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번 바람 피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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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은 잘생긴 우성 오메가였다. 그는 할아버지가 미국인인 쿼터 혼혈인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혼혈이라는 것은 잘 몰랐다. 그래도 적당히 이국적인 한국인처럼 보이는 외모는 첫인상에 꽤나 호감을 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붙임성이 좋았고, 잘생긴 편이었고,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외모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페로몬에 민감한 알파들이 그에게 큰 호감을 가졌지만, 알파가 아니라도 대부분 그에게 우호적이었다. 율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것을 기꺼워하다 못해 당연하게 여겼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그의 연애사는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율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남자들과 가볍게 만나곤 했고, 괜찮은 사람이 보이면 지체 없이 애인을 갈아치웠다. ‘괜찮은 사람’의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돈, 매너, 학벌, 때로는 그냥 성격,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 그리고 그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서정우를 만나게 되었다.
정우는 율의 대학 후배였는데 그보다 세 살이 어렸다. 율은 정우가 학과 신입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율은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려보이는 동안이었는데 정우는 나이보다 다섯 살은 많아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서정우를 처음 본 율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존나 잘생겼네.’
율은 잘생긴 편이었으나 평범한 키에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비율이 좋아서 헐렁한 옷을 입으면 꽤나 모델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정우를 보니 딱히 그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커다란 몸에 딱 맞는 셔츠와 바지, 왁스를 칠한 새까만 머리와 짜증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 보이는 날선 눈동자까지. 어디 하나 살가운 구석이 없는데 정우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8cm쯤 되어 보이는 키로 의자에 털썩 앉고 긴 다리를 꼬는데 엄청나게 큰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율은 그와 꽤 떨어져있는 곳에 앉아서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잘생겼다고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말했다시피 율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척도 중 가장 우선순위는 외모였다. 그러니까 그가 정우에게 다가가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우가 첫인상부터 눈에 띄는 외모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기에, 율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입학식 며칠 뒤부터 정우가 폭력 조직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뒷소문이 돈 것이다.
율은 그것이 헛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오히려 소문 덕분에 그에 대한 호기심만 커졌다. 하지만 소문을 믿고 그에게 다가가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정우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율처럼 소문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만, 정우의 태도가 워낙 무뚝뚝하고 차가워서 그나마도 떨어져 나가버렸다.
하지만 율은 그 냉담한 태도에도 전혀 상처받지 않고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했다. 대답이 없어도 인사를 하고 혼자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아주 난리였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그의 붙임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대화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갈 때쯤에, 결국 율이 승리를 거뒀다. 두 사람은 학교 앞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율의 자취방에서 2차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몸을 섞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정우는 율에게 사귀자고 말했다.
율은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남자에게 공들인 것은 처음이었는데 원하는 것을 쟁취해냈던 것이다. 그는 만족했고,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일궈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때가 시작이었다.

<한뼘 BL 컬렉션 시리즈>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BL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BL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_잠복 근무_송닷새
_클럽 블랙_송닷새
_우주 정찰대를 위한 경고문_따랴랴
_시선의 길목_먼스먼스
_책도깨비_경계선
_생일 소원_리커
위의 도서 외 매달 10여종 이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