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서
밀리오리지널
3.7(14)
“살려 달라고 하여라.” 턱을 쥔 무륜의 악력이 세졌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턱이 비틀린 여운은 눈을 감은 채로 무륜이 원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살려 주십시오.” “용서해 달라고 해.” “용서해 주십시오.” “재미있구나. 이리 말을 잘 듣는 계집이었나? 비굴하기 그지없는 이 계집을 내가 그리 아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그래, 많이 아꼈어. 보는 것도 아까울 지경이었지.” “…….” 조롱이 그득하던 무륜의 목소리가 말끝에 더욱 비릿해졌다.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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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시계토끼
4.2(82)
로렌드 백작가의 영애 라델리아는 대공저의 아들 엔디온과 정략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엔디온은 날 때부터 허약했지만, 어린 라델리아는 예쁘고 다정한 그가 좋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엔디온은 신의 아들로 발현하게 되고, 신에게 자신을 바친 그는 신전으로 들어간다. 여자도, 결혼도 없는 삶으로. 한순간 사랑하는 이를 잃은 라델리아는 13년간 그를 그리워하면서 자라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이제는 황태자의 약혼자가 되었지만, 앤디온을 잊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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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삭쏘삭
라떼북
4.2(816)
가난이 치덕치덕 붙은 달동네에 어느 날 뚝, 떨어진 남자아이가 있었다. 언젠가 전단지에서 봤던 연예인보다 훨씬 잘생긴. “너 몇 살이냐?” “머하러 알라고 그라는데. 치아라.” 이름 빼곤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연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조금은 오만하게 노려보던 그 남자아이는, 세상에 곤두박질이라도 쳐진 양 아슬아슬한 연의 세계에서 단 하나의 빛이었다. “달동네 이름은 왜 달동네인 걸까. 정작 달동네는 달이 비추지 않는데.” 미안한데,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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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화
말레피카
3.7(107)
“영주님의 초야권을 요청합니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하룻밤을 요구하는 여인. 세상과 단절한 멜빌의 얼음벽을 조금씩 허물어뜨린다. “원하는 게 나와의 하룻밤뿐이냐?” 북풍한설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세상을 차단하는 남자. 비밀을 감춘 시에라의 잿빛 눈동자에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침대에 누워 다리라도 벌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절 만족시키지 못할 걱정이나 하시죠.” “더 엎드리고 다리 벌려.” 새벽의 달빛을 받은 듯 하얗게 빛나는 나신.
신해수
윤송스피넬
3.8(495)
“왜?” “콘돔이…… 없다…….” “뭐?” 매번 약국에 들러 구입하기 창피하고 번거로워 유연이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해 놓은 것이었다. 그 많은 것을 도대체 언제 다……. “선배,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다!” 유연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이내 건장한 석진의 몸에 의해 다시 침대로 눕혀진다. 그의 눈망울은 세상을 잃어버린 절망감이 깃든 서글픔이 배어 있었다. “오늘 배란일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위험해.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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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조령
도서출판 청어람
총 3권완결
4.1(1,644)
육 척 장한의 사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며 백년해로하는 게 소원이던 은강. 하지만 그녀의 신랑은 최연소 장원 급제자로 고을에 부임한 사또 나으리, 유준엽?! 혼인한 지 삼 년이 지났지만 연하의 곱디고운 낭군은 아직도 육 척이 되질 못하고 밤일에도 도통 관심도 없다. 그랬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미 치러진 혼례는 결코 무를 수 없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은 죽을 때까지 유준엽의 아내로 머물 것이고. 죽어서도 내 옆에 묻혀 그 비석에 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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