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려고? 어디로?” 진언은 음성도 다정했다. 눈을 감고 듣는다면 저도 모르게 빙긋 웃으며 대답하고 싶어질 만큼. “말해 봐. 원하는 곳이 있으면 데려다줄 수도 있어.” 진언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스몄다.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유였지만, 사유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단목진언이다. 그녀가 알던 그가 아니라 원래의 그는 이런 사람이다. 누구도, 무엇도 이 남자의 마음을 동요시킬 수 없는 철벽같은 사내. 사유는 그의 얼굴을 노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