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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상세페이지

소설 한국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소장종이책 정가18,000
전자책 정가30%12,600
판매가12,600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표지 이미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작품 소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인간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찾아서-인간은 선과 악의 변이와 선택으로 진화한다.
“분명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데, 아무도 서로의 내면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인간. 모두의 인간이면서, 오직 나 하나만의 인간!”

『합체』『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로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리의 신작. 이번 작품은 배경도 주인공도 한국이 아니지만 작가가 구축해 낸 세계, 캐릭터, 그들의 삶을 위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사건들까지 너무나 견고하고 탄탄해서 3천매나 되는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완전히 새롭고 낯선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비현실적이지 않고, 계급사회로 회귀한 미래를 보는 것처럼 삭막하게 느껴지다가도 고풍스러운 배경과 캐릭터들의 우아한 분위기 덕에 클래식 한편을 읽는 듯 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한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치밀하게 짠 범죄추리소설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낸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가족’이라는 굴레,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살인의 문제와 법의 효용, 그를 둘러싼 부자간의 숭고한 사랑 등 3대에 이어 걸쳐지는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인간이 가진 악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 서평

박지리는 누구인가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라는 작품을 통해 등단한 작가. 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세븐틴 세븐틴」 같은 작품을 썼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소설가 오정희로부터 “이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평을 들은 작가는 매번 펴내는 작품마다 풀어가는 이야기 스타일이 달라 독자들을 깜짝 놀래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쏘공’과 체 게바라를 『합체』라는 작품으로 코믹하게 끌어들인 당돌한 신인은 『맨홀』에서는 삶의 구멍에 대한 탁월한 메타포를 어두운 ‘맨홀’ 그 자체로 보여줬다. 또한『양춘단 대학 탐방기』에서는 대학 청소 노동자와 시간 강사 이야기를 만담 들려주듯 맛깔스럽게 버무려냈다. 소설의 언어로 세상의 벽을 두드리는 박지리가 이번에는 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작품은 다른 나라, 다른 시간대가 배경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낯설수록 더 익숙한 다윈 영의 세계

국가의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안정적인 1지구부터 60년 전 일어난 12월의 폭동으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 그러나 아날로그적인 통신수단이 주로 쓰이던 시절.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이 작품은 존재한다.
12월의 폭동 이후 9지구 후디 출신에서 1지구에 정착한 러너 영, 30년 동안 친구의 추도식을 변함없이 열어 주고 있는 문교부 차관이자 프라임스쿨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니스 영, 1지구 최고의 기숙학교 프라임스쿨의 모범생 다윈 영, 끊임없이 1지구를 비판하는 프라임스쿨의 아웃사이더 레오, 그리고 열여섯 나이에 9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제이 삼촌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루미 등. 이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알게 될 정도로 생생한 캐릭터들은 여기, 이곳이 아닌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 나간다. 작가가 어찌나 세세하고 촘촘하게 이 시공간을 구축했는지, 읽다 보면 벤 헐크의 노래를 듣고 싶고, 호두나무 거리를 걷고 싶을 정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의 보여주기 방식이다. 작가는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주로 1지구 프라임스쿨을 다루지만 그것에서 9지구까지의 모든 것이 그려지고, 곳곳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사소한 장치들은 작가의 의...박지리는 누구인가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라는 작품을 통해 등단한 작가. 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세븐틴 세븐틴」 같은 작품을 썼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소설가 오정희로부터 “이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평을 들은 작가는 매번 펴내는 작품마다 풀어가는 이야기 스타일이 달라 독자들을 깜짝 놀래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쏘공’과 체 게바라를 『합체』라는 작품으로 코믹하게 끌어들인 당돌한 신인은 『맨홀』에서는 삶의 구멍에 대한 탁월한 메타포를 어두운 ‘맨홀’ 그 자체로 보여줬다. 또한『양춘단 대학 탐방기』에서는 대학 청소 노동자와 시간 강사 이야기를 만담 들려주듯 맛깔스럽게 버무려냈다. 소설의 언어로 세상의 벽을 두드리는 박지리가 이번에는 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작품은 다른 나라, 다른 시간대가 배경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낯설수록 더 익숙한 다윈 영의 세계

