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으로 돌아왔다. 바래고 쇠한 기억만 남아 있는 과거에 머문 날보다 떠날 날만 헤아리던 그곳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날 가장 밑바닥을 찾아왔다. 그깟 고향이 뭐라고. 고작 너 따위가 뭐라고. “사람 돌게 만들어 놓고 피하면 다지, 넌.” 어리고 불행했던 너. 기적 대신 김도진을 따랐던 너. 말라붙은 겨울 같던 주제에 감히 봄을 살려 했던, 멍청한 강은채. “왜 눈을 못 봐. 내가 불편해서? 아니면… 내가 다시 좋아지기라도 한 건가. 비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