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조는 그녀를 더욱 모질게 몰아세웠다. “자존심이 없나?” 하던 말을 멈춘 문지담의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차갑고 무정하고 오만한 이. 그녀는 저를 경멸하는 사내의 얼굴을 더는 올려다보지 않고 고개를 떨구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대답에 신우조가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아직 남아 있었나 봅니다.” 문지담은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갔다. 기분 탓일까? 버림받은 여인의 땅을 딛는 걸음에서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