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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SHIT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인문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
소장종이책 정가22,000
전자책 정가25%16,500
판매가16,500

HOLY SHIT작품 소개

<HOLY SHIT> 고대 로마와 성서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어라는 언어의 신성하고도 불경한 역사를 들춰내면서 "불경한 말"과 "천박하고 외설한 말"이라는 두 영역을 지적이고도 흥미롭게 탐색한다. 여정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고대 로마의 외설어는 요즘 극장가의 어느 영화배우의 입에서 나온 것, 오늘날 공중화장실에 적힌 외설스런 낙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 시대의 그것과 신묘하게 닮아 있다.

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에는 언어의 올바른 용법과 그릇된 용법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고, 이 차이는 종종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지었다. 또한 이 책은 18세기의 이른바 문명화와 더불어 나타난 언어 검열의 경향을 추적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출현한 인종비하어에 관해 고찰하며, 비속어의 생리적 효과인 심박수 증가와 통증에 대한 인내력 향상에 대해 검토하는가 하면, 미연방통신위원회와 미국 의회는 물론이고 요즘 청소년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릴 법한 질문, 그러니까 과연 현대인은 옛사람에 비해 더 많은 상소리를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해답을 제시한다.

한편 이 책은 사전학과 문화사의 보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성시되어온 언어와 금기시되어온 언어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나간다. 상소리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변화의 원인이 된 문화적 관심사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고급하게든 저급하게든 낱낱이 표현했던 단어들을 살펴봄으로써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하는 말,
불경한 말, 상스러운 말, 음탕한 말,
더러운 말, 저주하는 말, 모욕하는 말
오로지 그 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속되고 난삽하고 멋들어진 세계에 관한
우아한 탐사

공중화장실에서 온갖 외설어와 비속어로 범벅된 낙서를 본 적이 있는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똥 멍청이’ 같은 앞사람을 두고, 개새끼같이 운전하는 옆 차를 두고, 나를 엿 먹인 ‘그 새끼’를 두고 혼잣말로 저주를 퍼부어본 적은? 영화에서, 거리에서 우연히 들은 ‘차마 들어줄 수 없는’ (혹은 ‘입에 착 달라붙는 속 시원한’) 상소리에 얼굴을 찌푸려본 (희열을 느껴본) 적은? ‘저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싶은 얼토당토않은 막말에 할 말을 잃어본 적은? 많은 사람이 현시대를 두고 상소리가 판을 친다며 혀를 찬다. 사실이 그렇다. 거리는 상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일곱 살배기 유치원생마저 “씨발, 어쩌라고!”라는 말로 부모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온라인 공간은 상소리의 향연장이라도 되는 듯 매일같이 신박한 상소리가 빵빵 터져 나온다. 상소리와 담을 쌓고 고상하게만 살 것 같은 사람도 어쩌다 한두 번은 상소리를 하거나, 듣거나, 읽게 된다. 그래서 걱정인가?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 모양 이 꼴인지 한심스러운가? 말하건대, 인간 역사에서 상소리가 범람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고대 로마에도, 성서의 시대였던 중세에도, 르네상스 시대에도, 세계대전으로 많은 이가 언어를 잃어버렸던 때조차 상소리는 흥했다. 멀리사 모어의 『HOLY SHIT』은 쇠퇴한 적이 별로 없는 바로 그 언어, 불경하고 천박하고 외설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관한 책이다.

