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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식물 상세페이지

책 소개

<동거 식물> 나는, 동거 식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소중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

“사람과 삶이 지겨울 때, 나는 동거 식물을 만났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피아니스트 김은진은 작은 집에서 혼자 살았다. 복잡한 삶과 까다로운 사람들에 지친 그녀에게도 외로움은 찾아들어서 다른 존재와 함께 있고 싶어졌다. 그래서 살아 있으나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는 안전한 생명, 무심한 동거인이라도 단 한마디 원망의 말을 않는 고요한 존재, ‘동거 식물’들을 찾아 나섰다. 이제 창가에 놓인 사랑스러운 동거 식물들, 벽면에 붙은 연습용 피아노, 침대 옆 쌓여 있는 책들이 그녀가 가진 전부이다. 햇빛과 물, 바람과 흙으로 살아가는 식물을 보며 그녀 역시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단순하게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날마다 피아노 연습을 하는 피아니스트. 독특한 사람들과 더불어 비주류 음악 콘서트를 벌이는 예술가. 아이들에게 모차르트 소나타를 가르치는 피아노 선생님. 생계를 위해 주말 오후 모자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노동자…… 이 책에 화려한 꿈 같은 파리 생활은 없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죽어버린 식물 이야기가 미술관에서 명화 본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기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린 것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의 중요함에 눈길을 보낸다. 작은 것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그녀의 담백한 문장에 마음은 자꾸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

홀로, 그러나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고단한 삶이 빚어낸, 잔잔하고 단단한 한 사람의 마음 풍경
이 책은 무엇이 삶을 이롭게 하는 음악인가를 고민하는 동안 썼던 저자의 일기이다. 동시에 생업으로서의 일, 사랑과 이별, 고독한 시간, 친구와 동료, 무엇보다 동거 식물과 함께한 생활의 기록이다. 저자는 방 안에 푸른 식물이 없던 시기를 “나 자신이 노랗게 말라버린 제라늄 잎사귀 같던 날들”이었다고 표현한다.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도 벅차서 타인에게 관대할 수 없었던 그때 “나는 나에게 묻고 따지고 화를 내고 비웃고 야단치기를 거듭하면서 스스로를 집요히 미워했다.”고 말이다. 적당히 나약하고 적당히 건강해서 빛과 그림자의 조화처럼 아름다운 동거 식물들은, 동거인의 사소한 행동과 눈길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그저 자기 생이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간다. 모든 생명의 비밀은 오직 저 하늘만이 아는 것. 그녀는 자신의 동거 식물들의 마음이 저 하늘에 닿아 있는 동안, 미련한 자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해본다. 그러면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식물의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강인했지만 저자를 외롭게 만들었던 첫 선인장 ‘안드레’, 온몸으로 죽음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던 욕실 창가의 바이올렛 화분, ‘만들어진 신’에 대한 영감을 주었던 시들지 않는 분홍 장미… 그녀는 자기 삶에 집중하는 식물을 바라보며, 더불어 함께 살되 시선을 타인에게 두지 않고 자기 마음에 집중하는 법을 연습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먼 곳으로부터 옮겨와 작은 화분에 뿌리 내린 식물들처럼 낯선 땅에 이주해 뿌리 내리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스스로를 알아차리기도 한다. 이방인으로서의 고독하고 꿋꿋한 생존, 그녀의 삶은 그녀의 동거 식물들과 닮아 있다.
너무도 소중한 엄마의 마음이지만 감사를 되돌려주는 일은 언제나 내일로 미루고, 아침이 되면 화분에 물 주는 것도 잊어버리는 인간이라는 존재. 갑자기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그녀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덜컥 겁이 난다. “만약 이 식물이 내일 죽는다면 나는 얼마나 울게 될까. 만약에 엄마와 나에게 내일이 없다면 나는 과연 울 자격이나 있을까.”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그녀의 글에는 담겨 있다. 그녀의 말처럼 ‘살아가는 일’이란 건 소중하지만 사실 대단치는 않다. 그러나 흔하고 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은근하고 아름다운 것이 우리의 생활이다. 그녀의 담담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아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곱씹게 만든다.


출판사 서평

한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식물에 비할 수 없이 많고 복잡하다. 그러니 나의 생사는 무슨 요일에 달려 있는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만약 직장에서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나 정부주택보조금 입금일에 달려 있는 것이 나의 생이라면 살아가는 일이란 참 하찮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싶지만은 않아서 나는 내 몸과 영혼에 가장 중요한 공급이 들어오는 날이 언제인가 면밀히 알아보려 했다. 몸을 살리고 정신을 세우며 영혼이 쉼을 얻는 그 시간은 언제인가, 생각하고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문득 햇빛과 물, 바람과 흙으로 살아가는 나의 동거 식물만큼이나 나 역시 적은 것으로 만족하고 단순하게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흙을 해치지 않으면서 뿌리를 내리며 계절이 돌아오면 자랑 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의 태도는 살아 있는 동안 남겨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말해주었다.
(pp. 27-28, ‘식물을 돌보는 시간’에서)

