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20.01.17. 전자책 출간
- 파일 정보
- EPUB
- 24.4MB
- 약 7.1만 자
- ISBN
- 9791196490928
- ECN
- -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일하는 중입니다만,> "마흔 한국 남자의 런던 육아 살림기"
"마흔 한국 남자의 런던 육아 살림기"
-아내와 나는 전통의 성 역할에 순응하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것이 우리 부부의 가장 강한 관성이었다. 아내는 나에게 늘 “도와줄래요?” 했고, 나는 “도와줄게요.”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안타깝게도 싫어하는 것, 할 수 없는 것, 나와 맞지 않는 것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그것은 받아들이기보다 끊임없이 밀어낸 자리에 금을 그어 내가 부쳐 먹고 살 땅을 결정하는 안쓰러운 여정이다.
-아내의 머리카락은 지네보다 촘촘한 발로 집안 곳곳을 누비며 진공청소기의 길잡이가 되고, 청소기가 지나간 하얀 타일 바닥 위로 비내린 마당을 산책한 작은아이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까맣고 선명한 발자국 위를 큰아이 축구공이 지나가는데 구정물 묻은 축구공은 끝내 다림질해 놓은 바깥양반의 하얀 셔츠를 가르고야 만다.
-가정에서의 현재 내 역할이 살림이지만, 수렵시대로부터 이어온 남성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은 아직 많이 불편하다.
-어른들이 고무줄처럼 늘여놓은 시간 곳곳에 흩뜨리는 몸과 마음의 힘을 아이들은 지금 여기에 쏟고, 쏟아버린 그 자리에서 채운다.
-나는 분명 종일 분주한데,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흘려 보고 들었던 주부 우울증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아이들을 집어삼킬 듯 화내고 있는 부모를 보면 왜 그럴까 싶었는데, 꼭 내가 그럴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아빠가 크고 강하기 때문에 혼내는 줄 안다. 아빠도 무섭고 불안해 그런 줄은 상상조차 못할게다. 아빠도 어찌할 바를 몰라 우선 너희들을 멈춰 세워놓을 수밖에 없음을 모를게다.
-아이들 눈앞 울타리를 걷어내야 할 무딘 칼을, 갈고 또 갈아 그 울타리 안에 아이들을 가두기 위해 겨눈다. 모두 다 해주지도 못할 거면서, 언제까지나 따라다니지도 못할 거면서.
-여러 해를 거친 내 미역국은 정작 우리 엄마가 끓여주던 미역국 맛을 닮아가는데, 우리 아빠와 엄마는 드셔보신 적이 없다. 괜스레 눈물이 난다.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중을 즐길 수 있을까? 어딘지도 모르는 나중을 위해 달리는 아이들이 막상 그 나중을 마주할 때 ‘오케이, 역시 엄마가 얘기한 그대로군.’ 할까?
-물론 내 머릿속 성공한 삶을 위한 전제는 아직은 좋은 대학이다. 아직 나에게는 그 먼 미래 또한 중요하다. 내 머릿속 세상의 경계 안에 아이들을 가두어 놓는 게 아직은 편하다.
-엄마 생각은 나는데 엄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 아빠 생각은 나는데, 그 아빠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괜히 우울해지는 밤을 내 아이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주저하고 핑계를 댄다. 겁없이 늘 먼저 나서던 그 남자가 자꾸 겁 뒤에 숨는다. 늘 광장에 우뚝 선 동상 같아서 강한 줄만 알았던 그 남자가 자꾸 처진다. 그 남자에게도 나이가 흐른다는 걸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때의 엄마는 아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 질문도 많았다. 오늘의 엄마는 아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질문도 하나다.
남부럽지 않은 학력과 직업을 가진 두 아이의 아빠, 마흔의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고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육아와 살림을 한다. 일상적인 업무에 찌든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되고 싶은, 또 그려보는 생활임이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자가 걱정된다. 남자가 밥은 잘 할 수 있을까. 남자가 아이를 잘 볼 수 있을까. 이런 일반화된 성 역할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저런 편견이 뒤섞인 이 상황을 더욱 더 깊게 들여다본 일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 책의 이야기는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한 육아와 살림의 이야기다. 또, 읽다 보면 정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분주함이 책 밖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다.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겪는 육아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육아와 함께 외국 생활을 하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나라나 살면서 애 키우는 건 모두 똑같구나 싶기도 하면서, 그 나라는 이렇게 다르고 엄마가 아닌 아빠는 저렇게 다르구나 싶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묘한 공존 속에 녹아든다. 저자는 그 미묘한 공존 속에서 엄마가 되어보기도 하고, 영국 아저씨가 되어보기도 한다. 그 안에서 느끼는 일상에서의 생활이, 우리가 마냥 어떤 액자처럼 설정해 보았던 그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작은 성찰로 다가온다. 그 작은 성찰이 저자를 남편으로, 아빠로, 남자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에는 눈물 쏙 빼는 비극도 배꼽 빠지는 희극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학력
연세대학교 심리학, 불문학 학사
대원외국어고등학교
경력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심심할 때 뭘 하나 봤더니 소설 읽거나 글을 쓰고 있어 작가로 전업
엘지전자 해외마케터
A.T.Kearney Korea 경영 컨설턴트
프롤로그
1. 노는 남편, 그리고 돈 버는 아내의 시작
1.1 내 인생은 누구의 것일까?
1.2 관성에 대하여
1.3 밥값에 대하여
2. 살림이라는 노동
2.1 한 달 리포트, 좌절과 존경
2.2 생활의 발견 1
2.3 생활의 발견 2
2.4 생일 파티
2.5 요리의 역사
2.6 살림의 동사(動詞)들
2.7 분기 리포트, 살림을 준비하는 자세
3. 아이 돌보기, 아빠 키우기
3.1 아이들의 시간
3.2 런던 아이들 관찰기, 하나
3.3 내가 잘 놀아야 아이들도 잘 논다.
3.4 울어도 돼, 내 딸.
3.5 아빠, 나는 생각이 달라.
3.6 Choir
3.7 아빠, 나는 오빠랑 달라.
3.8 휘두르지 말아라.
3.9 크리스마스에는 평화를
3.10 식탁의 지배자
3.11 아들아, 아직 모로 가지는 말자.
3.12 어느 멋진 날
3.13 거만한 이발사
3.14 런던 아이들 관찰기, 둘
3.15 그 밖의,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순간들
3.16 편지
4. 가족이라서
4.1 너와 나는 달랐고 다르다.
4.2 우리 여행에 없는 것들
4.3 미역국
4.4 이 남자가 따분할 때
4.5 런던 아이들 관찰기, 셋
4.6 밤 굽는 방법
4.7 겨울 산책
4.8 이건 아빠 만두야!
4.9 늙은 남자
4.10 엄마의 질문
4.11 나의 소원
4.12 나의 소원, 두 번째
에필로그
4.9 점
13명이 평가함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성인 인증 안내
성인 재인증 안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선물하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무료이용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가능 : 장
<>부터 총 화
무료이용권으로 대여합니다.
무료이용권으로
총 화 대여 완료했습니다.
남은 작품 : 총 화 (원)
일하는 중입니다만,
작품 제목
대여 기간 : 일
작품 제목
결제 금액 : 원
결제 가능한 리디캐시, 포인트가 없습니다.
리디캐시를 충전하시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최대 5% 리디포인트 적립 혜택도 놓치지 마세요!
이미 구매한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
원하는 결제 방법을 선택해주세요.
작품 제목
대여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다음화를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