극단적 감정들을 실어 나르는
가장 강력한 언어적 도구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말하는 능력을 잃고 병상 신세를 졌다. 그런 와중에도 한 문구만은 잊지 않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그 말을 해대는 통에 수녀들마저 혀를 내두르며 그를 병원에서 내쫓게 만들었다는 그 전설의 문구는 바로 “제기랄Crenom”이었다. 뇌리에 깊이 박혀 다른 말들이 기억에서 모조리 사라졌을 때조차 우리 기억에 남아, 결국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마는 욕설, 악담, 상소리는 그만큼 인간의 극단적 감정들을 어떤 언어보다 더 강력하고 정확하게 표출한다. 그룹 유투의 보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상소리의 바로 그 역할, 벅차오르는 행복감과 놀라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오롯이 집중해 “정말이지 씨발 기똥차게 멋진 상이네요!”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연방대법원에 불려가기도 했다.
상스러운 말의 사용은 심리적으로뿐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효과를 발휘한다. 비속어를 말하거나 들을 때 우리가 느끼는 당혹, 희열, 충격과 카타르시스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저런shoot”처럼 순화된 말보다 “젠장shit”같이 ‘제대로 된’ 비속어를 말할 때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근 상태로 더 오래 버텼다고 한다. 비속어는 심지어 죽음death이나 암cancer처럼 강한 심리적 반응을 불러오는 단어들보다도 더 강력한 피부전도반응을 유발했다. 어느 암기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평범한 말보다 금기어를, 그러니까 ‘입맞춤kiss’보다는 ‘씹하다fuck’를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어 능력은 자발적 활동과 합리적 사고를 통제하는 상위뇌(대뇌피질 영역)에서 담당하는 반면, 비속어는 감정과 투쟁, 자율신경계, 심박수를 관장하는 하위뇌(변연계)에서 다뤄진다는 사실도 비속어가 특별한 언어적 도구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말하자면 “응가poop를 눴다”거나 “대변excrement을 봤다”고 말할 때와, “똥shit을 싸질렀다”고 말할 때 우리는 같은 행위를 묘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후자는 지시 대상의 온갖 역겨운 특징, 그러니까 냄새나고 끈적끈적한 실체를 있는 그대로 우리가 하는 ‘말’에 소환한다. 문화인이라면 갖은 방법으로 감추려 드는 것들을, 비속어는 세상 밖으로 선명하게 드러내고, 까발린다. 상소리에 대해 수년 동안 생각하고 글을 써온 저자조차 “내가 이런 단어들로 인해 여전히 거북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소리가 지닌 힘을 증명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불쑥불쑥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초반에는 괜찮더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으리라. 저자 멀리사 모어의 말마따나 좋은 말과 나쁜 말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누군가에게는 “닥쳐” 같은 말이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충격적인 말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입 다무세요”가 더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모어는 전자에 속하는 독자든 후자에 속하는 독자든 누구라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학문적 충실성을 갖추면서도, 교양과 난삽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위트 있는 문체로 상소리의 세계를 그려냈다.
사전학과 문화사, 언어학의 보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성시되어온 언어와 금기시되어온 언어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나간 이 책은 상소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그 원인이 된 사회적·문화적 관심사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고급하게든 저급하게든 낱낱이 까발려온 단어들은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고대 로마부터 오늘까지,
영어 상소리의 3000년 역사

“그대의 이가 하나만 남고 몽땅 빠지기를. 그리고 그 하나 남은 이는 꼭 치통을 앓기를.”
_이디시어 악담

이 책은 고대 로마와 성서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어라는 언어의 신성하고도 불경한 역사를 들춰내면서 ‘불경한 말’과 ‘천박하고 외설한 말’이라는 두 영역을 지적이고도 흥미롭게 탐색한다. 여정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고대 로마의 외설어는 요즘 극장가의 어느 영화배우의 입에서 나온 것, 오늘날 공중화장실에 적힌 외설스런 낙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 시대의 그것과 신묘하게 닮아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예나 지금이나 상소리는 언어적으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진지하게 고찰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 또한 상소리는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창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쓰이는 대상에 대해 상소리를 지껄인다. 상소리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수 세기에 걸쳐 사람들의 정서적 삶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이야깃거리들을 소소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다”.
이야기는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언어학자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최악의 영단어, 이른바 ‘6대 비속어’는 씹cunt, 씹하다fuck, 좆cock/dick, 똥구멍ass, 똥shit, 오줌piss 등이다. 고대 라틴어에도 이 같은 10대 비속어가 있었다. 그것은 씹cunnus, 씹하다futuo, 좆mentula, 발기하다/할례받은 좆verpa, 공알landica, 똥구멍culus, 항문성교하다pedico, 똥 싸다caco, 이루마티오하다irrumo, 펠라티오하다fello 등이었다. 씹이나 똥 같은 외설한 말, 분변과 관련된 말들은 오늘날과 의미나 용법이 비슷하다. 그런데 현대 영어 대응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말도 있다. 이 차이에서 로마인의 삶이 현대인의 그것과 어떻게 달랐는지가 드러난다.

