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시작은 ‘시험을 망쳐서’였다. 뇌는 말을 듣지 않았고, 위장은 격동했다. 유온이 세혁을 집에 데려간 건, 어쩔 수 없어서였다. 거기서 사고가 날 줄 누가 알았을까. 한국대학교 의과대학의 스타, 본과 2학년 이세혁. 이세혁이 부럽기만 했다. 술기운이지, 그래서 투정을 부렸다. 그 투정에 함께 밤을 보내는 건 없었다. 그 한여름 밤의 실수가, 그를 꼬여내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있잖아요.” “뭐.” “나도 그 생각했어.” “무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