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허스토리

★미국 역사 도서상 수상 ★<프로페서 마스턴 & 더 원더우먼> 영화화 확정 ★전미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코믹&그래픽 노블 역사 부문)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NPR(미국 공영 라디오) 베스트셀러

우리는 누구도 원더우먼을 모른다
‘원더우먼’은 75년 넘게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최초이자 대표적인 여성 슈퍼히어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참전한 남성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던 시기에 탄생한 원더우먼은 출간 즉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디선가 나타나 악당을 처단하는, 특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전사 원더우먼은 코믹스를 넘어 1979년 드라마화되어 전 세계인의 안방에 등장했으며 2017년 6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원더우먼>으로 귀환하여 스크린을 달굴 예정이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아테나의 지혜, 헤르메스의 빠르기, 헤라클레스의 힘을 지닌 막강 캐릭터로 황금팔찌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마법의 검으로 맨손 전투를 치르는 그녀는 초스피드로 이동하고 비행할 줄 알며 공감 치유력을 지닌 놀라운 지능의 소유자임에도 언제나 족쇄에 묶이고 재갈이 물리며 사슬에 감기는 등 위기에 봉착한다. 또한 평화와 정의, 여성인권을 위해 싸우는 아마존의 후손임에도 황금 왕관, 빨간 뷔스티에, 파란 팬티, 빨간 부츠 차림의 과다 노출 패션에 비서라는 위장 직업을 지닌 자기모순적인 캐릭터다.
후에 옷차림에서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전미문학심의기구의 ‘어린 독자에게 부적절한 출판물’ 블랙리스트에 올라 금서가 된 적도 있지만 1972년 여성운동가들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이끄는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 창간호의 표지모델이 되어 ‘원더우먼을 대통령으로’라는 외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에 베티 프리단은 원더우먼이 여성에게 슈퍼우먼 이미지를 씌워 과도한 책임을 부과시킨다며 비난했다.
과연 원더우먼은 진정한 페미니즘의 표상인가? 아니면 반페미니즘적 요소로 가득한 우아한 변태 아이콘인가?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하고 퓰리처상 파이널리스트인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질 르포어는 역사 속 페미니즘의 기원과 변천을 꾸준히 연구해오면서 여성주의와 여성인권운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커다란 미싱 링크가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원더우먼’이라는 아이콘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낸다.
이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저자 질 르포어가 원더우먼의 원작자인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남긴 것, 쪽지, 편지, 엽서, 형사 법정 기록물, 스케치, 출간된 만화들, 신문, 잡지, 논문, 가족 앨범, FBI 파일, 회의록, 강의 노트, 그 모든 현존하는 기록물을 뒤져 퍼즐 맞추듯 ‘원더우먼의 이력’을 찾아내는 데 몰두한 4년의 결과물이다. 원제 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이 말해주듯 원더우먼의 비밀스런 역사를 샅샅이 밝히는 탐사 보고서로, ‘원더우먼의 거의 모든 역사’이며 ‘원더우먼의 창조자 마스턴의 사적 역사’이고 나아가 ‘원더우먼을 둘러싼 여성인권의 역사’를 담은 ‘대담하고 매혹적인 원더우먼 연대기’가 탄생했다. 이 책으로 르포어 교수는 미국 역사 도서상을 수여받게 된다.

누가 원더우먼을 만들었는가?
원더우먼의 원작자는 DC 코믹스 소속 만화가가 아니었다. 슈퍼히어로 만화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지나치게 폭력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우려가 거세질 무렵, DC의 맥스웰 찰스 게인즈는 당시 저명한 심리학자이면서 하버드대 재학 시절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화한 경험이 있는 윌리엄 몰튼 마스턴에게 자문을 맡기기로 한다.
이에 마스턴은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캐릭터는 여성 슈퍼히어로입니다. 평화를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캐릭터여야 하며 그녀의 파워는 사랑과 믿음, 아름다움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원더우먼의 창작에 직접 나서게 된다. 그리하여 여성의 우월성을 신봉하고 모계사회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믿던 심리학 박사 마스턴의 구상으로 원더우먼의 외형, 성격, 특징까지 기본 뼈대와 초기 스토리가 완성된다.
그러나 개인 마스턴은 상당히 복잡한 인물이었다. 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서클을 주도한 페미니스트였고 1915년 세계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한 심리학자였으며 SM 성향의 본디지 성애자이고 양성애자이며 의복도착의 페티시스트, 자유연애주의자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가 두 명의 페미니스트 여성과 한 지붕 아래 산 중혼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미국 여성참정권운동의 온상인 마운트홀리오크대 출신의 똑똑하고 자유로운 신여성 할러웨이는 마스턴과 결혼하여 2명의 아이를 낳고 잡지의 유명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가족의 경제를 담당했다. 한편 마스턴의 대학 제자이자 자유사상가이며 급진주의자인 올리브 번도 마스턴과의 사이에 2명의 아이를 낳고 할러웨이의 아이들까지 키우며 집안 살림을 담당했다. 마스턴과 할러웨이, 올리브 번의 공동결혼 생활은 마스턴이 사망할 때까지 20여 년간 지속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올리브 번의 어머니는 급진적 산아제한 운동가로 감옥에서의 금식 투쟁으로 이름을 알린 에설 번, 이모는 ‘여성의 육체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평생을 싸운 여성인권운동의 지도자 마거릿 생어라는 것이다.
마스턴은, 사회 통념 속 전형적인 여성상에는 강인함과 힘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원더우먼이 새로운
여성상으로서 심리적 프로파간다 기능을 하기를 바란다고 창작 당시 DC코믹스에 피력했다. 하지만 윌리엄 몰튼 마스턴의 이중성은 그가 창조한 원더우먼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여성이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페미니즘적 배경에서 탄생했지만 동시에 남성적인 시각의 본디지 판타지에 억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스턴은 여성은 묶이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원더우먼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는 원더우먼이 끈이나 사슬에 묶여 있거나, 수갑이나 족쇄를 차고 있거나,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장면이 있다.

우리에겐 원더우먼이 필요한가?
페미니즘은 1910년대 여성참정권운동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에 의한 차별을 반대한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의 피와 땀으로 현재에 이르렀으나 저자 질 르포어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페미니즘 논의는 곤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원더우먼이 그랬듯이 페미니즘을 무기 삼아 여성들은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의 섬을 떠났고 여학생을 받지 않는 대학교의 강의를 듣고자 투쟁했으며 피임과 낙태할 권리를 주장했고 법, 정치, 과학,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원더우먼은 76년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성평등주의 논의가 활발하다. 페미니즘에서 탄생했으나 페미니즘을 망쳐버린 구원자, 원더우먼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저자가 말하듯 ‘슈퍼맨이 SF에 빚졌고 배트맨이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에 빚졌다면 가상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와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빚진’ 바로 그 원더우먼에 관한 가장 치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원더우먼은 단순한 만화 캐릭터 그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