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
SOME
4.6(825)
그 애는 원체 유명했다. 부동의 전교 1등,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장손. 양수겸장, 재색겸비로 추종자를 벽처럼 두르고 다니는 남자애. 찬미의 대상이자 우리들의 우상이던 한태형. 그런 애가 무슨 일로 남의 집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걸까. “너 여기서 뭐 해?” “그냥 앉아 있어.” 괜찮다는 듯, 억지웃음을 짓는 눈가로 짙은 그늘이 드리운다. 사연이 있는 얼굴이다. 차마 외면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곁에 앉았다. 그러나 접점이 없는 사이에서는 화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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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이
오후
총 2권완결
4.4(2,501)
나를 할퀴며 끊임없이 파고들던 가난. 뿌연 날들 속에서 어른이 되고 싶던 내가 너를 만났다. 순도 높은 진심만을 말하며 빛을 내던 소녀. 어떻게 그런 너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나 없던 13년 사이 누군가가 새겨 놓은 네 흉터마저도 내겐 찬란한 빛과 같았다. 지금도 쉽게 나를 소년으로 만드는 너. 그리고 남자가 되어 너를 바라보는 나. 위태롭고 처연했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널 여전히 가지고 싶어하는 내가 있다. 내 젊음의 또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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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어둠
스칼렛
4.3(2,428)
정지안(29세) 살인 미수죄로 6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왔을 땐, 어느덧 스물아홉이었다. 학력은 대학교 중퇴, 경력은 과외와 술집 아르바이트 경험이 전부. 가진 것이라곤 얇은 옷가지 몇 벌과 빛바랜 크로스백 하나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구든 만날 수 있는데, 만날 사람이 없었다.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다. 철창 밖을 나와 얻은 자유는 시리고 차갑기만 했다. 우종열(33세) 불쑥 손을 뻗었지만 우습게도 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