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띠
딜(Dill)
4.4(492)
진심이었다. 그토록 피하고, 외면하고, 부인했지만 그를 놓치면 분명 후회할 만큼 이정후는 자신에게 딱 맞는 상대였다. 그래서 더 도망치고 싶었다. 너무 몰입할까 봐. 너무 홀려 버릴까 봐. 이때까지 그런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낯설었다. * 서로의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는 관계는 불필요한 행위이다. 정후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고, 아니라고 판단되는 길엔 결코 발을 디디지 않았다. 하지만 장미예와의 만남이 여러 번 이어질수록, 그녀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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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베릴
4.5(2,028)
아동학대는 정현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불합리하게 받아온 폭력은 이제 정현에게 삶의 일부였다. 새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이복동생 주정아까지 합세한 지옥도 속에서 정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가 특기가 되었다.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유치하게 갚아주고, 정아가 지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식의 자잘한 복수밖에 하지 못하는 그녀의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낡은 티셔츠를 걸친 넓은 등이 처음엔 시선을 잡아 끌더니,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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