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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달리기> 메디치상과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 온 작가 장 에슈노즈의 『달리기』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80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새로운 누보로망 작가]로 불렸던 에슈노즈는 『체로키』(1983년 메디치상), 『나는 떠난다』(1999년 공쿠르상) 등으로 유럽권의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달리기』는 실제 인물의 삶을 줄거리로 삼은 소설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전설적인 달리기 선수 에밀 자토페크의 이야기다. 에밀 자토페크Emil Zatopek(1922~2000)는 1952년 올림픽 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육상 선수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 치하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다. 『달리기』는 전기 소설의 형식을 차용해, 주인공이 달리기를 시작하기 직전부터 달리기를 그만두는 시점까지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에슈노즈의 차분하면서도 권위 있는 어조로 재구성된 에밀의 삶은 깔끔하고 우아한 문체의 힘 아래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출판사 서평

[인간 기관차],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

『달리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모라비아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에밀의 이야기다. 금발에 키가 크고, 세모진 얼굴에 항상 웃음을 달고 다니며, 맑은 눈빛에 높은 목소리를 지닌 온화한 이 청년은 이제 열일곱 살로, 신발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고 있다. 평소 운동을 싫어하던 에밀은 공장에서 달리기 경기가 열리는 바람에 마지못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곧 자신이 달리기를 잘할 뿐만 아니라 내면에 남을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번 달리기 시작한 에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트레이너도, 담당 주치의도 없이 홀로 경기장 트랙에 섰던 에밀은 마치 기계와도 같은, 어찌 보면 괴상망측한 달리기 주법으로 무조건 빨리 달린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 끝에 결국 그는 각종 국제 경기의 우승을 거머쥐며 체코슬로바키아의 전설적인 마라톤 선수가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물결에 휩쓸린 에밀의 삶은 그리 평탄치 않다. 체코슬로바키아를 대표하는 육상 선수가 되어 한때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국민 영웅]으로까지 칭송받았던 그는 뒤이은 민주화의 부름에 양심껏 반응하고, 그 결과 달리기를 통해 누렸던 온갖 명예와 부를 빼앗긴다. 그리고 이제, 달리지 못한다.

20세기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적 상황은 이 [인간 기관차] 에밀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풋풋한 청년이었던 에밀의 생애는 갈수록 스스로 의도치 않은 얼룩이 지기 시작한다. 체코슬로바키아 최고의 마라톤 선수로 부상하며 한때 공산주의자의 표본으로까지 칭송받던 에밀은 훗날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멸시받는다. 또한 그는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로 서구권에서 열리는 육상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남들의 권유로 시작한 달리기를 다시 남들의 권유로 그만두게 된다. 작가 에슈노즈는 이 굴곡진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어떠한 판단도 더하지 않고 보여 주고 있다. 남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특별한 순간을 살아 낸 한 남자의 가장 빛나는 모습, 달리기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달리기를 마치는 시점까지, 그 절정의 시작과 끝을 그린다.

주인공 에밀 자토페크

▶ 1948년 런던 올림픽
10,000미터 달리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5,000미터에서 은메달 획득
▶ 1952년 헬싱키 올림픽
5,000미터 ? 10,000미터 ? 마라톤 3종목에서 모두 우승, 올림픽 신기록 달성
▶ 1956년 하계 올림픽
올림픽 2주 전 탈장으로 수술 후 참가해 마라톤에서 6위 기록, 다음 시즌 은퇴

에밀 자토페크는 오늘날 체코 동부에 있는 코프르지브니체에서 태어났다.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로 1948년, 1952년, 1956년 올림픽에 참가해 각종 기록을 세우며 당대 최고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부인 다나 자톱코바 또한 1952년과 1960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투창 선수였다.

자토페크는 당시 효율적인 달리기 주법으로 여겨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주법을 사용했다. 달리기를 할 때 머리와 윗몸은 마구 흔들렸고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찡그린 모습이었다. 게다가 달리면서 색색거리며 거친 소리로 숨을 몰아쉬어 [인간 기관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달리기 선수로 성공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으며 공산당에서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당내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면서 프라하의 봄 이후 각종 직위를 박탈당하고 우라늄 광산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되었다. 오랜 병치레 끝에 자토페크는 프라하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78세였다.

