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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하는 제국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정치/사회

분열하는 제국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소장종이책 정가24,000
전자책 정가25%18,000
판매가18,000

분열하는 제국작품 소개

<분열하는 제국> 가장 독창적이며 실제에 딱 들어맞는 미국론

북미를 캐나다 13개 주, 멕시코 31개주, 미국 51개 주 등 3개의 연방국가로 무 자르 듯 나눈 지도는 잠시 잊도록 하자. 그 지도의 경계선은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나눈 것처럼 매우 자의적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캐나다적, 멕시코적 특성도 조금씩 나눠 가지며 11개의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11개의 국민들로, 무수한 정체성과 갈등이 미국의 과거를 형성했고, 미래를 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갈리고 만 정체성은 사실 이들 각자의 국민이 자기 생존에 가장 유리한 쪽을 택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인데, 저자는 바로 이 분열된 대륙의 역사를 관통하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최소 두 곳이 지금도 나라를 세우려는 열망을 불태우고 있으며 나머지도 한번쯤은 건국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11개의 국민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북미인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수많은 모순된 자아를 갖고 있는 국가,
이들은 자신을 ‘미국’이라고 불렀다!

★뉴리퍼블릭 2011년 올해의 책
★글로벌리스트 올해의 책
★메인 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열한 개의 자아를 가진 미국이란 나라

