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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일기작품 소개

<범우 일기> “상고 기각. 1334일 만에 재판이 끝났다”

파카한일유압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노동조합 조합원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1334일이 걸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재화를 생산하던 노예의 다른 이름이다. 근로자는 착한 노예. 노동자는 불순한 노예. 신분 상승과 면천을 꿈꾸는 헌신적인 노예들은 간혹 주인의 신임을 얻어 다른 이들보다 풍요로운 삶과 권력 한 자락을 나눠 받기도 한다. 그래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노예가 문명을 만들고 떠받들어왔다. 억울한 이들은 법에 호소하다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울분을 토하며 범법자가 되어간다. 법을 집행하고 조율하고 운영하는 사람들도 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안다. 알면서도 직업이고 일이기에 집행하고 선고를 내린다. 양심의 가책을 덜고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인지 종교를 갖는 이가 많다. 세상에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살아가려는 발버둥은 계속되고 누군가의 억울한 눈물은 마를 날이 없어 보인다. 세상 모든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큰 인물은 꿈도 못 꾸지만 팔 닿는 사람들과 다독이며 사는 날까지 살아가겠다는 저자의 바람을 담았다. 일기라는 내면의 독백이 사회적 방백이 되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에서 해고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2005년 미국계 다국적기업 파카 자본은 중대형 굴삭기 유압컨트롤밸브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일유압을 인수한다. 파카 자본은 한일유압이 국고 지원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술과 변화가 적은 유압컨트롤밸브 시장의 기존 영업망을 인수해 아시아와 세계 유압시장의 교두보를 건설하기를 원했다. 한일유압 사주는 수백억을 받았지만 파카한일유압은 파카 계열사들에게 인수자금을 빚진 빚쟁이가 되었다.
그즈음에 저자는 파카한일유압에 입사했다. 현장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희망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몇 명씩 나왔다. 나름 자구책을 도모하던 사람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꾸렸다. 태반이 버려질 예정이던 사람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출정식을 가졌다. 현장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98퍼센트에 육박하고 조합원 수가 140명을 넘었다.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임금이 인상되고 복지가 좋아졌다. 그러나 잠시였다.
노조 설립을 감지하지 못한 공장장이 잘려나가고 새로 노무 담당 이사가 취임했다. 신입사원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껄렁한 덩치들과 계열사 관리직 직원의 친척들이 매달 몇 명씩 입사하고 생산현장 구석구석에 배치되었다. 2008년 새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시작되었다. 회사에서는 사측 위원들만으로도 징계해고가 가능해지는 새로운 안과 생산직 직원의 임금 인상을 차등하는 안을 들고나왔다. 협상이 결렬되고 노동쟁의가 시작되었다. 노동조합의 부분파업에 회사는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파업에 참가한 90여 명의 노동자가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파카 자본 미국 본사 회장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되어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직장폐쇄가 철회되었으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졌다. 회사는 임금 삭감과 휴업 등의 고통 분담을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고용 유지 확약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요구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급작스럽게 일감이 줄어들었다. 최악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113명 구조조정 안이 대표이사 담화문 형식으로 공표되었다.
일감이 줄어든 이유가 있었다. 직장 폐쇄를 단행할 시점에 화성 외투자본 전용공단에 별도의 생산시설을 완공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감이 끊겨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던 특허제품들이 그곳에서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생산되고 있었다. 고향으로 내려가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네, 하던 개발실 직원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황망하게 찍어온 자료를 취합해서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했다. KBS와 MBC에서 전파를 타자 회사는 정리해고 대상자를 32명으로 축소하고 날짜를 두 달 뒤로 연기하는 안을 내놓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선진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고용 창출과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성한 장안공단에서 외투자본은 50년 토지 무상 임대, 건축비 및 설비비 지원,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고용 인원에 대한 지원금 등 토종 중소기업은 결코 받아볼 수 없는 특혜를 주었다.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시작되었다. 용역이 들이닥쳐 천막을 철거했으나 40여 일이 넘도록 비바람과 이슬을 맞아가며 노숙농성을 이어갔다. 노동자들에게 도지사는 임금님만큼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2009년 5월 21일 쌍용차 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하고,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했다.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큰 뉴스가 연일 매스컴에서 들리는 와중에 파카한일유압 사람들은 잊히고 외로워졌다. 2009년 5월 31일 회사는 예정대로 32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전과기록이 쌓이는 동안 파카한일유압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노이로제에 걸려버린 심약한 사람들은 싸움에 지쳐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갔다. 해고무효소송은 1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다행히 1심 판사가 해고노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어 2010년 7월 22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했고 재판은 끝없이 늘어졌다.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자 노동조합 탈퇴자들을 묶어서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날아왔다. 노동법에서 정한 시한이 지나자 단협이 해지되었다.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을 도운 죄로 전 분회장과 수석분회장이 징계해고를 당했다.


