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 천한 계집종에게 주어지기에는 어여쁜 이름. 글을 아는 주인 나리가 지어준 그 이름이 선물처럼 기뻤으나, 이제는 무섭고도 두려웠다. “서혜야.”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고 엉망이 된 그녀와 달리 그녀의 주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단정하고 품위가 있었다. “네가 감히 도망을 쳐?” 내가 너에게 너무 물렀나? 나리가 몸을 낮추고는 눈물로 얼룩진 서혜의 뺨을 쓸었다. 땅에 스미는 눈처럼 차갑고도 부드러운 웃음이 그의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