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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질문 몇 가지 상세페이지

책 소개

<시에 대한 질문 몇 가지> 숨겨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 시인들이 숨겨 두었던 질문, 혹은 의도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복원하여 그것을 현재의 문제와 연결하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런 질문은 지배적인 관점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지점, 그리고 결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보고 듣게 만든다. 이것은 랑시에르의 시도에 닿아 있다. 그는 일찍이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며 이름을 남긴 유명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상식에 반대하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역사를 돌려주려고 했다. 현재의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미는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기존의 역사 체계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랑시에르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려 한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말 속에서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하려고도 했다. 그들의 문제의식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시와 문학에 던지는 전방위적 질문

시의 언어, 표현론, 순수와 초월, 전통의 복원, 시인의 사명, 고향, 시와 노래, 샤머니즘, 물아일체, 이론과 문학, 문학과 미디어, 문학교육의 미래 … 그리고 다시, 시란 무엇인가?

질문으로 복원한 문학적 사유의 흔적

이 책은 물론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작업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대개 현재의 시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다만 이 책의 관심은 그들이 매달렸던 질문, 그 질문의 심층을 향하고자 했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거나, 아직 타인에 의해서 초점화되지 못했던 질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 자신에게조차도 숨겨져 있었던 질문, 혹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질문을 재구성하고 그 질문 탐색의 여정을 추적하면서 그 사유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작업의 내용이다.

좋은 질문은 위협적이다

시인들은 본래가 정답이 없는 질문을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미 상식이 무너진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상식을 세우는 일에 몰두한다. 파괴와 창조의 반복은 예로부터 시인들의 숙명이었다.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독재정권의 역사를 통과하면서 한국의 시인들은 숱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종종 그들의 질문은 상식을 비껴가는 곳에서 생성되어 상식을 위협하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이 책의 관심은 그들의 질문이 생성되는 지점에 있다. 특히 상식의 발판이 되고 있는 이항대립에 균열을 내는 그들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간의 상식은 양자택일과 이항대립 위에 세워지며, 시인들의 질문은 그 기반에 구멍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1부 시인론 : 전통/근대, 동양/서양의 이항대립 돌파한 시인들

균열을 내는 질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한 가지는 외부와 내부 사이에서 형성된 매듭에 연결된 질문이다. 초창기에 그 질문들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생성되었다. 식민지 초창기에서 일제 말기에 이르기까지는 전통과 동양의 내부에서 그 바깥을 바라보며 수많은 질문들이 생성되었다. 대표적으로 김억, 이병기, 오장환 등이 그러한 질문의 매듭에 연루되어 있다. 특히 그들은 전통과 근대가 만나는 방식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 답을 모색했다. 외형상 전통과 근대는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전통과 근대가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예컨대 타국의 시를 번역하면서 오히려 자국의 언어가 풍성해진다는 김억의 통찰도 외부와 내부 사이에 세워둔 이항대립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질문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외부와 내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인간과 신성의 사이처럼 전통적인 위계질서에서 형성된 질문들이다. 박용철, 박두진, 신동엽, 김규동 등이 엮어놓은 질문의 매듭이 그것이다. 그들의 질문은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생성된다. 주관과 객관, 모방과 표현의 해묵은 대립을 돌파하는 박용철의 혜안도, 직업으로서의 시인을 부정하는 박두진과 신동엽의 지론도 모두 시와 시인의 위상에 관련된 질문 속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예술과 자연, 남과 북처럼 화해할 수 없는 극한의 대립도 질문의 터전이다. 여기에서 시인의 질문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을 화해시키기 위한 모순된 시도에 연결되어 있다. 만약 그들의 질문이 향하는 문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면, 그 질문의 현재적 복원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되돌아오는 시인들의 질문을 복원하고 그 질문의 극한을 추적하는 것은 후대 연구자들이 짊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2부 주제론 : 경계에 놓인 은폐된 주제들

질문은 그러므로 경계 지점에서 생성된다. 좋은 질문은 경계선을 따라서 형성되어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시와 노래, 동일성과 타자성, 문학과 종교 사이에는 언제나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곤 했지만, 항상 그 경계 위에는 시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근대가 세워둔 장벽을 무너뜨리고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래서인가. 그들의 질문은 관심을 받지 못한 채로 방치되었다. 그래서 2부에서는 후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질문을 복원하고 그 질문 위에서 시인들의 작업을 다시 배치하고자 했다. 문학사와 음악사에서 모두 관심을 얻지 못한 가곡과 동요의 운명을 고찰하고, 일반적인 자연에 매몰되어 물아일체의 대상인 것처럼 위장된 바다의 본래 모습을 구제하고, 기독교와 근대문학의 결탁으로 종교문학의 반열에 들지 못했던 샤머니즘의 복권을 꾀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것은 근대문학사라는 상식의 이름으로 인해서 억압되거나 은폐되었던 질문의 복원 작업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에 던지는 오래된 질문, ‘다시 문학이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문학의 현재적 모습에 대한 반성적 질문이 이어진다. 시와 철학의 만남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문학과 이론의 만남으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문학을 향한 질문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추적하였다. 문학이 더 이상 과거의 문학이 아닌 것은 문학을 향한 질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교육의 현장에서 죽은 질문을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반성하고자 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질문이 요청되듯이, 새로운 문학의 출현은 고답적인 질문의 죽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언제나 같은 질문이 되돌아온다.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새로운 문학은 언제나 그 질문에서 생성되었던 것이다.