당신의 이웃에 한 사람이 살고 있다. 일요일 아침마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교회에 나간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 사람이 지나가는 흑인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런가 하면 재즈 공연장에서 문화와 예술을 찬양하는 데 여념 없는 그의 모습이 목격된다. 집 화단엔 그가 마치 직업 농부라도 되는 양 가꿔놓은 온갖 채소와 식물이 그득하다. 그리고 다음 날엔 또다시 TV에 나오는 민주당 후보를 가리키며 “빨갱이”라고 소리친다. 이쯤 되면 당신은 그가 슬슬 무서워질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듯 이질적인 모습을 갖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 여기, 마치 분열증을 앓는 듯 모순된 면모를 가진 나라가 있다. 바로 11개의 국민들로 나뉜 데다 그 분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면마다 “근본적인 공동 가치를 회복하자”고 말하지만, 그런 ‘원형적 가치 따위’는 미국에 있었던 적이 없다. 미국의 가장 고질적인 분열은 레드 주(공화당 우세 주)와 블루 주(민주당 우세 주), 보수와 진보, 자본가와 노동자, 백인과 흑인, 신앙인과 세속주의자 사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이 결코 의견 일치를 보이는 법이 없는 11개 ‘지역 국민regional nations’들로 구성된 연방국가라는 데서 기인한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주는 물론이고 나라 간 국경도 대수롭잖게 여기는 이 지역의 국민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경을 마치 캘리포니아, 텍사스 주 경계선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면서 피를 흘리며 싸웠다. 이들 중 6개 국민은 대영제국으로부터의 독립 운동에 참여했고, 4개 국민은 영어를 쓰는 경쟁자들에게 정복당했지만 아직 그 명맥을 잇고 있다. 19세기 후반에는 미 서부 개척자들에 의해 서쪽에서 2개 지역 국민이 추가로 탄생했다. 어떤 국민은 여러 문화가 뒤섞인 다원화 사회를 세웠고, 또 다른 국민은 프랑스, 스페인 혹은 앵글로색슨의 유산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떤 국민도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일부로 융화됐다는 징후를 보여준 적은 없다. 오히려 1960년 이후, 국민 사이의 단층선이 훨씬 넓어지면서 더 격렬한 문화 전쟁과 헌법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북미를 캐나다 13개 주, 멕시코 31개주, 미국 51개 주 등 3개의 연방국가로 무 자르 듯 나눈 지도는 잠시 잊도록 하자. 그 지도의 경계선은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나눈 것처럼 매우 자의적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캐나다적, 멕시코적 특성도 조금씩 나눠 가지며 11개의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11개의 국민들로, 무수한 정체성과 갈등이 미국의 과거를 형성했고, 미래를 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갈리고 만 정체성은 사실 이들 각자의 국민이 자기 생존에 가장 유리한 쪽을 택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인데, 저자는 바로 이 분열된 대륙의 역사를 관통하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최소 두 곳이 지금도 나라를 세우려는 열망을 불태우고 있으며 나머지도 한번쯤은 건국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11개의 국민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북미인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양키 선생, 타이트워터 지주, 디프사우스 귀족
vs 두메산골 촌뜨기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먼저 주목할 것은 매사추세츠 만 해안가에 세워진 양키덤이다. 칼뱅주의자인 그들은 뉴잉글랜드 황야에 종교적 유토피아를 세우겠다며 정착했다. 교육과 정치의 중요성을 믿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금욕도 불사했던 양키들은 정부가 삶의 질을 높인다고 굳게 믿는다. 그들이 보기에 정부는 외세와 기업, 귀족들의 탐욕에 맞서 자신들을 지켜줄 존재다. 교육 수준이 높은 견실한 중산층 집단인 양키는 지적 성취를 중요시하며 지난 4세기 동안 활발한 정치 참여를 하면서 지구상에 좀더 완벽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노력해왔다. 오늘날엔 비록 종교적 색채가 옅어졌지만 그들은 ‘세속적 청교도주의자’로서 여전히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타이드워터인들은 한마디로 미국의 ‘지주’들이다. 그런 만큼 보수적이고, 권위와 전통에 기대며, 대중의 정치 참여나 평등을 반기지 않는다. 태생이 영국 남부 젠트리의 후손들이기에 특권의식을 지니는 것도 그리 놀랍진 않다. 초기 공화정과 식민시대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사회를 형성했던 이들은 영국의 반半 봉건문화를 가져와 버지니아 저지대, 메릴랜드, 델라웨어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동북부를 ‘젠틀맨’의 파라다이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인과 노예들을 부렸던 타이드워터의 엘리트들이 어쨌든 미국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며 헌법에도 귀족적 요소들을 심어 넣었다. 가령 오늘날 미국이 직접선거를 치르지 않고 의회가 임명하는 상원의원 제도와 선거인단 제도를 보유하게 된 것은 이들 때문이다.
디프사우스는 바베이도스 노예 소유주들이 세운 곳이다. 잔인하고 횡포한 이곳 제도를 보고 동시대 영국인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다. 미국 역사에서 디프사우스는 백인우월주의와 귀족적 특권의 보루였다. 고대 노예국가를 모델로 한 고전적 공화주의 국가 같은 이곳은 북미에서 가장 반민주적인 일당 체제 사회였으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첫 번째 변수는 여전히 인종이었다. 1861년 남북전쟁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양키와 타이드워터인, 디프사우스의 우월감을 모조리 경멸한 국민들이 있으니, 바로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인들이다. 북아일랜드와 북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저지대 접경 지역의 거칠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이들의 조상이다. 대중문화를 통해 흔히 ‘레드넥(교육 수준이 낮고 보수적인 시골 사람을 일컫는 모욕적인 표현)’ ‘힐빌리(두메산골 촌뜨기)’ ‘하얀 쓰레기(가난한 백인을 뜻하는 은어)’라고 조롱받아왔다. 배타적 성향이 강한 이들 개척자는 인디언, 멕시코인, 양키들과 싸우면서 남부 산악지대와 오하이오, 인디애나, 일리노이, 아칸소, 미주리 오자크 지역 남쪽으로 퍼져나갔다. 영국 섬나라 출신인 까닭에 전사戰士와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한편 개인의 자유와 주권도 끊임없이 갈구해왔다. 그러니 귀족사회를 싫어한 것은 당연했고, 사회개혁론도 신뢰하지 않았다.
남북전쟁 동안 이 지역의 대다수는 북부 편에 섰던 반면, 이후 재건 시기에는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려는 양키들에게 거세게 저항하면서, 어제의 적이었던 타이드워터나 디프사우스 기득권층과 손을 잡기도 했다. 이들의 전투적인 문화는 앤드루 잭슨,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같은 인물들은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 군인들을 숱하게 배출함으로써 미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컨트리 음악, 기독교 복음주의 등에 영향을 미친 것도 이들인데, 자신들의 뿌리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까닭에 “이름 없는 사람들”로 불리기도 한다.

