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요.” 그 목소리가 여렸던 건 기억하지만. 의외로, 그 얼굴은 선명히 떠오르지 않는다. “당신의 아내.” 그저, 그 말을 발음하던 분홍빛의 작은 입술만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두 가지 사실 모두, 기억 속에 희미한 조각으로나마 존재하지 않는다. 머리와 가슴을 통틀어 어느 한곳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정말로, 내게 아내가 있었던 걸까. 사고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기억에 없는 아내의 존재를 마주한 남자, 이도환. 그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