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율
동아
3.3(27)
……그 사람이었다. 결혼식장에서 그녀의 도주하던 장면을 목격했던 그 남자. 겨우 도망간 곳에서 다시 마주한 남자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저랑……, 잘래요?” 술기운을 핑계 삼아 유혹했다.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강압에 의해 결혼식장으로 내몰렸던 안쓰러운 그녀의 인생에 그는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그는 대답처럼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으며 거칠게 휘저었다. “키스도 서툴면서…… 나랑 그걸 하자고?” 그와 나눈 키스는 황홀했다.
소장 4,000원
윤재하
에버코인-오후
4.0(9)
모두 바빠 보이는 평일 오후의 느긋한 산책. 어쩐지 불온한 것 같은 그 일은 요우에게 새로이 생긴 취미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만도 않음을 확인받는 길 위에서, 비와 닮은 그를 만났다. “안 그쳤으면 좋겠다.” 비처럼 요우를 껴안는 말. 순간, 비꽃이 바닥을 물들이듯 가슴에 귤색 물감이 번졌다. “맞으면 젖겠네요. 그런데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네…….” 오늘은, 매우 짧지만 누군가를 흠뻑 적신 ‘이상한 여우, 비’가 내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