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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가이드

* 배경/분야: 판타지로맨스
* 작품 키워드: 운명적만남 초월적존재 기타 바람둥이 능력녀/커리어우먼
* 남자주인공: 풍월 - 삼대독자, 훤칠한 미남자로 여러 여자를 홀리는 능력에 배짱이 있는 남자
* 여자주인공: 백월 - 여신 영등의 딸이자 바람의 여신, 남자 같아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솔직한 여자
* 이럴 때 보세요: 특이한 소재와 색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책 소개

<별애(別愛)>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동양판타지로맨스로 그린 ‘절애(切愛)’에 이은 그리스로마신화 2탄! 이번엔 에로스와 프쉬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등일을 맞이해 지상으로 내려온 여신 영등은 여인들의 마음으로 유희를 즐기는 풍월을 벌주려 한다. 통곡의 탑으로 끌려온 풍월에게 영등의 딸인 백령이 접근한다. 풍월에게 발랐어야 할 ‘사랑의 묘약’에 실수로 닿고 만 백령은 어머니의 분노를 산 풍월에게 반해버리는데…….

-본문 중에서-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비취가 박힌 비녀에 금으로 만든 뒤꽂이를 꽂아 화사하게 단장한 영등은 기분 좋은 얼굴로 남실바람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정성껏 음식을 차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영등은 마을 하나를 골라 천천히 거닐며 인간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헤아릴 수 없는 말소리 중, 영등의 관심을 끄는 목소리가 있었다.
“스무 날(20일, 영등이 천상으로 돌아가는 날) 전에는 장도 서지 않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낼 참인가? 책벌레처럼 글만 들여다보려는가?”
“그러는 자네에겐 대단한 유희가 있는가?”
“있다마다.”
“그게 무언가?”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라, 미풍이 불어 뭇 처자들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야 사내대장부라 할 수 있겠는가?”
잘난 집안의 선비라 하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었다. ‘처자’라는 말을 듣자 반색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떤가, 누가 가장 많은 처자의 마음을 얻는지 내기하는 것은?”
“예끼, 이 사람! 풍월 자네야 그 훤칠한 허우대에 그 옛날 춘추공도 울고 갈 미남자이니 눈짓만 슬쩍 주어도 처자들을 홀릴 것이나, 우리 같은 처지들이야 어디 그런가? 한데 내기를 하자니, 가당치 않네.”
오죽했으면 화랑 중 으뜸이라는 ‘풍월주’에서 딴 ‘풍월’을 자로 쓸 정도였다. 곁에 서면 어깨가 움츠러드는 벗과 처자들의 마음을 홀리는 내기를 하는 것은 말과 달리기 내기를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처자들의 마음을 얻은 줄은 어떻게 아는가?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요,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는 내기라며 손사래를 쳤어도, 영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지 다른 벗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 왔다. 풍월이 무릎을 탁 치며 아주 좋은 질문이라 칭찬했다.
“거야 쉽지. 정표로 수를 놓은 손수건을 달라고 하세. 스무 날에 가장 많은 손수건을 가져오는 이가 내기에서 이기는 것일세.”
“누이나 누이의 친구들을 동원하여 편법을 쓸 수도 있잖은가?”
“그렇게까지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내기를 말았어야지. 뭐, 하고 안 하고는 자네들 마음이니 알아서 하시게들.”
풍월이 저는 그저 무료하여 던진 말일 뿐, 하든 안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투로 말하곤 서적을 뒤적였다. 구미를 당기고도 남는 제안이라, 서로 체면을 차리느라 섣불리 좋다고 말하지 못하던 벗들이 슬금슬금 서로를 보며 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풍월이야 그렇다 치고, 남은 둘보다는 내가 낫지!’
‘풍월은 없는 것으로 치고, 이등을 하자면 내가 못할 것도 없지!’
‘어차피 꼴찌만 하지 않으면 밑져야 본전. 내가 꼴찌일 리 없으니 이 내기를 승낙해도 좋으리라!’
동상이몽에 젖은 풍월의 세 벗이 크흠흠, 헛기침을 몇 번 했다.
“뭐, 좋네! 나는 그 내기하겠네.”
“오, 나도 같은 생각이네.”
“의리가 있지, 자네들이 하는데 나만 빠질 수 있나? 나도 합세!”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풍월은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 냈다.
“알겠네. 그럼 다들 스무 날에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합세. 건투를 비네!”
아리따운 처자들에게 직접 수놓은 손수건을 받을 꿈에 부푼 젊은이들이 흥겨운 발걸음으로 제각기 헤어졌다.
‘사모하는 마음을 고작 내기에 쓰다니, 몹쓸 놈이로고!’
괘씸하다 생각한 영등은 실바람으로 변하여 내기를 제안한 ‘풍월’의 뒤를 쫓았다.
“저기, 풍월 도령이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처자들이 풍월을 발견하곤 얼굴을 붉혔다. 양갓집 규수들인지라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계집종을 시켜 인사를 건네거나, 다른 곳을 보는 척 슬쩍 눈길을 풍월 쪽으로 던졌다.
여인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풍월은 부러 걸음을 늦춰 천천히 걸으며 바람을 탄 벚꽃 잎처럼 제게 쏟아지는 시선을 맞았다.
‘저런, 저런.’
영등은 풍월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을 올리는 처자들을 보며 혀를 찼다. 저리 쉽게 휘둘려서야 스무 날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보지 않아도 훤히 알 것 같았다. 이때, 영등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어떤 말소리가 들렸다.
“허어이. 윗마을, 아랫마을, 건넛마을 할 것 없이 그저 온 동리가 다 풍월 이야기뿐이니 영등이 강샘을 하고도 남겠구먼!”
남 말하길 좋아하는 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영등의 낯빛이 변했다. 고귀한 여신인 그녀가 한낱 인간 따위를 강샘 할 거라니, 이보다 더한 모욕은 없었다.
‘그자를 가만두어선 안 되겠구나!’
영등일에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그녀가 매몰차게 돌아서자 화려한 치맛자락이 빛을 받은 칼날처럼 빛났다.

