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텐북
4.3(752)
첫 만남부터 거슬렸다. 죽은 형과 묘하게 비슷한 유세영이라는 여자의 행동거지를 유심히 관찰하던 어느 날, 그녀가 난데없이 입술을 붙여 왔다. 싸구려같이. 역겨워야 마땅한데, 퀴퀴한 먼지 속에 갇힌 바람에 현실 감각이 마비되기라도 한 모양일까. 축축한 살덩이가 끝없이 제 잇속을 헤집어 댈 때마다 인한의 이성은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천박하게 몸을 놀려.” 괴죄죄하지도, 숫되지도 않은 유세영이라는 참한 먹잇감을 앞에 두고 인한은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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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뇽
4.1(733)
“아저씨는 누구예요?” “겨울의 귀신이지.” 해마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사내가 있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이 사내는 어딘가 이상했다. 눈은 왼쪽밖에 없었고, 속눈썹은 서리가 앉은 것처럼 새햐얗다. 이 사내는 꼭 밤에 내리는 눈 같았다. “그냥 저를 데려가주시면 안 되나요?”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사내를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봄이 되면 겨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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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3.9(608)
다섯 번이나 혼인에 실패한 처녀 송여희. 그리고 네 번째 신부마저 달아난 사내 하무진. 이들이 자꾸만 혼인에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궁합이 맞지 않아서 그래, 궁합이.” 나라 제일의 점쟁이 저승할미는 자꾸만 혼인에 실패하는 자식 때문에 찾아온 이들에게 그렇게 경고한다. 음의 기운을 강하게 타고 나 신랑 될 사람이 죽거나 병들어버리는 송여희. 양의 기운이 너무 강해 신붓감만 정하면 사달이 일어나고야 마는 사내 하무진. 그들은 세상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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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양
블라썸
4.1(690)
나무가 너무나도 빽빽해 햇빛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검은 숲에는 인간을 싫어하는 마녀가 홀로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성맞은 어느 겨울, 운명은 돌연 그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으아아앙.” 검은 숲에서 들릴 리가 없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만 것입니다. 하나, 마녀가 인간의 아이를 거두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어쩐지 그 아이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어휴. 어휴. 정말 귀찮아.’ 마녀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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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니
나인
3.8(679)
“손만 잡고 잘게.” 속살거리는 말에 그녀가 몸을 움찔 떨었다. “나 못 믿어?” 내뱉은 말에도, 도영의 얼굴에도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열에 들뜬 심장은 마구잡이로 뛰고 있었다. “얼른 눈 감아.” 그윽한 목소리에 억지로 눈을 감았다. 한데 귓가를 채우는 도영의 간지러운 숨소리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이 샘솟았다. 눈을 뜨고 싶다. 도영을 바라보고 싶다. 만지고 싶고 입 맞추고 싶다. 하지만 눈을 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