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나의 관계를 설명하려면, 우선은 영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영서. 천애고아. 객사라도 하게 되면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어설픈 농담을 던지던 내 오랜 친구. 영서보다 가진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내게 없는 단 한 가지를 갖고 있었던 영서. 영서의 남자. 영서의 전부. 영서와 결혼을 준비 중이던 래엽. 영서가 남긴 유류품은, 바로 이래엽이었다. ‘래엽일 부탁할게.’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붉은 눈을 하고서도, 빈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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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구름이 짙어지면 비가 내리고 어제가 있으면 오늘이 있듯이. 그러니 오늘의 구재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해진 것은 모두 그녀의 탓이다. 동생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하룻밤을 보내 놓고 없었던 일로 하자며 도망갔던 어제의 송백화 때문. “송백화가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내가 상관이 있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오늘의 구재는 맑음. “송백화 씨가,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아니, 흐리고 비. “나 좀 봐, 송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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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황제인 이복형의 명을 받아 첩자로 파견된 황자, 이스칸델. “황자님. 이대로 저랑 도망가실래요?” “…….” “첩자인 걸 들켰다, 튀어야겠다, 싶으시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 “제가 전쟁의 성녀지만 평화주의자거든요.” “…….” 단번에 정체가 들통나 아연실색한 그의 속은 요만큼도 모르고, 이참에 그를 이용해 척박한 영지를 관광지로 세탁하려는 전쟁의 성녀 하샤나. 난공불락의 성, 두르그타흐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려고 찾아온 남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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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다. 눈만 깜빡여도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금세 알아차리고 갖다 바치는 고분고분한 존재. “왜 매번 욱이는 오빠고, 나는 그냥 희재야?” 나무 밑의 그늘처럼, 고개만 돌리면 늘 근처에 머물던 이 남자가 차차로 도발을 일삼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야 너는 내가 꼬맹일 때부터 봤으니까 조카 친구 대하듯이…….” “알았어요, 이모.” “……뭐?” “이렇게 불러 주면 돼?” 마냥 장난이라고 하기엔 제법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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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청송으로 돌아오던 날, 석경은 비와 함께 염보 아재 트럭으로 쏟아져 들어온 소녀, 은님을 만난다. 찰나의 만남 후, 눈을 감으면 가끔 그 애가 생각났다. 세상 사람이 다 망가져도 그 애만은 백치처럼 천진하게 청송에서 살아가길 바란 새벽이 있었다. 순정한 마음을 그 애는 간직하고 살아가길 바랐는데, 가난한 시골 아이들이 겪는 뻔한 길에 들어선 그 애를 보자 걱정보다 실망이 앞섰다. 마음속 동화가 완성되지 못할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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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해. 서도헌.” 거절당해야 할 고백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거 나도 알아. 나도 너한테 사랑해 달라고 조를 생각 없고.” “그래서? 나랑 헤어지기라도 하게? 못 하잖아, 너는. 너 나 사랑하잖아.” 내 사랑을 무기 삼아 나를 찌르고 있는 남자 앞에선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헤어지자고?” “그래.” “어째서?” “내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어떤 이유를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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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이예트 테라스 아파트 1층에서 ‘문 덤플링’을 운영하는 이브는 늦겨울, 식당 앞에서 오드 아이가 예쁜 꽃거지, 렉스를 줍는다. 박애 정신을 발휘해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자리를 준 것뿐인데, 순식간에 ‘문 덤플링’이 로워 이스트 사이드의 핫플이 되어버렸다. 렉스가 ‘누나’라고 부르며 보석 같은 오드 아이로 바라볼 때마다 이브는 멀미가 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데……. 졸지에 ‘꽃거지’가 되어버린 렉스는 ‘라파이예트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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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두 번 다신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스스로 그물에 걸어 들어가는 꼴은 분명 싫은데도 라진은 지금 휩쓸리기 직전이었다. 모른 척 외면도 해 보고, 아는 척 경고도 해 보았지만 “그건 어렵겠는데요. 전 누나랑 친해지고 싶거든요.”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 그럼 이름을 알려줄래요?” 기다렸다는 듯이 울렁, 파고드는 직구도 모자라 예상하지 못한 틈을 설렁, 건드리는 변화구까지. “어떤 면에서는
피폐소설에 빙의했다. 악당 대공의 두 번째 아내로. 악당 대공 말룸 발타사르는 신이 빚은 것처럼 아름다운 데다 시종일관 다정한 남자였지만, 아내를 희생해 불로불사를 추구하는 악독한 뱀 괴물이었다. 그가 퇴치당하는 것은 세 번째 아내가 등장한 이후로, 두 번째 아내인 나는 말룸에게 잡아먹히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어떤 수를 써서든 도망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이 사람, 너무 상냥하고 애틋하다. *** “오필리아, 아, 해봐요. 수프 끓여 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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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스튜디오 쁘띠아델리 대표 공소민은 얼마 전, 전 남친과의 이별을 겪었다. 불감증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극기 정신으로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며, 딱 한 번만 느껴 보겠다는 각오로 똘똘 무장한 소민. 결국, 파티에서 만난 NW 푸드 신사업전략부문장 우재열이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전까지 겪은 적 없던 감각에 새롭기도 했지만, 두 번은 볼 일 없는 바람둥이 같은 남자라 생각하고 깔끔하게 잊기로 했다. “혹시 나 차단했습니까?” 재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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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너무 쉬워 재미라곤 없던 나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네가 그랬다. ‘우진아.’ 살아있는 것 같아. ‘그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숨이 차.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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