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다줄게.” 은은한 스탠드 조명만이 전부였던 방에 불을 켜자 갑자기 밝아진 불빛 때문에 설핏 인상을 쓰던 초록이 원망 어린 얼굴로 승하를 노려봤다. 승하는 그냥 모든 걸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임지라는 말 안 해요. 내가 원한 거였으니까.” 방금 섹스를 한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냉랭함이 두 사람을 더욱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선생님 마음엔 내가 들어갈 자리 같은 건 없어요? 내가 다 괜찮다고 하잖아요. 아까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