체제전복적이고 진보적인 뉴네덜란드, 레프트코스트
부동층 표밭 미들랜드

오늘날 세계가 가장 열광하는 뉴요커들에게 문화적 DNA를 심어넣은 것은 바로 뉴네덜란드 이민자들이다. 근대의 네덜란드가 개방성과 진취성으로 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만큼 뉴암스테르담(오늘날의 뉴욕)은 이질적인 민족과 종교들이 뒤섞이고, 투기적 열망과 물질만능주의로 불타올랐으며, 무엇이든 거래가 가능한 요란 시끌벅적한 도시였다. 이곳에선 누구도 헤게모니를 쥐지 못했고, 높은 수준의 톨레랑스를 보여줬으며,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지 않을 탐구의 자유를 보장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이런 요소들이 체제전복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다양성과 관용, 계층 이동, 민간 기업 육성은 실상 뉴네덜란드가 남긴 유산이다. 일찍이 이민자들의 첫 관문이 된 뉴네덜란드는 지금도 북미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기록된다.
진보적 성향으로 보자면 레프트코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태평양과 캐스케이드, 코스트 산맥 사이에 끼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밴쿠버가 이곳에 속한다. 압도할 만한 풍경과 온화한 기후를 가진 이 지역은 두 부류의 정착민들이 개척했다. 뉴잉글랜드에서 온 상인, 선교사, 벌목꾼 무리와 그레이터 애팔레치아 출신의 농부, 채굴꾼, 가죽 무역상 등이 그들이다. 양키들은 레프트코스트에 헌신적인 양키 선교사들을 파송했는데, 그런 까닭에 이곳엔 지성주의와 이상주의의 자취가 강하게 남아 있다. 레프트코스트는 양키들처럼 정부를 신뢰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탐구를 뒷받침해줄 사회개혁을 추구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이 지역에는 비옥한 아이디어의 토양이 다져졌다.
다시 말해 근대적 환경운동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트위터, 실리콘밸리와 같은 글로벌 지식혁명을 태동시킨 곳이 바로 레프트코스트다. 또한 뉴네덜란드와 더불어 게이 권리 운동이 발생한 곳이며, 1960년대 문화 혁명의 출발점이었다.
한편 미국의 여러 국민 중 가장 ‘미국인’다운 특징을 보유한 미들랜드는 영국 퀘이커교도들이 건설했다. 델라웨어 만 기슭에 세워진 이 식민도시는 인종·이념적 순혈주의를 배척하며 끊임없이 유입되는 정착민들을 반갑게 끌어안아 다원적 사회로 토양을 다져나갔다. 잘 조직된 서민층과 중서부 내륙의 농촌 문화를 형성한 이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정치에는 무관심한 특징을 지녔다. 일찍이 앵글로색슨이 아닌 독일계가 가장 많은 인구를 점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양키처럼 시민들을 위한 사회를 지지하면서도, 유럽 군주제를 피해 도망온 선조들의 영향 때문인지 톱다운 형식의 정부 개입을 극도로 싫어한다. 미들랜드는 오랫동안 ‘미국 표준어’로 채택된 방언이 발생한 곳이고, 미국 정치의 흐름을 점치기 위한 풍향계였으며, 노예제 폐지부터 2008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을 달군 모든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부동층’ 표밭이었다. 미들랜드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굳이 의식하진 않지만, 이웃 주들의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 부분적 동의만을 표하는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북미 정치에 매우 온건하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가장 이질적인 국민, 엘 노르테
헤쳐 모이는 미국인과 남겨진 질문들

