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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가이드

* 배경/분야: 현대소설
* 작품 키워드: 계약관계 복수 불치병/장애 사내연애 우연한만남 입양 짝사랑 트라우마 신파 까칠남 상처남 소유욕 순정남 연하남 외국인남 절륜남 후회남 능력녀/커리어우먼 상처녀 외유내강/현명한여인
* 남자주인공: 유리 안드레아-러시아의 레드 마피아, 블러디 체커로 불리는 냉혈한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겐 땡강쟁이가 되는 묘한 카리스마를 가진 마피아
* 여자주인공: 강은성-회계사, 사랑에 상처입고 시니컬해진 워커홀릭 이혼녀
* 이럴 때 보세요: 진지함과 유쾌함이 적절히 버무려진 소설을 읽고 싶을 때
* 공감글귀:
"고백했어. 한국에 가서 강은성 남편 데려와. 싸워서 이기면, 그 여잔 내 거야." - 유리


Secret Lover작품 소개

<Secret Lover> 내가 어쩌다 저 인간이랑 얽혀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걸까.

레드 마피아들의 왕. 블러디 체커. 갖은 악명으로 도배된 유리 안드레아와 그의 회계사 강은성.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의 인생을 한 순간에 삶의 현장 버라이어티 쇼로 만들어 버린 그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도망을 가야 하는데 대관절 일들이 왜 이리 꼬이는 지.

나름대로 험난한(?) 인생 역경을 딛고 익명의 지구인으로 살아보려던 은성의 앞에 핵폭탄 처럼 투척된 유리 안드레아. 사랑하는 것이 무서운 여자와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인 남자의 이야기.






-본문 중에서-

유리 안드레아. 별 인간 같지도 않은 인종을 만난 것은, 다시 말하지만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잘못이었다. 세상엔 강은성보다 예쁘고 뛰어난 여자가 많을지 모르지만 그녀보다 규칙적인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여섯 시에 기상했고 한 시간 동안 조깅을 했으며 그 후 여덟 시까지 식사를 한 뒤 아홉 시엔 집에서 나와 일터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시에 퇴근했고 집에 들어간 이후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이웃들조차 은성이라는 이름을 모르니 말 다한 셈이었다.
“은성 씨, 식사는 했어요?”
“네. 하고 왔어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순한 얼굴 덕택에 미운털 안 박히고 저택에 적응한 은성이 가정부 마샤와 한마디 대화를 나누고 발코니로 향했다. 그녀의 집에서 나온 후 꼬박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전망 하나만 보고서도 그 발칙한 하드 레이싱을 용서할 만큼 아름다운 저택이었다.
“일 시작해.”
……그러니까, 저 악랄한 고용주만 아니라면. 하도 이를 악물고 웃어서 그런지 이른 나이부터 턱 관절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은성이 ‘릴랙스’를 수십 번 읊조리고 뒤로 돌았다.
그러고 보니 그날도 저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해서 그 사단이 났지.
남이 입었으면 은색 슈트라며 칭송했을 양복을 갈치, 라고 비웃어가며 그의 뒤를 졸졸 쫓아가던 은성이 새삼 그날의 공포가 떠올라 몸을 떨었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그날은 유달리 날이 춥고, 눈까지 내리는 12월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은성은 아침으로 잘 익은 토스트와 프라이를 먹고 새로 산 부츠의 굽에 적응해가며 걷고 있었다. 총총총. 유달리 세상만사에 무신경한 그녀라도 그날의 날씨만큼은 정말 구리구리하다며 불평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광장에 사람이 몰렸다.
왜?
라는 질문을 한 순간 그녀의 인생이 아작 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절대 그 태풍의 눈에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박 반년이 지난 뒤 강은성은 매일매일 이를 간다. 그곳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원형을 그리며 서 있었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다 죽어가는 노인 곁을 지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주름진 손을 핥으며 울고 있었다. 몇몇이 손을 내밀어도 그 녀석은 올 생각을 안 했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성이 다가가기 전까진.
‘이리 와.’
다시 생각해 보면, 대체 그게 무슨 훈훈한 광경이었나 싶지만 이 추운 날, 이런 곳에서 죽은 주인의 곁을 지키며 있는 고양이 한 마리라니 그녀같이 감수성 철철 넘치는 여자가 보기엔 왠지, 꼭, 반드시 돌봐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지 않는가. 은성은 가방에서 꺼낸 스카프로 고양이를 돌돌 싸매고 여전히 총총한 걸음을 옮겨 그 녀석을 데리고 일터로 떠났다. 정말 그게 다였는데.
“안 먹어?”
“먹고 있어요. 맛있네요. 어디 거예요?”
“모르는 게 좋을걸.”
은성은 그 말에 이제껏 맛있다고 마셨던 홍차를 상대방 얼굴에 뱉어 버리고 싶었다.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이 망할 놈아! 입가를 파들파들 떠는 은성의 얼굴이 제법 웃겼는지 유리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웃기니. 내가 피 토하니까 웃기니. 내가 죽었다 그러면 입 찢어지겠다, 너.
“끝났어?”
“네.”
“빠르네.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데.”
“아하하하하. 칭찬이에요?”
“다른 놈들 회계도 봐주고 있는 거 아냐?”
저 개놈시끼 주둥이를 그냥. 냉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딱 이거였다. 내 꺼에만 집중해, 이 여자야. 혹여나 다른 짓 하다 걸리면 넌 그날로 사지 말단이랑 빠이 빠이 하는 거야.
“출발은 언제해요?”
“내일.”
“아, 그럼 오늘은 그냥 집에 가도 되나요?”
그 말에 입가로 가져가던 찻잔이 멈칫, 하고 선다. 흔하지 않은 흰 피부에 조금 탈색된 흰 머리. 그리고 회색 눈. 그중 유일하게 붉은 입술이 눈 위에 떨어진 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블러디 체커. 피를 본만큼 체크해서 돌려준다는 무서운 인간의 심기를 건드린 은성은 머리부터 발까지 한순간에 굳는 경험을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 하. 하. 하.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냥 해 본 소리에요. 다시 오고가려면 불편하죠. 그래요. 그냥 여기 있을게요. 오랜만에 마샤랑 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고맙군.”
“그럼요, 그럼요. 저도 여기 좋아하는데요. 아, 생각난 김에 지금 마샤한테 좀 갔다 올게요.물어볼 게 많았거든요.”
다다다다 말을 쏟아 낸 은성이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우아하게 차를 마신 유리도 함께 일어난다. 183센티,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치고는 큰 키도 아니라는 데 그가 일어날 때면 언제나 저 밑바닥까지 패대기쳐지는 기분을 맛보는 은성은 점차 덜덜덜 떨리는 팔을 애써 매만졌다. 좀처럼 웃지 않는 그가 싱긋, 하고 웃더니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는다.
엄마. 이 변태새끼가 내 허리 만져.
“같이 가지? 나도 너랑 오랜만인데.”
왼발, 오른발. 걸음마를 떼는 기분으로 한 발짝씩 걷는 은성의 얼굴에 ‘악몽’이라는 말이 크게 떠올랐다. 앞으로 일주일간 또 이 집단에 소속되어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저자 프로필

Urabi

2015.07.09.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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