국가의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안정적인 1지구부터 60년 전 일어난 12월의 폭동으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 그러나 아날로그적인 통신수단이 주로 쓰이던 시절.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이 작품은 존재한다.
12월의 폭동 이후 9지구 후디 출신에서 1지구에 정착한 러너 영, 30년 동안 친구의 추도식을 변함없이 열어 주고 있는 문교부 차관이자 프라임스쿨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니스 영, 1지구 최고의 기숙학교 프라임스쿨의 모범생 다윈 영, 끊임없이 1지구를 비판하는 프라임스쿨의 아웃사이더 레오, 그리고 열여섯 나이에 9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제이 삼촌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루미 등. 이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알게 될 정도로 생생한 캐릭터들은 여기, 이곳이 아닌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 나간다. 작가가 어찌나 세세하고 촘촘하게 이 시공간을 구축했는지, 읽다 보면 벤 헐크의 노래를 듣고 싶고, 호두나무 거리를 걷고 싶을 정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의 보여주기 방식이다. 작가는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주로 1지구 프라임스쿨을 다루지만 그것에서 9지구까지의 모든 것이 그려지고, 곳곳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사소한 장치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다.

사진 한 장에 얽힌 비밀

작품은 언뜻 보면 루미가 제이 삼촌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나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범죄추리소설 같다. 루미는 4지구 출신인 엄마와 결혼해 7급 공무원 서기직에 만족하며 사는 아빠 조이 헌터를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늘 프리메라 여학교 교복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고, 위대한 사진작가 해리 헌터의 손녀이자, 프라임스쿨에 입학하고도 그 학교에 가지 않은 제이 삼촌의 조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9지구 후디의 강도 침입으로 열여섯의 나이에 살해당했다는 제이 삼촌의 죽음은 루미가 보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그날 새벽 아빠는 삼촌 방에서 말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는데, 뒤에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리고 방에서 없어진 거라곤 단지 사진 한 장으로,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12월의 폭동을 기록한 사진들 중 하나다. 루미는 사라진 사진 한 장에 사건의 열쇠가 있다 생각하고 이를 파헤쳐 나간다.

“다윈 넌 미싱 링크란 게 뭔지 알지?”
다윈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류 진화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잃어버린 연결 고리?”라고 대답했다.
“역시 진화론자답구나. 난 이 앨범에서 사라진 사진 한 장이 일종의 미싱 링크처럼 느껴져. 사라진 사진이 범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사진인지만 알아낼 수 있다면 삼촌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 있을 거야.”(58~59쪽)

두 사람은 사진의 의미를 찾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1지구를 벗어나 9지구로 향한다. 60년 전 9지구 하층민들로부터 시작해 4지구 민중들까지 참여해 사회를 전복시키려던 봉기는 실패로 끝났다. 역사에 ‘12월의 폭동’으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9지구는 고도의 분리 정책과 더불어 완전히 자연도태되었다. 루미와 다윈은 9지구에서 만난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른 사진들에 있는 ‘D-9’의 (지금은 7,80대 노인들이 된) 후디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본 그들은 삶의 의욕을 잃은 멸종돼 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한낮에 살인이 일어나고 길거리엔 강도들이 득실댄다는 9지구는 실상 전 지구에서 아무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 유일한 지구였던 것이다.
루미는 12월의 폭동 사진을 관리하고 있는 아카이브로 찾아가 검색을 하려 하지만, 이는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에게만 권한이 있음을 알게 된다. 루미는 다윈 영의 도움으로 니스 아저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사진을 찾는다. 그런데 앨범에서 사라진 사진이 이곳에서도 삭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다.

