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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있는 권리 상세페이지

책 소개

<숨길 수 있는 권리> 왜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은 자국민을 향하는가?
- 미국 정부의 정보수집 역사 100년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앞날 -

국가안보와 개인의 권리,
함께 ‘갈 수 있고’, 함께 ‘가야 한다’!
핵심은 정부와 정책의 투명성이다

왜 ‘국가안보정책’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국가권력과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2011년, 오스트리아의 법학도 막스 슈렘스는 3년간 그가 페이스북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내역을 페이스북 측에 요청했다. 온갖 시시콜콜한 일상에서부터 심지어는 이미 삭제한 정보까지, 장장 1,200페이지 분량의 자료가 도착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페이스부키스탄]에서 막스 슈렘스는 “1,200페이지나 되는 정보라면 나에게 불리하게 악용될 수 있는 정보가 반드시 들어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기술 환경에서는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그리고 방대하게 노출하지 않고는 일상을 영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굳이 업로드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의 대화 기록, 인터넷 검색어 목록 등을 통해 개개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블랙박스 카메라와 CCTV에 의도하지 않은 기록을 남긴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가 혹은 사회는 너무도 많은 방법으로 너무도 쉽게 개인의 삶을 감시할 수 있지만, 정작 개인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정부와 정부의 정보기관은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신간 『숨길 수 있는 권리』에서 저자 대니얼 J. 솔로브는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이라고 하면 ‘숨기고 싶은 것’, ‘비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들 생각하며, 많은 국가안보정책들이 이런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영국은 수백만 대의 CCTV를 통해 감시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 프로그램의 홍보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인 가치’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간 안보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되어야 마땅하다’라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다?
사생활은 ‘개인의 비밀’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다!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논리는 ‘숨길 게 없으면 된다’라는 주장이다. 죄가 없고 떳떳하다면 사적인 정보나 대화가 조금 노출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인데, 이 주장은 사생활을 ‘숨기고 싶은 비밀’로 잘못 가정하고 있다. 저자 대니얼 J. 솔로브는 ‘안보 대 사생활’ 논쟁이 이런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유의미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생활은 하나의 본질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개념이다. 사생활은 비밀이 드러났을 때에도 침해될 수 있지만, (비밀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당신을 엿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침해될 수 있다.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이 입은 피해인 것이다. 외부로부터 침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모든 행동이 사생활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유의미한 논의를 위해서라면 사생활을 정의내리는 것보다는 그 가치를 평가해보는 것이 실용적이다. 철학자 존 듀이는 어떤 권리의 가치를 평가할 때, 그 권리가 공동체의 후생에 기여하는 바에 의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권리는 사회에 반(反)하여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편익이 있기 때문에 사회 스스로 개인에게 사적인 여지와 공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사생활은 사회적 가치를 가지며, 사생활의 권리는 사회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어느 한 개인의 권리와 더 큰 사회적 선(善)을 비교하는 구도로 사생활이 평가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가안보 사안에서는 ‘어느 한 개인의 권리’보다는 ‘수많은 개개인의 권리들’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사회적 가치에 속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포기하면 더 안전해질까?
안보와 사생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안보냐, 개인의 사생활이냐’라는 구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안보 논리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 사생활 약간을 지키겠다고 국가의 운명을 시험할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생활을 희생시킨다고 꼭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며 모든 안보정책이 사생활 침해를 유발하는 것도 아니다. 둘 중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가안보와 사생활을 양립하지 못하는 두 개의 가치로 본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두 가치는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할 방안을 찾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치안과 안보가 국가의 의무이듯이, 국민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숨길 수 있는 권리』 전반에 걸쳐 사생활 보호가 결코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안보정책을 만들고 시행함에 있어 적절한 규율과 규제를 마련해서, 정부의 정보수집활동이 막대한 권한을 갖는 것을 견제하자는 것일 뿐이다.

비상대권의 남용과
막대한 권한의 감시자들

2005년, 《뉴욕타임스》는 9·11테러 이후 국가안보국(NSA)이 부시 행정부의 승인하에 수많은 미국인의 전화를 영장 없이 도청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 당시 법무장관 앨버토 곤잘레스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중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비상대권’으로 이런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대통령과 정보기관이 막대한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일이다. 2016년 2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IS 등 국제적 테러 발생과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볼 때 국민 안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지금은 국민안전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대권’이 남용되며 대통령 및 정보기관의 권한이 마구 확장되는 일은 견제되어야 한다. 그 권한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금이 ‘비상 시기’이고 시민들에게 발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비상대권’을 근거로 형법 250조(“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와 관계없이 발포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나 우리나라의 ‘북한의 행태에 의한 비상 상황’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실상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막대한 권한을 가지는 셈이다.