“독해지거나 무너지는 노동자의 삶”

2012년 1월 13일 고법 판결이 나왔다. 원고 패소. 파카한일유압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사의 점잖은 목소리가 현실감이 없었다. 대법원 판결에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총선 전후의 여론 한 자락이나마 올라타야 한다는 절박한 결론이 내려졌다. 32명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만 22명만 실질적인 투쟁에 결합하기로 했다. 나머지 10명은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답했다. 조를 짜서 교대로 피케팅을 하고 집회에 참여했다. 회사 앞마당에서 해고자들과 해고되지 않은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출근집회가 1100일이 되도록 이어졌다. 처음 80~90명이던 사람들이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해고자 중 7명이 본사 관리자와 고용노동부에서 만나 소송포기각서에 서명을 했다. 다른 루트로 회유와 압력이 들어왔다고도 한다. 승패도 알 수 없고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는 두려움에 많이 흔들릴 만하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며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마음이 늘어져 갔다. 회사는 다시 중국의 경제 침체를 이야기하며 일감을 줄이고 있다. 휴직과 구조조정 이야기가 실체 없는 안개처럼 흘러 다닌다. 해고노동자 투쟁의 끝맺음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다. 자본은 완고하고 이윤 앞에 무지막지하다. 자본과 노동부와 검찰, 경찰, 법무법인 김앤장과 사법부까지 질기고 억센 커넥션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래도 사는 동안 희망을 버리기가 어렵다. 희망이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건 삶에 대한 예의다.
2013년 1월 24일, 대선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잡힌 선고 일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기획된 비슷한 규모의 정리해고 사업장들인 포레시아와 동서공업과 비교한다면 고법 선고에서 대법원판결까지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희망적인 관측을 하기엔 우울한 여건이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상고 기각. 1334일 만에 재판이 끝났다. 선고를 듣는 찰나에 여러 가지 상념이 머리를 스쳐 간다. 처절했던 해고투쟁의 과정들. 판결 이후에 법에 의해 실현되는 정의를 지나치게 기대했던 사람들의 절망. 조합에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가해질 협잡질과 폭력들. 여러 생각이 별다른 현실감 없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남은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가 된다. 소수가 된 약자는 강자의 편에 서고 싶은 다른 약자들에게 공개적인 괴롭힘을 당하기 쉽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이 독해지거나 무너진다. 우리의 뜨거웠던 마음은 처음엔 용광로처럼 서로를 녹여내다가 원심분리기처럼 각자의 형편과 성향대로 분리되었다.
파카그룹은 2012년 한국에서 4000억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배구조는 외환위기 이전 재벌의 구조조정본부와 닮았다. 사업구조는 형식적인 법인 체계와는 별도로 유기적이다. 다른 극악한 자본에 비하면 파카한일유압 법인의 비교적 합법적인 노동조합 죽이기는 거의 성공했다. 안보 위협과 경제 위기로 삶이 팍팍해진 대한민국의 노동운동은 명맥만 남은 일본을 닮아갈 공산이 크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극으로 발전하고 그 부조리가 서로 간에 피를 부를 만큼 처절해질 때나 가능할까. 어쩌면 그렇게 피범벅이 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구조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되도록 그 모습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10~2018년까지 개인의 시선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본 기록이다.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기에 동정 따위는 받고 싶지 않은 자존심. 너무 쉽사리 버려지고 짓이겨지는 노동자 신분에서의 삶에 대한 분노. 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와 신의. 그런 것들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어차피 사람 사는 게 정답은 없다. 각자 주어진 시간에서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만큼 살아볼 뿐이다. 발버둥 친다고 쳐도 별로 달라지는 것 없는 현실에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아직 살아 있으니까 살아간다.


