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하
플로레뜨
4.2(217)
권운은 다음의 삶에 그늘을 드리우는 먹구름 같은 존재였다. “다음아, 무슨 생각해?” “……너는?” “네가 발발 떠는 꼴이 웃겨 죽겠다는 생각.” 대단한 집의 잘 배운 자식인 그는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라면 오만 수준 떨어지는 말은 다 하는 놈이었다. “난 네가 너무 싫어.” 다음은 그런 운을 싫어했다. 실수를 빌미 삼아 개처럼 저를 부려 먹는 것도 싫었고, 자신을 괴롭히는 맛으로 사는 후안무치, 변태에 호색광인 것도 싫었다. “알아.” “아는
소장 3,300원
체리파
멜로즈
총 2권완결
4.4(5)
여자인 걸 들켜서는 안 된다. “벗어, 확인해 보게.” 메마른 유경의 입술이 뻐끔댔다. 방금까지는 머리카락이 모조리 빠지는 것처럼 아팠던 두피에 통증이 사라졌다. 온몸의 감각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귀를 간질이던 바람 소리도, 몸을 감싸던 적당히 기분 좋은 온도의 공기도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유경은 바랐다. 자신 역시 그대로 증발해버리면 좋겠다고. 여기 온 적도 없는 듯, 강태준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내가 벗겨줘?” 다시
소장 2,400원전권 소장 4,800원
랑미
에이블
4.5(121)
어떤 계절에도 봄의 푸르름을 간직한 백일마을의 벽돌집. 그곳엔 버려진 사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어차피 너 여기 오래 못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가엾은 눈망울의 사슴은, 그를 숨기기라도 하듯 처음부터 날카로운 뿔을 들이밀었다. 그러면서도 친히 고무장갑을 벗겨주고,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후덥지근한 방에 선풍기를 넣어주고. "네가 있을 곳이...... 꼭 여기여야 하냐고." "......." "정말로 여기 있을 작정이야? 뭘
소장 4,000원
낮곁
이지콘텐츠
3.9(29)
가난한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 반지하에 사는 아이. 얼굴에 상처가 끊이질 않는 아이. 외톨이인 강지언은 학교에서 그렇게 소문난 아이였다. “쟤네 아빠 사람 죽여서 어제 잡혀갔대.” 홀로 남은 지언이 마주하게 된 것은 버겁기 짝이 없었다. 동정이 아닌 경멸, 미래가 아닌 현실. 그 벅찬 틈 사이로 한 남자애가 손을 내밀었다. “도와줄까?” “왜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 “심심해서.”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EN 그룹’의 손자, 기태오. 지언과는
소장 800원전권 소장 3,800원
제로코코
텐북
4.0(5)
※본 소설은 자살 시도 등 트라우마에 주의해야 할 키워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매캐한 재의 향, 와해된 가정, 어긋난 관절. 모두 파멸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들이었다. 이를 떠올릴 때면 나는 윤준영에게로 다가가 사과한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하는 짧은 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러면 윤준영은 언제나 그랬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제 왼손을 감싼 붕대를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하지 마. 이런 거.” 걱정을 담은 말투, 수평이 맞지
소장 4,200원
마이사
메피스토
4.3(52)
“비비. 네 보호자는 몇 살인데?” “글쎄. 몰라.”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 결혼한다고?” “응. 그게 중요해?” 그 남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비비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평소에 밝게 웃으며 무슨 질문에도 통통 튀는 또래다운 대답을 하던 비비와는 달랐다. 새침하면서도 어딘가 맹목적인 믿음을 드러낸 비비가 오히려 불퉁하게 대답했다. “내겐 키릴밖에 없는걸?” “왜…?” “글쎄. 너무 당연한 거라.” 태어나서부터 용과 함께
소장 3,100원
한을
이브
4.4(1,526)
※본 작품은 1980년대 배경을 참고하였으나 다소 상이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아울러, 강압적인 관계가 묘사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짝, 짝! 새로 샀다는 과외 선생의 회초리가 허공을 신명 나게 가르고 있었다. 오늘도 여을은 사영헌 대신 그가 문제를 틀릴 때마다 매를 맞고 돈을 받았다. ‘그래도…… 올여름까지만 하면 끝이니까.’ 그렇게 사영헌과의 인연은 여름부로 다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사영헌, 너도 아
소장 4,060원
키아라나이트
블레슈(Blesshuu)
3.3(15)
어린 시절 이모에게서 학대를 받으며 자랐던 소희. 그녀는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무작정 집 밖을 도망쳐, 한 고급 승용차에 올라타게 된다. 차 안에는 다름 아닌, 수룡 건설의 유일한 손자 차동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어린 소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돌봐준다. 그로부터 13년 동안 소희는 재벌집 도련님의 애착 인형이라는 이름으로 살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수룡 건설의 금지옥엽 아가씨라고 오해받지만, 실상은 대학교 등록금
소장 4,500원
김나무
다향
4.3(62)
※ 피폐한 상황이나 감금, 자학적 설정 등의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영국 발레단의 한국인 단원, 김태라. 발레 <오네긴>의 첫 주역을 맡아 극찬을 받으며 탄탄대로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으로 호감을 느낀 남자, 원선호가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을 깨닫고,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심해져 삶의 전부인 발레까지 쉬게 된다. 귀국 후 선호의 감시하에 지내지만 자신을 챙겨 주는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되고 재활
소장 4,830원
나삼
라떼북
4.4(151)
*작품 소개: 자살 시도만 네 번째. 이젠 하다하다 노숙자에게 신세졌단 말까지 듣는다. 내 앞에 앉은 이 남자도 다를 것 없이 곤란한 척만 하다 보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진료 기록이…허, 이 와중에 끈기는 있다? 시도만 4번에, 병원 기록에…” 그는 이내 결심한 듯 일어서더니 책상 위로 두 팔을 내렸다. 나는 텅 소리에 허리를 굽힌 남자는 눈을 마주침과 동시에 웃었다. 생각보다 훨씬 개구지고 시원한 얼굴이었다. “앞으로 3개월간, 잘 부
라쉬
하트퀸
4.0(44)
대기업 회장의 후계자로서 모든 걸 타고난 강해겸.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증은 그의 고질적인 병이자 유일한 결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자가 찍은 사진을 보기 전까진. “사진 가르쳐 주세요.”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사진작가로서 명성이 자자한 송미루. 살아 숨 쉬는 존재를 처음 만난 새끼 동물처럼, 그녀가 궁금해져 제자란 이름으로 접근했다. 저 가느다란 손가락이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