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타 베를링 이야기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웨덴을 대표하는 국민작가 셀마 라겔뢰프의 대표작 국내 첫 완역!

북유럽 문학의 가장 찬란한 주인공 예스타 베를링
파우스트의 운명, 돈 후안의 로맨스, 아서 왕의 모험을 합친
가장 강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의 탄생!

“이 위대한 이야기꾼이 쓴 모든 책은 우리에게 작가의 예술을 전달해주는 놀라운 본보기이다. 이처럼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는 유럽 어디에도 없다.”
-헤르만 헤세

1890년 스웨덴의 이둔이라는 여성잡지에서 소설을 공모했다. 32세의 수줍은 여교사 셀마 라겔뢰프는 교사 생활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써온 총 다섯 장의 소설을 투고하고, 공모전에 1등으로 당선되었다. 그녀는 이에 용기를 얻어 작품에 살을 덧붙여나갔고, 이듬해인 1891년에 36장으로 구성된 첫 장편소설을 출판사에 보냈다. 그녀는 그 소설에 주인공 이름을 딴 ‘시인 예스타 베를링’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었으나, 출판사에서는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G?sta Berlings Saga’라는 제목을 권했다. 스웨덴 국민작가이자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셀마 라겔뢰프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나는 예스타 베를링, 만 번의 입맞춤과 만삼천 통 연애편지의 주인이다.
자신이 있는 자는 나를 잡아보라!”

이야기는 1820년대 황량한 스웨덴의 시골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목사 예스타 베를링은 눈부시게 잘생기고 총명한 청년이지만, 외딴 시골에 발령받은 후 술독에 빠져 직무를 등한하다가 파면당한다. 걸인이 되어 죽음에 이른 이 풍운아를 교구의 세력가인 에케뷔 소령 부인이 구해내 자신의 장원으로 데려간다.

에케뷔 소령 부인은 본래 아름답고 선량한 여자였으나, 부모의 강요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한 후 모진 심성으로 줄곧 살아왔다. 예스타 베를링이 그녀의 휘하에서 장원의 기사로 살아가던 어느 겨울 크리스마스, 그와 동료 기사들이 잔치를 벌일 때 악마가 나타나 일러주기를, 소령 부인이 해마다 기사 한 사람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겨주기로 계약을 했다고 밝힌다.

이에 기사들은 악마와 새로 계약을 맺는다. 만약 이 1년 동안 그들이 기사이자 한량답지 못한 짓을 하면, 1년 후에 악마가 이들의 영혼을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대신 이들이 1년 동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살면, 악마는 마을 제일의 악당인 신트람의 영혼을 가져가기로 한다. 그리하여 예스타 베를링과 한량 기사들은 에케뷔 소령 부인을 쫓아낸 뒤, 그녀의 영지를 차지하고 1년 동안 제멋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그들 앞에 벌어지는 으스스하고 경이로운 초자연적인 사건들. 미남 예스타 베를링이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아름다운 미녀들과의 운명적인 로맨스. 그리고 피가 끓는 활극과 선악의 갈림길. 과연 미남 기사 예스타 베를링은 악마와의 계약에서 승리하고 지옥으로 끌려갈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까?

스웨덴의 한 황량한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결,
그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

“위대한 재능과 천재를 지닌 여러 (여성) 작가들 중, 셀마 라겔뢰프에 필적할 사람은 없다.”
_소설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는 스웨덴 중서부의 황량한 산악지대인 베름란드의 지역 전승과 전설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이다. 영예로운 장원과 아름다운 여인들, 용감한 사내들, 그리고 특별하고 낭만적인 모험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야기꾼’의 전통으로 회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가장 큰 매력은 작가 셀마 라겔뢰프의 필력이다. 그녀는 스웨덴 문학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꼽히는데, 첫 장부터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실로 빼어나다.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의 첫 문장 “마침내 목사가 설교단에 섰다”는 스웨덴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것이 그녀의 첫 작품임을 고려하면, 스토리텔러로서 그녀의 본능적인 감각은 타고난 것이라 하겠다.

그녀는 또한 뛰어난 스토리텔러일 뿐 아니라 시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작품 안에서는 끊임없이 예술적 충돌이 일어난다. 스토리텔러로서 라겔뢰프는 이야기를 몰아치며 끌고 가는데, 시인인 라겔뢰프는 사이사이 템포를 늦추며 스웨덴의 황량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기도 하고, 사랑의 낭만을 예찬하기도 하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다채로운 매력이 바로 이 작품을 스웨덴 문학사적으로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이 소설은 문학사적으로 19세기 후반 스칸디나비아에서 유행했던 사실주의 작풍에 전환점을 가져다준 신 낭만주의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입센이나 스트린드베리의 사실주의/자연주의 계열 문학이 주류였다. 그런 풍토에서 셀마 라거뢰프는 과거의 낭만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본 스웨덴 시골을 배경으로, 악마의 계약이 등장하는 환상소설을 써낸 것이다. 아직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조차 나오지 않았던 시절임에도 이 책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싹을 보여준다는 평 또한 존재한다. 이 작품이 점차 진가를 인정받으면서 신낭만주의는 스웨덴 문학의 한 조류로 자리 잡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라겔뢰프는 190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책에는 또한 중세 기사도 이야기의 전승과 북유럽의 유구한 문학적 전통이 흐른다. 이야기의 뼈대가 된 괴테의 『파우스트』, 한스 안데르센 크리스티안의 민담과 핀란드 동화작가 자카리스 토펠리우스의 서정, 그리고 ‘예스타 베를링’이라는 잊을 수 없는 문학적 주인공의 창조에 토대를 제공한 『돈 조반니』 등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들과 용감하고 거친 사내들이 벌이는 낭만적인 모험,
그 ‘이야기’로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