미국인들에게 가장 미국인답지 않은 국민을 꼽으라면 엘 노르테인들을 지목할 것이다. 이들의 기원은 스페인 제국이 멕시코 북부의 몬테레이, 살티요 등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16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가장 오래된 유로-아메리카 국민이다. 오늘날 이 세력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양방향으로 100마일에 걸쳐 부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 남부와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임페리얼 밸리, 애리조나 남부, 뉴멕시코 대부분, 콜로라도 일부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인답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히스패닉이 압도적 비율을 점하기 때문이다. 한편 멕시코 쪽에서는 타마울리파스, 누에보레온, 코아우일라, 치와와, 소노라, 바하 칼리포르니아 주가 엘 노르테에 속한다. ‘노르테뇨’라고 하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한 이들은 미국인이 보기엔 너무 미국인 같지 않고, 멕시코인들이 보기엔 너무 미국화됐다. 특징을 꼽자면 멕시코 중부 지역 사람들보다 독립적이고 자립적이며 적응력이 뛰어날뿐더러 성취욕도 강하다.
그러나 국경지대의 무장경계가 점점 강화되면서, 엘 노르테는 냉전 시기의 독일과 비슷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즉 같은 문화를 가진 양측 사람들이 커다란 장벽에 의해 분리돼버린 것이다. 워싱턴 DC와 멕시코시티 지도자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지만, 많은 노르테뇨는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한다. 어쨌든 언젠가 자신들만의 나라를 갖겠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은 미국 내에서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역학 구도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엘 노르테 히스패닉의 향방에 따라 크게 달라지리라 전망된다. 20세기 후반까지 다른 국민들은 단 하나의 주 정부도 장악하지 못한 엘 노르테를 무시해왔다. 그들은 엘 노르테가 파웨스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디프사우스에 흡수돼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조용히 미국 인디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거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노르테뇨는 뉴멕시코, 남부 텍사스, 남부 애리조나의 정치와 문화적 삶을 다시 지배하기 시작한 데다 남부 캘리포니아까지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그들은 샌안토니오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주요 도시의 시 정부를 장악하고 뉴멕시코 주지사, 미 연방 의회, 뉴멕시코와 콜로라도 상원에도 자신들의 사람을 진출시켰다.
이처럼 수 세기 전에 형성된 미국의 다양한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 애초에 지녔던 문화와 인종, 종교적 신념 등이 퇴색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뉴욕 인구에서 네덜란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0.2퍼센트에 불과한데 과연 뉴욕을 네덜란드가 남긴 유산이라 할 수 있나? 매사추세츠와 코네티컷은 각각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뿌리 내렸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들 용광로에 녹아들지 않았는가. 이런 의문은 당연하지만 풀어야 할 사안은 매우 복잡하다. 한 예로 저자인 우다드의 가까운 조상들을 살펴보자.
루터교 농부였던 그의 증조부는 덴마크 퓐 섬에서 아이오와 서쪽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그들은 미들랜드 중서부 지역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곳의 기존 문화에 동화돼갔다. 아일랜드 가톨릭교도였던 그의 또 다른 증조부는 서부 내륙의 철광 구리 탄광에서 일했다. 그의 손주들은 자라서 파웨스트인이 됐다. 5대조 할머니의 가족들 역시 훗날 그의 사촌 처남이 될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일자리를 찾은 탄광은 퀘벡에 있었고, 그래서 그의 후손들은 자라서 프랑스어를 말하며 원주민 설신을 신고 여행을 다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터전을 옮긴 그들은 그곳에 있던 기존 문화를 바꾼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을 둘러싼 문화에 젖어들어갔다. 그들은 기존 지배 문화에 포섭되거나 거부할 수 있었지만, 그곳을 자신들 문화로 대체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윌버 젤린스키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타당하다. “최초의 정착민들이 아무리 소수였다 해도 장기간 지속되는 영향력 면에서 초기 정착민 수십 수백 명은 몇 세대 후 이주해온 수만 명의 새로운 이주민보다 문화지리학적으로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북미 대륙의 기동성은 한층 좋아졌지만, 이는 국민들 사이의 차이점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2008년 빌 비숍과 로버트 쿠싱이 쓴 『대분류』는 1976년 이후 미국인들이 자신의 가치관 및 세계관과 비슷한 커뮤니티로 각자 헤쳐 모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압도적인 차이(20퍼센트 포인트 이상)로 몰표를 던진 카운티에 사는 유권자는 1976년 26.8퍼센트에서 2004년 48.3퍼센트로 증가했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커뮤니티로 헤쳐 모이면서, 현재 미국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여러 개의 지역 국민들로 재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 * *