인터뷰
[르 텔레그람]2009. 4. 26.

메디치상과 공쿠르상의 영예를 안고 있는 작가 장 에슈노즈는 오늘날 현대 문학의 지도에서 남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체코의 유명한 달리기 선수 에밀 자토페크의 삶을 소설로 쓴 에슈노즈를 [르 텔레그람]이 만났다. (2009. 4. 26.)

어떻게 자토페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전설적인 운동선수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내게 덜 익숙한 영역을 탐험하고 역사에 대한 것들을 배우기를 원한다. 처음에는 사이클 경주나 자동차 경주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경기의 경우 우선 해당 기계에 대한 기술적인 요소들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자연히 혼자서 하는 운동 쪽으로 관심이 옮겨 갔다. 경보, 수영, 그리고 달리기. 그리고 [자토페크]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그에 대한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불평등한 사회와 폭력적인 역사 가운데 그가 얼마나 독보적인 운동선수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실존인물인 자토페크의 삶을 뒤쫓는 글임에도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역사가도 아니고 전기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도 아니고, 그냥 소설가다. 나는 에밀 자토페크를 소설가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평소 가상의 인물을 다루듯 에밀을 다루고자 했다. 그렇게 여느 소설가처럼 에밀의 삶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했다. 실제 그의 삶을 지켜 나가면서 그 삶과 더불어 어울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전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요소도 충족시키지 않는다. 에밀 자토페크의 원래 이름 [Emil] 또한 [Emile]로 표기해 일반적인 전기 소설과 달리 거리를 두고자 했다. 이는 소설가로서의 내 자유이기도 하다.

철저히 해설자의 입장에서 자토페크가 걸어온 길을 바라본 바 있다. 이유는?
만약 내가 에밀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썼다면 그건 정직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에밀의 일생이 아닌, 그의 인생 중 일정 부분을 택해 다뤘다. 각종 보도를 통해 접한 에밀의 삶이 그만큼이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보다 행동을 다루는 쪽을 선호하기도 한다.

내용 가운데 역사적인 사실들, 즉 제2차 세계 대전이나 소련의 간섭을 받는 체코슬로바키아, 올림픽 경기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의 날짜는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이 책을 쓰면서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하나는 역사적 사건들의 날짜를 명시하지 말자는 것, 또 하나는 자토페크의 삶을 연대기순으로 나열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런 숫자들이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알리는 데에 반드시 정확한 일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숫자들이 지나치게 기술적인 장치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편인가?
어릴 때 달리기를 정말 좋아했다. 그렇다고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 아주 근면한 학생이었던 건 아니고. 중거리 달리기의 경우 꽤 잘 뛰는 편이었지만, 우기지는 않겠다. 또 다른 운동으로는 수영을 좋아한다.



저자 소개

장 에슈노즈

Jean Echenoz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새로운 누보로망 작가] 장 에슈노즈는 실은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색을 지닌 작가다. 1947년 12월 26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오랑주에서 정신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장 에슈노즈는 대학에서 사회학과 토목 공학을 공부한 뒤 31세에 소설을 한 편 썼다. 이 소설 『그리니치 자오선』이 프랑스의 권위 있는 미뉘 출판사의 눈에 들었고, 에슈노즈는 훗날 미뉘를 대표하는 새로운 작가로 자리 잡았다.
에슈노즈는 그에게 1979년 페네옹상을 안겨 준 데뷔작 『그리니치 자오선』에 이어 1983년 『체로키』(메디치상), 1987년 『말레이시아 항해』, 1988년 『점령』, 1989년 『호수』(유럽문학대상), 1992년 『우리 셋』, 1995년 『금발의 여인들』(11월상), 1997년 『일 년』, 1999년 『나는 떠난다』(공쿠르상), 2003년 『피아노에서』, 그리고 실제 인물의 삶을 줄거리로 삼은 두 소설 『라벨』(2006)과 『달리기』(2008)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전설적인 마라톤 선수 에밀 자토페크(1922~2000)의 삶을 그린 『달리기』는 전기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전기 소설과 달리 시간의 흐름 대신 공간의 이동에 주목하며 주인공이 달리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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