아무도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면 깊숙이 울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저마다의 살아온 이야기와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우는 얼굴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모두 안쓰러운 존재들이다. (p. 50, ‘어떤 울음은 노래가 되고’에서)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용납해주는 대상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일단 좀더 자고 나서 내일 아침에 생각해볼까 하는 게 대부분 인간의 게으름이다.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고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상대에게는 꼼짝을 못하고 ‘귀찮아서라도’ 그 요구를 들어주면서 말이다. 정말 인간이란 너무나 어리석게도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오히려 정성을 다하고, 사랑 없이 자신을 지배하려는 상대에게 매료되며, 잠잠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 수 없도록 괜시리 마음을 흔드는 대상이 나타나면 그에게 자기 영혼까지 내어주기 일쑤이다. 그러는 동안 이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배려해주는 사려 깊은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허망하게 떠나보내곤 한다. 나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p. 77, ‘이 식물이 내일 죽는다면’에서)

그래, 어쩌면 병도 아니고 늙음도 아니라 절망이 쌓여 사망에 이른다. 절망, 그것은 마음이 잃어버린 것을 향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지나가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을 향해 울고 있는 것이 절망이다. (p.94, ‘그런 날’에서)

성장은 어디까지나 비밀스러운 것. (p. 95, ‘식물들의 마음’에서)

만물을 창조한 신은 한편으론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시간을 강물처럼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을까. 왜 기분 좋은 순간과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시절, 가장 예뻤던 젊은 날들은 다 지나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했을까. (pp. 133-134, ‘카페에서의 변덕’에서)

서류 몇 개에 사인을 주고받으면서 쌀쌀맞은 집주인에게 열쇠를 돌려주고, 너는 너의 새로운 집으로, 나는 나의 새로운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빈집에 우리의 모든 시간을 그대로 다 두고 나와버려서, 우리는 울지도 못했다. (p. 153, ‘그 겨울밤’에서)

파리 사람들이라면 고양이가 있는 사람과 고양이가 아직은 없는 사람으로 크게 나눠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내 고양이가 없다. 언젠가 내 고양이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아직 만난 적도 없는 가상의 고양이를 벌써 귀여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 가상의 고양이가 내 집에 와서 천방지축으로 장난을 치다 무자비한 선인장 가시에 찔리면 어쩌나, 아니면 창가에 가지런히 세워 둔 내 사랑하는 화분들을 넘어뜨리면 어쩌나 하는 상상을 하다가 아찔함에 그만 고개를 젓기도 한다. (pp. 211-212, ‘고양이와 에르메스’에서)

그리고 또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것은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가 꼭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되지 않고 그냥 이대로 먹고살면 안 되는 것인가. 밥 먹고 잠시 이 땅에 사는 것 정도는, 모든 인간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이면 안 될까. 오늘도 아침밥 먹고 세수하고 이렇게 어엿이 살아 있는데, 왜 아무도 알 수 없는 ‘이다음에 자라서’ 무슨 밥을 먹고 또 어찌 살지를 이야기해야 할까. (…) 인간은 이다음에 다른 무엇이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라도 나무이듯, 더 자라도 그저 내가 될 뿐. 그리고 무엇을 먹고 어찌 살아가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나로 인해 어떤 타인이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pp. 238-240, ‘피아노가 되는 꿈’에서)


저자 소개

김은진 Émilie E. Kim
식물을 키우며 느리게 생각하는 사람. 프랑스 파리에 살며 틈틈이 글을 쓴다. 맨발과 평상복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즉흥연주자, 피아니스트이면서 주말에는 파리 9구의 한 모자 가게에서 베레모를 파는 노동자이다.
라일레호즈 국립음악원에서 클래식 피아노, 카샹 국립음악원에서 재즈, 오베르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실험적 즉흥음악 학위를 마쳤다. 파리를 중심으로 경계 없는 창작 집단인 ‘공간에밀리 즉흥음악포럼Espace Émilie Forum d’improvisation’을 이끌어가며 취향의 다양성이 사회를 치유할 것이라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식물의 마음>
동거 식물을 찾아서 / 꽃시장에서 / 그대로 둔다 / 식물을 돌보는 시간 / 프라질리떼Fragilité, 연약함의 미학 / 식물의 죽음 / 어떤 울음은 노래가 되고 / 서울 / 시들지 않는 장미 / 이 식물이 내일 죽는다면 / 속물근성 / 그런 날 / 식물들의 마음 / 애도 일기 / 비밀

<피아노가 있는 방>
전주곡 / 돌돌이와 캔디크러쉬 / 오늘의 메트로 / 카페에서의 변덕 / 피아노가 있는 방 / 마음과 정서의 일 / 기억의 공간 / 시간이 잘 가는 집 / 베르니에 선생님 댁 / 그 겨울밤 / 그녀의 이름은 ‘괜찮을 거야’ / 소년을 위하여 / 부치거나 부치지 못한 편지들 / 나의 사랑하는 카페 / 파리는 언제나 파리 / 그대는 나에게 / 고양이와 에르메스 /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기 / 은진 에밀리 / 피아노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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