“왔노라, 씹했노라, 집에 갔노라.”
_고대 로마의 그라피토(건축물에 남긴 글씨나 그림)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을 쓰는 대상에 관해 상소리를 한다. 로마인은 성교에 마음을 썼다. ‘말하는 건축’의 사례인 아우구스투스 포럼, 오이케마 등의 도면을 보면 남근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섹스와 공격성, 섹스와 지배, 권력은 로마인에게 불가분의 관계였다. 고대 로마인은 성적 지향을 이성애/동성애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능동성과 수동성이었다. 상대는 중요하지 않았다. 평범한 위르vir(남자)라면, 여자와 소년 그리고 가끔은 성인 남자와 동침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했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는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여성을 향한 극단적인 욕망을 가진, 남성과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적기도 했다. 오늘날 같으면 그냥 ‘이성애자’라고 쓰면 되지만, 로마에는 오직 여성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성을 지칭하는 어휘가 마땅히 없었다.) 핵심은 그 상대와 무엇을 하는가였다. 말하자면 남성은 항상 능동적인 쪽, 삽입하는 쪽이어야 했고 결코 자신의 몸에 무언가 삽입되도록 허락해서는 안 됐다. 구강성교하라는 말은 로마인에게 더없는 모욕이었다.
한편 로마인들은 성교 중인 남녀가 모두 오르가슴에 도달해야만 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여성은 물질을, 남성은 형태를 제공한다고(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여성이 흙이면 남성은 여기에 씨앗을 뿌린다고) 여겼다. 남성은 뜨겁고 건조한 반면, 여성은 차갑고 축축했다. 이 체액 이론에 따르면 ‘성별’의 경계는 오늘날처럼 고정적이지 않았다. 여성이 뜨거워지면 남성으로 변할 수 있었고, 남성이 차가워지면 여성으로 변할 수 있었다. 요컨대 고대 로마에서는 오늘날 수술과 호르몬 투여 등으로 힘겹게 이루어지는 성전환이 너무도 쉽게 이루어져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할 정도였다. 여자들과 너무 어울려 지내거나, 군사 훈련을 등한시하거나 하면 여성으로 바뀌기 십상이었으니까.

“나를 더는 찢지 마라. 내 상처는 아프다. 그러니 맹세를 그만두어라.”
_스티븐 호스, 『맹세자들의 개심』(1509)

외설어의 대척점에 있는 영어 상소리의 또 다른 축은 서약어다. 중세 이후 가장 강력한 상소리로 자리매김한 서약어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과 행동을 단속했다. 하느님 또는 하느님에게 속한 것을 두고 하는 맹세는 그것이 거짓되거나 헛될 경우 사회의 질서정연한 삶을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또한 거짓 맹세와 그릇된 서약은 하느님의 몸을 찢고, 조각조각 해체했다. 맹세에는 규칙이 있었다. 우선 반드시 하느님을(또는 하느님의 성스러움이나 팔, 뼈 등 하느님의 속성 혹은 일부를) 걸고 이뤄져야 했다. 또한 반드시 진지하게, 오직 중대한 문제에 관해서만 맹세해야 했다. 하느님을 걸고 감탄이나 모욕을 해서는 안 됐고, 모든 맹세는 신실해야 했다. 무언가 진실이라고 맹세할 때는 그것이 정말 진실이어야 했고, 무언가를 하겠다고 맹세한다면 정말로 그것을 해야만 했다. 하느님의 이름을 그릇되게 사용하고, 하느님을 부정직한 일에 휘말리게 하여 거짓말쟁이 또는 거짓의 목격자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되었다. 하느님의 이름은 남용되어서도 안 됐다. 존경심을 갖지 않거나 위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막되게 사용하는 것은 모두 신성모독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빌어먹을God damn it”이나 “오 하느님Oh my God” 또는 “예수님 맙소사Jesus Christ” 등은 당시 사람들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불경한 말이었다. 성스러움에 대한 이 같은 강박은 가장 지독한 금기들을 탄생시키고, 자극적인 언어들을 출현시켰다.
오늘날 우리 눈에는 외설스럽기 짝이 없는 단어들이 중세 영어에서는 흔한 동식물 이름부터 교과서,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에서 널리 쓰였다. 연못가에는 똥줄shiterow, 바람씹군windfucker, 영리한똥구멍arse-smart이, 잔디밭에는 침대속오줌pissabed이, 나무에는 열린똥구멍open-arse이 있었다. 이것들은 왜가리, 서양민들레, 서양모과 등 평범한 동식물 이름에 다름 아니었다. 또한 영국 곳곳에는 똥잘싸는길Schetewellwey, 오줌싸는골목Pissing Alleys 같은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엔 사방이 후레자식bastard 천지였다. 후레자식 토머스Thomas Bastard, 그노카 씹없음Gunoka Cuntles, 벨 씹넓음Bele Wydecunthe, 로버트 영리한씹Robert Clevecunt 등.