저자 소개

범우(凡愚)
노동으로 삶을 산다. 큰 욕심도 없고, 삶이 화려하진 않다. 그나마 자신을 아는 사람과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덜하기 위해 노력은 한다. 대체로 평범하고 가끔 어리석다. 독서를 취미로 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인식의 폭을 넓게 하고 글을 쓰는 습관은 생각을 다듬는다는 생각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 배움의 기록

1심 승소 판결 / 2010년 7월 23일
살인사건의 추억 / 2011년 4월 11일
포레시아 공방전 / 2011년 7월 29일
800 / 2011년 8월 12일
매뉴얼 / 2011년 9월 20일
사람 / 2011년 10월 23일
반반 / 2011년 10월 29일
자리 바꾸기 / 2011년 11월 22일
조정 결렬 / 2011년 12월 20일
교섭 응락 가처분 / 2011년 12월 23일
부끄러움 / 2012년 1월 9일
선고 / 2012년 1월 16일
딜레마 / 2012년 1월 26일
희망씨앗 / 2012년 2월 13일
로드킬 / 2012년 3월 17일
역설 / 2012년 3월 31일
힐링 / 2012년 5월 10일
복기 / 2012년 6월 2일
아는 사람 / 2012년 8월 7일
우울증 / 2012년 8월 30일
트라우마 / 2012년 9월 20일
1212 / 2012년 9월 26일
신변잡기 / 2012년 10월 20일
고맙지영 / 2012년 11월 10일
겨울나기 / 2012년 11월 14일
점프 / 2012년 12월 12일
근혜신년 / 2013년 1월 15일
선물 / 2013년 1월 29일
챕터2 / 2013년 2월 22일
남은 이야기, 혹은 남의 이야기 / 2013년 3월 31일
관례 / 2013년 6월 19일
땜통 / 2013년 8월 21일
죄책감 / 2013년 9월 11일
빚 / 2013년 11월 7일
참사 / 2014년 4월 20일
유언비어 / 2014년 4월 24일
참사 20일경 / 2014년 5월 4일
49 / 2014년 6월 3일
잉여를 꿈꾼다 / 2014년 6월 25일
28호 / 2014년 8월 13일
복돌 / 2014년 11월 26일
신년 행사 / 2015년 1월 2일
담배 / 2015년 6월 13일
차 / 2015년 6월 19일
여유 / 2015년 7월 6일
좁쌀 / 2015년 7월 17일
연합 / 2015년 7월 23일
기억 / 2016년 2월 26일
콩나물 / 2016년 3월 18일
취미 / 2016년 5월 10일
연민 / 2016년 6월 11일
인과 / 2016년 7월 2일
고양이 죽이기 / 2016년 7월 9일
향기 / 2016년 11월 27일
학습 / 2016년 12월 4일
네잎클로버 / 2016년 12월 18일
캣맘 / 2017년 2월 12일
고소공포증 / 2017년 5월 14일
휴가 / 2017년 6월 25일
스타일리스트 / 2017년 9월 24일
부고 / 2017년 10월 14일
직업 / 2017년 12월 23일
별꽃 / 2018년 1월 6일
클로버 / 2018년 1월 28일
병원에서 / 2018년 2월 11일
가족 / 2018년 4월 1일
선물 / 2018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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