그날 밤, 풍월의 부모는 같은 꿈을 꾸었다. 청색과 녹색으로 빛나는 용이 나와 영등일에도 유희를 즐기는 풍월의 행동을 크게 꾸짖었다. 매우 놀란 부모는 가문을 이을 3대 독자이니 그저 살려만 줍시오, 하며 빌었다. 간청하던 풍월의 부모에게 용이 말하길, 풍월에게 기회를 줄 테니 모월 모시에 한라산을 오르라 하였다. 동시에 꿈에서 깨 눈을 뜬 풍월의 부모는 식은땀을 닦아 냈다. 그들 부부는 서로 표정을 보고선 같은 꿈을 꾸었음을 깨달았다.
“어찌하면 좋으리까?”
하나뿐인 아들 걱정에 모친은 벌써 발을 동동 굴렀다. 부친 역시 낯빛이 밝지 않았으나, 그거 우연이라 생각하자며 부인을 달랬다. 그러나 다음 날, 또다시 꿈에 나온 용이 제 말을 이행하지 않을 시, 풍월은 요절하리란 무시무시한 저주의 말을 남겼다.
번쩍 눈을 뜬 부부는 제집 주변을 맴도는 매서운 북풍에 놀라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춘풍이 노니는 계절에 엉덩이 무거운 북풍이 설치니 겁먹은 가축들이 음메음메, 왈왈, 꼬끼오 꼬끼오 짖으며 불안을 표출했다. 그저 개꿈이라 무시할 것이 아님을 직감한 부부가 서둘러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종자 귀돌이가 가져온 편지에 안부를 묻는 것이겠거니, 하고 받아 들었던 풍월은 제 눈을 믿지 못하겠는지 같은 곳을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날더러 한라산엘 오르라고?”
“예. 도련님. 아니 가시면 큰일 납니다!”
도련님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던 귀돌이가 얼른 차비하시라며 재촉했다.
“그 무슨 해괴한 소리냐?”
“아이고, 도련님. 해괴고 무엇이고 지금 태평이 앉아 계실 때가 아닙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해야 합니다!”
오두방정에 가까운 귀돌의 재촉에 풍월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자 프로필

탄실

2019.02.1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탄실

장르소설 작가. 즐겁게 상상한 글을 흥겹게 쓰고 있다.

대표 저서

솔개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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