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눈을 멀게 만든 한 여자가 있었다. 눈이 멀고 마음이 멀어,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해버린 유일한 그녀. 안고 싶어서 안았고, 그게 너무 좋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지독한 욕망에 그는 고스란히 사로잡혀 허우적댔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놓아버리고, 손을 뻗어 만지고, 끌어안고, 탐하고, 끓어오르는 갈증을 잠재우려 다시 찾고, 부르고, ……너를. 오직 너만을. 끔찍하게도. 그런 그녀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