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심연은 사람을 질식하게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득한 깊이를 헤어나올 수 없다. 한 사람을 사랑했던 까닭에 그 아득한 심연에 갇힌 채 살아야 했던 여자, 마리. 그런 그녀에게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지만,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별일 아니에요, 그래서 연락 안 한 거고.” “별일이든 아니든 설명부터 해.”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보다, 그렇게 믿어주면 안 돼요?” 이런 순간마다 현민은 실감한다. 자신이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