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동화선집

저자 - 이현주
해방 바로 전해에 태어났다. 궁핍한 시절이었다. 외갓집에서 태어났는데, 땅마지기깨나 가지고 동네 부자 소리를 듣던 외할아버지가 몸 푸는 딸에게 미역국 한 그릇 먹이려고 여러 장을 돌아다니며 고생한 끝에 가까스로 미역 한 줄기를 구해 왔다 한다.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이 노랫소리에 끌린 어머니는 권서인(勸書人)에게 찬송가를 배웠고 몇 년 뒤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단양 감리교회 신자가 되었다. 그때가 해방 직후, 1944년생인 이현주 작가가 세 살 무렵이었다. 자연스레 교회에 다니게 됐다.
아버지는 해방 직후 충주읍사무소의 말단 직원이었다. 적은 봉급을 받아 생활이 어려웠을 텐데도 “아버지가 번 돈만큼만 쓰고 살자”는 말을 식구들에게 자주 했다. 그런 아버지가 작가가 열네 살 되던 해 결핵으로 세상을 떴다. 어머니는 나이 서른다섯에 청상이 되었다. 보따리 장사, 식모, 교회 사찰 등 허드렛일을 하며 혼자 힘으로 아들 셋, 딸 하나를 키워야 했다.
충주 토박이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가 서울로 간 것은 신학교에 진학하면서다. 신학교에 가게 된 건 목사가 되려는 의지 때문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시골 교회 목사가 학비도 싸고 미국 유학도 갈 수 있다면서 신학교 진학을 권했고 감리교신학교 입학시험 과목에 수학이 없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1962년 감리교신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교단 지도자들의 행태에 울분이 일었고 이는 곧 신학생이란 신분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결국 무단 장기결석으로 3학년 1학기에 제적당하고 간 곳이 군대였다. 군대에서 발병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지 20여 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결핵성 뇌막염이라는 병명으로 전역했다.
제적당한 신학생이자 의병 전역한 몸으로 서울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은사 유동식 교수의 추천으로 감리교 본부 기관지 ≪기독교세계≫ 편집 일을 돕는 심부름꾼 노릇을 했으나, 1968년 12월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해고당했다.
막막했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제적당한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듬해 2월, 기도 끝에 함께 가자는 하나님의 응답을 듣고 그길로 학교를 찾아가 복학을 신청하고 그렇게 해서 3학년 1학기를 다시 하게 된다. 비로소 신학 공부에 재미가 붙었고 1971년 졸업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기독교사상≫ 기자로 출발하여 기독교 계통 신문과 ‘크리스천 아카데미’ 등에서 일했다. ‘공동번역을 위한 문장위원’이란 직함으로 1년 6개월간 대한성서공회에서 공동번역성서를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1977년 목사 안수를 받고, 30대 중반이 되어 목회를 시작했다. 1995년 스스로 제명을 청원했고, ‘공식적인’ 목사 일을 접었다.
동화를 처음 쓴 것은 신학교에 다니다 휴학했을 때다.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막노동을 하면서 틈날 때 책을 읽었는데, 이상(李相)을 좋아해서 그의 시를 전부 외우다시피 했다. 1년 동안 문학 작품을 읽다 보니 ‘이런 게 소설인가? 그럼 나도 한번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신춘문예 광고를 보게 되었고 소설을 써서 응모했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새벽 부슬비 내리는 소리에 문득 깨어 글을 썼는데, 써 놓고 보니 내용이 동화가 되겠다 싶어서 함께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소설은 예심에서 떨어졌고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밤비＞가 당선되었다.
이현주는 동화를 “성인과 함께 어린이도 읽는 가장 성숙한 문학”이라고 말한다. 한때 많은 동화를 써 내던 그가 갑자기 동화 쓰기를 중단한 것은 자신의 작품에서 어두운 사회를 풍자하고 비웃는 버릇(?)을 지우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두운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것 또한 아니었다. 그는 아직도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동화를 쓰기보다 동화가 자기한테서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작품 및 수상 연보

1964년 ＜밤비＞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0년 ≪웃음의 총≫(대한기독교서회) 출간.
1972년 ≪알 게 뭐야≫(한얼문고), ≪한국의 문학: 현대편≫(공저, 신구문화사) 출간.
1973년 ≪바보 온달≫(대한기독교서회) 출간.
1982년 ≪미운 돌멩이≫(종로서적) 출간.
1983년 ≪아가씨, 피리를 부셔요≫(분도), ≪날개 달린 아저씨≫(창작과비평사) 출간.
1984년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종로서적), ≪다리를 놓는 아이들≫(금성), ≪새 벗 이야기들≫(성서교재간행사) 출간.
1985년 ≪등에≫(금성출판사), ≪달려라 박달부대≫(햇빛), ≪아기 도깨비 루루의 모험≫(웅진) 출간.
1987년 ≪어린이, 우리의 희망≫(물레) 출간.
1989년 ≪뿌리가 나무에게≫(종로서적) 출간.
1991년 ≪옹달샘은 샘이다≫(참세상), ≪황새똥과 왕모래≫(정한), ≪아기 도깨비와 오토제국≫(웅진문화),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공저, 사계절) 출간.
1992년 ≪하얀 들꽃≫(햇빛) 출간.
1993년 ≪의좋은 형제≫(국민서관), ≪아무 일 안 하고 잘 산다≫(녹두), ≪뒤집어 주랴?≫(슬기샘) 출간.
1999년 ≪오비디우스≫(평민사) 출간.
2001년 ≪물과 나눈 이야기≫(이레), ≪외삼촌 빨강 애인≫(낮은산),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나무심는사람), ≪옹달샘 이야기≫(한겨레신문사) 출간.
2002년 ≪조아조아 할아버지≫(산하), ≪작은 영혼과 바보 온달의 이야기≫(성서원), ≪가죽 피리≫(중앙M&B) 출간.
2003년 ≪그러므로, 저는 당신입니다≫(함께읽는책) 출간.
2005년 ≪토끼도 저만큼 착한 풀을 뜯어 먹고 산다≫(산하), ≪마지막 승리≫(효리원) 출간.
2008년 ≪그 부르심의 길≫(감리교신학대학교출판부), ≪우리 동네 방귀 스타≫(랜덤하우스코리아) 출간.
2010년 ≪여섯 방의 비밀≫(바오로딸), ≪반쪽이≫(비룡소) 출간.
2011년 ≪부자가 된 삼 형제≫(비룡소) 출간.
2012년 ≪사랑 아닌 것이 없다≫(샨티) 출간.

해설 - 황수대
문학박사이자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이문구 동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1930년대 동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 생활을 했으나 책과 아이들을 좋아해 1996년 대전에 어린이도서관을 설립하고 2005년까지 대략 10년 동안 운영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그저 좋을 것 같아 시작한 도서관 일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즐기다 보니 어느덧 아동청소년문학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친김에 도서관을 시민단체에 기증하고 본격적으로 아동청소년문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기 시작해, 2007년 ＜이문구 동시의 생태학적 의미＞로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평론가상’을 받았다. 현재는 고려대학교와 청주대학교, 한경대학교에서 아동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비평문을 쓰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푸른책들, 2011)과 ≪글쓰기와 말하기≫(공저, 역락, 201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