적은 마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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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8)
※ 이 소설은 가상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여름 밤바람의 상큼한 냄새와 함께 들어선 이가 옆에 나란히 눕는 동안 그녀 가슴은 터질 것만 같이 부풀어 올랐다. 참으로 익숙한 냄새. 깊은 곳의 욕망을 끌어올리는 아득한 내음이 방안에 가득 찼다. 겁에 잔뜩 질린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이불 끝자락을 힘주어 꽉 움켜잡았다. 이제 더는 뿌리칠 자신이 없었다. 한동안 곁에 누운 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런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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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8)
“제국과 신성국의 협약을 근본부터 흔들리게 할 악한 무리가 있으니, 바로 센 공작이 반역을 모의하고 있다!” 그때 이 신탁이 거짓임을 알리지 못했던 것을, 미사는 평생토록 후회했다. 자신의 손으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진창으로 빠뜨려야 했던 날은 영영 끝나지 않을 악몽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세간에선 10년 전의 신탁이 정녕 진실이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생겨났다. 모든 비난의 화살은 필연적으로 성녀에게 돌아왔으나, 제 손으로 내쳐 버린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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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3)
없어서는 안 될 존재, 흔들리는 나를 정의로 이끌어 주는 양심의 온상. 그것을 태양으로 칭할 수 있다면, 에게이타의 왕자 이노테세우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유리에데가 그의 태양이었다.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그러니?” “……예쁘고, 착해.” 서대륙의 가장 끝에 있는 온화한 나라 에게이타의 유리에데, 그녀는 찬양하는 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의 공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노테세우스 왕자의 유일한 구원이기도 하다. 어릴 적 운명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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