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비켜 주세요.” “비켜 주면, 그대는 내게 무얼 줄 텐가?” “내겐 그쪽에 줄 만한 게 없어요.” “너.” 태무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널 내게 주면 길을 비켜 주지.” 그녀의 입술이 벌어졌다. 꽃잎 같은 입술이 벌어지며 붉은 혀가 감질나게 드러났다. “절 데려가서 무얼 시키실 거죠?” “글쎄. 우선은 갈고 닦아 봐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갈고 닦으실 거죠?” 흑요석처럼 빛나는 까만 눈동자에 오롯이 그가 담겼다. 단박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