“그래, 다윈. 누군가 고의적으로 삭제한 거야. 앨범에서 사라진 사진 한 장에, 우리가 9지구에
가져갔던 사진 세 장 중 한 장까지 더해서 두 장을. 사진은 삭제했지만 파일 번호까지는 수정하지
못했어. 그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게 너무 복잡했거나 부주의했거나 해서.”
“그런데 네 말대로라면 왜 그 사진들만 삭제한 거지? 같은 날 찍힌 다른 사진 두 장은 그대로 두고 말이야.”
“모르겠어. 그 사진들에만 뭔가 다른 점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날의 사진들을 다 삭제하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던지……. 그건 더 생각해 봐야 해. 그런데 다윈, 나 지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루미답지 않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다윈은 이유도 모르는 채 자기까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무서운 생각이라니?”
“전에도 말했지만 이걸로 확실히 알겠어. 제이 삼촌을 죽인 범인은 절대 9지구 사람이 아니야.
1지구…… 그것도 상당히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해.” (351쪽)

용의자를 찾아서

루미는 제이 삼촌을 죽인 범인이 9지구 후디가 아니라 1지구의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가운데 제이 삼촌과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아빠의 신분증을 몰래 빼내 서류를 신청한 루미는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낸다. 그는 리암 로이드라는 검사로 삼촌과 나이도 같고 같은 중학교 출신이다. 루미는 프리메라 학생의 특권으로 직업 탐방 인터뷰를 신청해 로이드 검사를 만난다. 그러나 결국 로이드 검사 역시 삼촌의 존재를 더 확실하게 각인해 주는 좋은 친구였을 뿐. 루미는 무죄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루미는 여느 때처럼 삼촌 방에서 삼촌이 녹음한 30년 전 음악 방송을 듣다가 테이프에 녹음된 삼촌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이번엔 당시 테이프를 녹음한 카세트 찾기에 몰입한다. 삼촌의 평소 습관대로라면 살해당한 날 새벽에도 삼촌은 ‘미드나이트 뮤직’을 녹음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범인의 말소리가 녹음되었을 수도. 루미는 삼촌이 버즈 아저씨에게 선물받은 카세트로 녹음을 했고, 그 카세트를 삼촌이 죽은 다음 돌려주었다는 이야기를 할머니한테서 듣는다. 버즈는 레오의 아빠이자 니스와 제이의 어린 시절 친구다. 유명한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버즈 미디어 대표로 마약에 빠진 8지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제작하는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루미는 삼촌을 죽인 범인이 1지구의 고위 관료이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버즈 아저씨의 카세트라 확신한다. 루미는 버즈 아저씨를 만나 카세트 이야기를 나누다 사라진 사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얼굴에 특이한 점이 있는 9지구 후디 소년의 사진으로, 제이가 어른이 된 그 사람을 1지구에서 봤다며 찾아서 척결하겠다고 늘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버즈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카세트를 못 찾겠다 했지만 사실은 젊은 시절 의절한 아버지의 집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서이다. 결국 카세트는 레오가 그동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할아버지 집의 아빠가 어렸을 때 쓰던 방에서 찾아낸다. 그런데 루미는 레오가 카세트를 찾았는지, 그 안에 테이프가 들어 있는지, 그 테이프에 범인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크리스마스에 하위 지구로 떠난 레오가 시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9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레오의 장례식에서 루미는 오열을 하고, 더는 자신의 빛을 죽은 삼촌의 존재를 찾는 데 쓰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안정적 사회의 모순

루미가 한창 범인을 쫓고 있는 중에도 실은 독자들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범인의 존재는 이미 초반부터 드러나 있다. 프라임 스쿨의 모범생이자, 아버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온화하고 겸손한 소년 다윈 영은 태어나서부터 해마다 제이 아저씨의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레 루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다윈은 루미에 대한 관심을 제이 삼촌 사건을 같이 해결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한편으로는 동급생 레오와 우정을 나눈다. 레오는 법학 수업시간마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교수와 대립각을 세우는 프라임스쿨의 아웃사이더이다.