현명한 정책이라면
순간의 공포에 휘둘린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안보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의 ‘안보극장(security theater)’ 개념을 소개한다. 안보극장이란 ‘무작위 검문’처럼, 실제로는 안전을 향상시키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안전도만을 높이는 조치이다. 요즘은 사무건물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이런 검사가 실제로 어떻게 안전을 강화한다는 것인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경비원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면 안전한 것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테러나 안보상의 위협은 실제 발생 빈도나 위험성에 비해, 그 자체에 대한 공포가 크다. 따라서 ‘안보극장’ 같은 방법으로 대중의 공포를 경감시키는 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안전에는 그리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이득은 기만적이다. 이렇게 상징적인 조치는 시민의 자유를 불필요하게 희생시키고 안보 자원을 낭비할 뿐이다.
정책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당국은 새롭게 등장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한다. 『숨길 수 있는 권리』에 따르면, 이런 시도의 결과는 사려 깊은 정책보다는 언론 지면을 장식할 허울뿐인 정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명하게 구성된 정책이라면 순간의 비이성적인 공포에 휘둘린 것이어서는 안 된다. 안보정책은 공포를 경감시키려 노력해야겠지만, 이는 분별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 대니얼 J. 솔로브는 안보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들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그 안보조치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2. 사생활이나 시민적 자유에 문제를 야기하는가?
3. 어떤 종류의 감독이나 규제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 또는 완화할 수 있는가?
4. 사생활과 안보가 상충해 타협이 필요하다면,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안보조치는 어느 정도까지 제약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제약이 그 안보조치의 효과성을 얼마나 저해할 것인가? 그런 규제는 그 정도의 비용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안보 vs. 사생활 논쟁,
핵심은 정부와 정부정책의 ‘투명성’이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직면했을 때,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정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국정원이 국민들로부터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완전하게 시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국정원장으로부터 확고한 약속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공권력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신뢰 회복은 국회의장이 비공개 면담에서 약속을 받아낸다고 이뤄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저자에 따르면 “민주사회는 정부가 자신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민주사회는 탄탄한 규칙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서 정부가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게 만드는 사회이다.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조작해 가짜 간첩을 만드는 사건을 최근까지도 접해온 국민들이, 국가정보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법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유를 잃었을 때, 국민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국가가 만일 내 정보를 조회하고 수집하고 활용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안보상의 이유’와 ‘합리적인 적법절차’에 의했을 것이라는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내 정보가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파기되며, 정보수집 내역은 반드시 나에게 고지될 것이라는 믿음도 필요하다. 이런 믿음은 정부와 정부정책의 투명성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정책을 시행할 것인지, 면밀한 조사로 그 효과성이 입증되었는지, 어떤 절차로 시행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그로 인해 안보정책이 조금 늦춰질 수도 있고,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입헌민주국가에서 당연히 치러야 할 절차이고 과정이다. 민주국가에서 주권은 정책결정자들이 아닌 국민에게 있으며,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면 주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식은 언제나 무지를 지배한다. 자신의 지도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국민은 지식의 권력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저자 소개

저자 - 대니얼 J. 솔로브
조지워싱턴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사생활 관련 법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법학자이다. 저서로 『평판의 미래: 인터넷상의 가십, 루머, 그리고 사생활The Future of Reputation: Gossip, Rumor, and Privacy on the Internet』, 『사생활이란 무엇인가Understanding Privacy』 등이 있다.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으며, 블로그 “별개의견”(http://concurringopin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역자 -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위대한 생존』, 『가짜 여명』,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플라스틱 사회』, 『낭비와 욕망』 등이 있으며 함께 옮긴 책으로 『헝그리 플래닛』 등이 있다.

목차

서문
들어가는 글

1부: 사생활과 안보의 가치
1장 숨길 게 없으면 된다
2장 양자택일 논리
3장 행정부 존중의 위험
4장 사생활의 사회적 가치

2부: 비상 시기
5장 시계추 논리
6장 국가안보 논리
7장 범죄-첩보의 구분
8장 비상대권 논리와 법치

3부: 헌법적 권리
9장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
10장 제3자 원칙과 디지털 파일
11장 사생활에 대한 합리적 기대
12장 혐의 없이 벌이는 수색
13장 ‘증거 배제 원칙’은 필요한가
14장 형사소송절차로서의 수정헌법 1조

4부: 새로운 기술들
15장 애국법 폐지와 사생활
16장 법과 기술의 문제
17장 공공장소에서의 사생활
18장 정부의 데이터마이닝
19장 러다이트 논리

맺는 글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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