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부서진 빈곤한 살림과 고단함, 텅 빈 집안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세연뿐. 차디찬 현실만큼이나 황폐해진 머릿속은, 단 하나의 단어를 무한 반복해댔다. 죽음 수시로 찾아들며 그녀의 목을 옥죄는 충동이 유독 지독한 날이었다. 어쩌면 이날은 용기를 내서, 세상과 꿈에 그리던 작별을 했을지도 모른다. 위태로운 난간을 올라가던 그 순간, 차디찬 손이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차재열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지옥에서 헤매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