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남자, 백유완. 사고 이후로 더 이상 만족스러운 연주를 할 수 없는 그는 어느 날 밤, 제 모든 걸 모조리 잡아먹을 여자를 만났다.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술 칼럼니스트인 여자, 영해주. 무례와 나태가 예술이라는 번듯한 이름으로 둔갑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여자는 차라리 스스로가 파괴되길 원했다. “나, 너 때문에 진짜 돌아 버릴 것 같아.” 어떤 강렬한 예감이 백유완의 뇌리를 스쳤다. 검고 푸른 눈동자에 수심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