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어요, 할머니가 많이 아파요.” 그래서 그 집이 필요했다. 등나무 꽃이 길게 늘어져 있고 연둣빛 새순이 골짜기마다 피어난 푸른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고택. 순애가 평생을 일군 차밭은 잃었지만 마지막 안식처가 될 옛집만은 되찾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 남자가 여기에 있는 걸까. “그래, 딱하네.”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서밤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데 나도 있어, 그 사정.” “…….” “골프장 지을 거야, 거기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