“나는 저 여자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소.” (‘당신들이 관여하게 할 목적으로는.’)


로버트 사우스웰은 사람들에게 조금 색다른 선서 방식을 가르쳤다. 그것은 이른바 다의적 허위equivocation로서, 거짓을 입 밖에 내지 않되 중의적 표현과 심리유보(말을 생각만 하고 발설하지 않는 것)를 통해 듣는 사람을 기만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그저 말장난 같은 이런 모호한 기만의 말들은, 16~17세기에는 목숨을 좌우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영혼을 지키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다의적 허위를 통해 사람들은 사제를 숨겨주고도 지옥에 떨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연옥이란, 죄질에 따라 “고기용 갈고리에 턱이나 혀, 성기가 걸린 채 매달려 있거나, 꽁꽁 얼려지거나, 뜨거운 용광로나 불구덩이 속에서 익을” 수 있는, 끝없는 영벌이 기다리는 곳이었다.

“삽을 삽이라고 불러야 옳지, 잘 알려진 길쭉한 수공업 기구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_헨리 앨퍼드, 『여왕의 영어를 위한 호소문』(1863)


한편 18~19세기는 완곡어법의 시대였다. 하느님의 몸이 물러나면서 인간의 몸이 신의 빈자리를 보충하며, 금기를 만들어내고 진실을 보장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표현할 수 없는 것inexpressible, 묘사할 수 없는 것indescribable, 잡다한 것etcetra, 언급할 수 없는 것unmentionable, 형언할 수 없는 것ineffable, 없어서는 안 되는 것indispensable, 이름을 내걸 수 없는 것innominable, 설명할 수 없는 것inexplicable, 뒤이은 것continuation. 이것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겠는가? 1867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단어에 다음과 같은 예문을 달아놓았다. “신발을 벗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은 걷어 올리시오.” 그렇다, 이것은 바지trousers다. 대체 바지라는 말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당시 사람들에게는 바지를 벗을 때 사람이 벌거벗게 된다는 점이 크나큰 문제였다. 또한 남자의 다리를 드러내는 바지의 모양은, 다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다리를 가졌다는 것은 그 위에 다른 신체 부위를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암시했다. 바지가 이러니, 다리는 정중한 사회에서는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단어였다. 사람들은 하지limb 또는 아래 가지lower extremity라는 말로 다리를 일컬었다. 혹은 구부리개bender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는 ‘향하다’가 되었고, ‘먹다’는 ‘나누다’가 되었으며, 물고기는 ‘지느러미 달린 먹이’ 내지 ‘비늘 달린 족속’(알렉산더 포프)이 되었다. ‘오줌을 누다’는 ‘배뇨하다’, ‘입 맞추다’는 ‘접순接脣하다’, ‘땀 흘리다’는 ‘발한하다’로 대체되었다. ‘화장실’은 ‘용무의 집’ ‘필요한 집’ ‘서민의 집’(줄여서 ‘서민’), ‘내 아저씨의 집’ 등으로 불렸다.

“빈칸 빈칸 빈칸 빈칸 빈칸 같은 빈칸하는 빈칸 빈칸.
빈칸하는 빈칸 같은 빈칸하는 빈칸, 빈칸 빈칸 빈칸 빈칸 씨발.”