2007년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주(석사 이상 학위)는 양키들이 많은 매사추세츠(16퍼센트)였고, 가장 낮은 주는 디프사우스에 있는 미시시피(6.4퍼센트)였다. 그밖에 상위에 오른 주는 뉴욕(5위), 양키가 장악하고 있는 코네티컷(3위)과 버몬트(6위), 로드아일랜드(9위)인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하위 주로는 애팔래치아인이 많이 사는 아칸소(48위)와 웨스트버지니아(46위)가 꼽혔다. 그렇다면 어떤 주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협정에 가장 먼저 동참했을까? 유니언숍(노조가입 의무조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 주들은 어디인가? 태평양 북서부 지역과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는 어떤 카운티들이 공화당을 지지했을까? 반면 민주당을 지지한 카운티들은? 텍사스와 뉴멕시코의 어떤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과 함께 캐나다, 멕시코를 아우르며 북미를 통찰하는 이 책은 당장 미국으로부터 떨어져나오려 하는 두 개 지역과 더불어 2100년경 미국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까지 그려 보이고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 콜린 우다드 Colin Woodard
작가이자 역사가로서 50여 개국, 6개 대륙에서 취재해온 저널리스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통신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코노미스트』 『스미스소니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마이애미 헤럴드』 『뉴스위크/데일리비스트』 등 수많은 매체에서 기사를 써왔다. 지은 책으로 『랍스터 해변The Lobster Coast』 『해적들의 공화국The Republic of Pirates』과 『대양의 끝Ocean´s End』 등이 있다. 현재 메인 주 포틀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www.colinwoodard.com


옮긴이 정유진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부, 정책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등을 거쳤다. 『10년 후 세계사』의 공저자이며,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를 공역했다.

목차

서문

제1부 기원: 1590~1769
1장 엘 노르테의 탄생
2장 뉴프랑스의 탄생
3장 타이드워터의 탄생
4장 양키덤의 탄생
5장 뉴네덜란드의 탄생
6장 식민지들의 첫 번째 반란
7장 디프사우스의 탄생
8장 미들랜드의 탄생
9장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의 탄생

제2부 불가능해 보였던 동맹: 1770~1815
10장 공동의 투쟁
11장 자유를 위한 여섯 번의 전쟁
12장 독립 혹은 혁명
13장 북부의 국민
14장 첫 번째 분리주의자들

제3부 서쪽으로 퍼져나가는 전운: 1816~1877
15장 양키덤의 서진
16장 미들랜드의 서진
17장 애팔래치아의 서진
18장 디프사우스의 서진
19장 엘 노르테 정복
20장 레프트코스트의 탄생
21장 서부를 향한 전쟁

제4부 문화전쟁: 1878~2010
22장 파웨스트의 탄생
23장 이주와 정체성
24장 신과 사명
25장 문화 충돌
26장 전쟁, 제국, 그리고 군사
27장 권력을 위한 투쟁 Ⅰ: 블루국민
28장 권력을 위한 투쟁 Ⅱ: 레드와 퍼플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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