저자 소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졸업하 고, 현재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백년의 연금술』, 『근대시의 경계적 상상력』, 『현대시의 운명, 원치 않았던』, 『현대시론』(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바흐친의 산문학』(공역),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 『정치, 문화, 인간을 움직이는 95개 테제』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질문은 나의 힘

1부 시인론

1장 | 시의 언어는 번역 가능한가: 김억의 시론
‘근대시=자유시’의 문제 | 시의 시대와 자유시의 시대| 산문시대 ‘운문=시’의 존재 이유| 기의와 기표, 그리고 정확성의 척도 | 번역불가능성을 통한 시적 번역의 개방| 수용과 저항 사이

2장 | 사물의 언어를 체험할 수 있는가: 박용철의시론
표현의 시론| 낭만주의를 넘어서| 무명의 주객동일성| 미메시스와 사물의 언어| 객체 속에서 소멸하는 주체의 언어

3장 | 시조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가: 이병기의 시조
현대시조의 조건 | 전통을 복원하는 두 가지 방법: 최남선과 이병기의 거리| 현대시조의 리듬론: 자유시 지향성| 현대시조의 언어론: 고시조 지향성| 현대시조와 한글 문체의 개혁
4장 | 시적인 것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가 : 박두진의수석시론水石詩論
수석시와 수석시론의 위상| ‘수석=시’라는 깨달음| ‘신앙=시’의 완성| 순수와 초월을 향하는 시인| 수석시론이 도달한 곳

5장 | 다시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신동엽의 시론
시론과 시인론 사이| 지地 , 세계와 대립하기까지| 천天 , 천지인의 대두| 인人 , 시인의 사명| 천지인과 시의 모델| 유토피아를 꿈꾼 시인

6장 | 저주받은 시인은 어떻게 자기의 길을 만드는가 : 오장환의 시
이중의 소외| 전통의 안과 바깥| 도시와 고향의 사이| 오장환의 자리

7장 | 고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규동의 시
경계인으로서 월남민 | 월남민의 모더니즘| 고향의 존재와 비존재| 고향과 소통하는 자연의 언어| 경계선 체험과 월남민 의식

2부 주제론

8장 | 시와 노래는 어떻게 만나는가: 시와 가곡
근대시의 성립 이후 ‘시가詩歌 ’의 문제| 가곡 성립의 조건으로서 근대시의 확립| 시조와 가곡의 연대| 동요에서 재현되는 창가 이미지| 잡가에서 민요를 구해 내는 가곡| 이념의 강요에 따른 개작의 폭력| 가곡의 모순적 성격과 문학사의 이면

9장 | 시에 남아 있는 샤머니즘의 흔적은 무엇인가 : 근대시와 샤머니즘
문학에서 추방되는 샤머니즘 | 샤먼의 귀환: 최남선의 경우| 샤먼의 상상력: 김소월의 경우| 샤먼의 기억: 백석의 경우| 샤먼의 신화; 서정주의 경우| 종교문학으로서의 샤머니즘 문학

10장 | 바다도 물아일체의 대상인가: 시인과 바다
바다에 대한 물아일체의(불)가능성| 고전시가의 바다: 바다에 대한 물아일체의 조건으로서 ‘육지의결여’ | 근대시의 바다 1: 자연으로 위장한 문명 비문명의 바다| 근대시의 바다 2: 타락한 문명과의 물아일체| 바다의 수사학을 위하여

11장 | 문학이론은 문학에 무슨 짓을 하였는가: 이론 이후의 문학비평, 문학연구
문학과 철학, 과학| 이론과 문학의 위기| 문학비평과 철학| 문학연구와 역사| 문학과 인문학의 위기

12장 | 근대적 문학교육은 왜 실패하였는가 : 문학이론과 문학교육이론
문학의 위기와 문학교육이론의 성장| 문학이론과 문학교육이론| 근대적 문학교육과 근대문학의 교육| 문화연구, 문학교육이론의 새로운 동반자| 진정성의 소멸과 문학교육의 미래

13장 | 디지털 시대, 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디지털 시대의 문학교육
문학과 미디어| 디지털 미디어와 새로운 중세| 디지털 글쓰기와 패러디| 문학교육과 문학제도교육| 칸트와 순수문학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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