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
피우리
3.8(38)
언제나 차분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무정물 같은 아내, 서녕. 윤건에게 2년 반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서녕은 적당한 속물이자 옆에 두기 적당한 아내일 뿐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날부로 윤건의 완벽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낱 투정이라 가볍게 여긴 게 무색하게 서녕의 이혼 의지는 굳건했고, 그 와중에 윤건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아내에 대해 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는데
소장 3,200원
열일곱
에피루스
3.6(296)
남편이 옛 연인과 입 맞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은서는 윤혁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을 하시겠다.” “네.” “이유는?” “질려서요.” 은서가 답했다. 동요 없이 담백한 어조였다. “넓기만 한 집도 질리고, 권윤혁 씨도 질리고, 권윤혁 씨랑 하는 섹스도 질리고.” “…….” “다 질려서요.” “별로 납득 안 가는 이유인데.” “어느 부분이요?” “나랑 하는 섹스가 질려?” 그는 끝까지 오만했다. 이혼 결심을 굳힌 은서는 윤혁을
소장 3,500원
브루니
R
3.9(1,766)
훑어 내리는 준하의 시선에서 뜨거운 열기가 번져나갔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어.” 그가 마치 그녀에게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나직하게 속삭였다. 조금은 절실해 보이는 얼굴로 준하가 손을 뻗어 그녀의 여린 목덜미를 지나 둥근 가슴을 손안에 가볍게 거머쥐었다. 따뜻한 손이 연이어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참지 못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그가 만지는 것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단설(旦雪)
조은세상
3.4(16)
“김하진, 나와의 약혼. 괜찮아?” “…….” “어른들 약속 때문에 일부러 약혼할 필요는 없어. 이 약혼 하면 나중에 우리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야. 나랑 결혼하는 거, 괜찮아?” 그 물음에 하진은 선뜻 진심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를 너무 오래 원하고 원했던 마음은 감춰야만 했다. 그의 부모님을 자신의 아버지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짙은 죄책감 아래. “결혼은 좀 더 있다가 해요. 서로가 원할 때. 지금은 약혼만 해요.” “그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