빅토리아 시대에 쌓아 올린 이러한 수치심의 벽은 20세기 이후 와르르 무너졌다.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을 겪으며 전시라는 특수한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언어를 잃어버리게 했다. 반면에 상소리는 전장에서 예사말이나 다름없었다. 씨발fuck은, “너무 흔해지다 못해 병사들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면 그 단어를 아예 생략해야 할 정도”로 닳고 닳은 말이 되었다. 가령 “다들 씨발 소총 챙겨!”라고 하면 장병들은 이를 건성으로 들어 넘겼지만, “다들 소총 챙겨!”는 즉각 위급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나체나 성행위 등 외설스러운 것을 보고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졌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성적인 상소리를 듣고 그리 심하게 불쾌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를 이제는 흑인 등 유색인종과 타민족을 인종멸칭어가 차지하게 됐다. 우리는 이제 “젠장” “빌어먹을” “똥 덩어리” “얼간이” “니미 씹할 후레자식” “좆까” 같은 말을 할 때보다 “깜둥이nigger”를 말하거나 들을 때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더 큰 저항감을 경험한다. 저자는 이러한 단어들이 가장 악명 높은 최악의 영단어 자리를 차지하리라고 내다본다.
비록 시작과 과정은 다를지라도, 비속어의 기본적인 속성과 그것이 현시대에 맞물려 나아가는 양상은 한국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도 외설어와 관련된 상소리를 들었을 때 주는 충격은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어린 학생들도 “씨발” “좆까”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반면 본격적으로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역시 “다문화” “흑형” “깜둥이” “쪽바리” “짱깨” 같은 인종·민족 모멸어는 강력하게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들이 공중파 방송에서 유머 코드로 활용될 정도로 자유롭게 쓰였던 점을 상기하면 놀랍도록 빠른 변화다. 저자는 이러한 멸칭이 강력한 외설 언어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개인의 특성을 한 단어에 응축해 표현하는 행위는 점점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그것이 인종(깜둥이)이든, 장애(병신)든, 성별(김치녀)이든, 신체 조건(뚱보)이든 점차 더 많은 이에게 강력한 외설어로서 인식되는 추세다. 죽음에 대한 기피나 조롱, 여러 극단주의 종파의 반동 성향도 상소리(외설어)의 지위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단어,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와 별개로 상소리가 수행하는 언어적 기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상소리를 씀으로써 타인을 모욕하고,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른다. 상소리는 고통이나 강렬한 감정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또한 다른 단어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집단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많은 사람이 대체로 말의 의미와 정서, 발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와 상황, 청자의 성향까지 고려해 말을 하지만, 때로는 마구잡이로 내지른 비속어 한두 마디가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느끼며 비속어를 내뱉는다. 망치처럼. 그러한 불변의 속성을 인지하면서, 변화하는 낱개의 말들과 그 쓰임을 예의주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 곧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자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멀리사 모어Melissa Mohr
스탠퍼드대에서 중세 르네상스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강력한 언어: 초기 근대 영국에서 쓰인 서약어, 외설어, 그리고 수행언어에 관하여Strong Language: Oaths, Obscenities, and Performative Language in Early Modern England」로 자일스위팅 펠로십을 받았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서머빌에 거주 중이다. 고대 로마의 외설어, 중세의 서약어에서부터 현대의 인종모멸어까지 상소리의 언어사적?문화사적 궤적을 학술적으로 심도 있으면서도, 교양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추적한 첫 책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는 영어권의 학계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게 읽히며, "성교와 신성, 똥 덩어리와 금기의 3000년 역사에 관한 광범위하고, 학술적이며, 놀랍도록 위트 있는 연구"(『가디언』)라는 평을 받았다.

옮긴이 서정아
사람과 문화,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번역가이자 치과의사. 여행이 좋아 외국어를, 책이 좋아 번역을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좋은 글을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발적 고민을 즐기며 책과 언어와 삶을 사랑하는 행복한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 『맹그로브의 눈물』 『마흔아홉, 몽블랑 둘레길을 걷다』 『정원에서 철학을 만나다』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로마인의 담백함에 대하여 고대 로마
2장 땅에서도 하늘에서처럼 성서
3장 상소리, 신을 조각내다 중세
4장 외설어의 출현 르네상스
5장 완곡어법의 시대 18세기와 19세기
6장 "죄다 엿 먹어" 20세기 이후의 상소리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도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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