“그 이상적인 울타리의 기준은 늘 1지구가 정해야 하는 겁니까?”
(…)
“질문이 있는 것 같은데, 레오 마샬?”
(…)
“교수님은 지금껏 상위 지구를 벗어나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으십니까?”
교수의 얼굴에 언짢은 주름이 짧게 접혔다가 펴졌다.
“내가 상위 지구를 벗어난 적이 있는지 없는지와 그 질문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한 번이라도 하위 지구의 삶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다면 이상적인 울타리가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말씀을 하지는 못하실 테니까요. 교수님은 법 제정을 모두의 집에 공평하게 울타리를 쳐 주는 일에 비유하셨지만 현실에서 누구의 집에 어느 정도의 범위와 높이로 울타리를 칠지는 1지구의 식견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다른 지구의 삶은 전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이 외딴 프라임스쿨에 앉은 눈먼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요. 그렇다면 거기에 ‘이상적인’이라는 문구를 붙여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
“진짜 재앙은 그 설계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12월에 다시 울타리를 부수는 일이겠죠.”(164~165쪽)

작가는 프라임스쿨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법학 수업을 통해 법의 형평성과 사회 구조의 모순을 보여준다. 또 제이의 죽음과 레오의 죽음에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살인의 문제와 법의 효용이 맞물려 있다.

“그런데 루미 네 추측이 전부 맞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참 비극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어렸을 땐 지금과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랐단다. 중위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12월의 폭동 가담자들을 찾아내느라 늘 긴장 상태였지. 가끔 뉴스엔 경찰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어느 중위 지구 가정을 급습해서 폭동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남자를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오곤 했단다. 다른 죄와 달리 한번 국가 반역자로 몰리면 구제할 방법이 없었지. 상위 지구는 그 분위기에서 자유로웠지만, 어쩌면 그게 누군가에겐 더 큰 공포를 주었을 수도 있지.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제이가 자신의 정체를 찾아 척결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두려웠겠니?” (703쪽)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미싱 링크

범죄추리소설이자 법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러나 주요하게는 인물들 간의 오해와 자기 고백을 통해 인간은 어느 누구도 결코 온전하게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니스와 러너, 버즈, 조이가 독백으로 들려주는 자신의 십 대 시절은 현재 이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이들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제이 역시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니스가 보기에 제이는 가혹할 정도로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재판관이자, 모든 인간관계에서 순결무구한 사람이다. 프라임스쿨에 입학하고도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일반 학교를 택할 정도로 위대한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동생 조이가 기억하는 형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자신과 어머니를 괴롭힌 못된 인간일 뿐이다. 버즈는 제이가 프라임스쿨에 가지 않은 게 아니라 아버지 해리 헌터가 종용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한 아버지가 실은 제이에게 큰 상처였다는 것도.

제이는 태양이었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친구와 동료들의 중심에 서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제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제이는 1지구의 적통 ‘도련님’이면서도 늘 모험을 꿈꿨다. 프라임스쿨 입학시험에 합격했으면서도 “너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아.”라며 그 명예를 간단히 비웃어 버렸을 때는 친구지만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
인생이 선사하는 모든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내 친구 제이 헌터. 단 한 번이라도, 한순간이라도 제이는 고통이란 걸 겪은 적이 있을까.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까. 아버지가 저지른 죄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더럽혀지는 기분을 맛본 적이 있을까. 뿌리 없는 존재가 되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럴 리가…….
제이는 순결했다. 그리고 자기가 순결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순결하기를 바랐다. (464~465쪽)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가장 놀라운 것은 다윈 영의 진화이다. 기후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처럼 어느 순간 완전히 달라진 다윈은 이후 그 쌍둥이의 존재조차 자기 안으로 흡수해 어딘가 위로 올라선 것 것처럼 거듭난다. 순수한 어린아이에서 선과 악의 괴로움을 견디고 성장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서늘하기도 하다. 너무 순수했고, 지루할 만큼 평등했고, 지나치게 자기 아버지를 사랑했던 다윈. 그런 사람은 루미 말대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영원히 아이일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다윈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타인은 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목소리로 자신과 이야기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은 과거에서 유래했지만 자연과 달리 각자 너무나 새롭고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지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다윈 영의 진화에 관한 미싱링크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실증적 보고서다. 동시에 이곳,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놀라운 상상력, 치밀한 장치, 입체적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는 박지리의 영어덜트 소설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목말라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놀라운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프로필

박지리

  • 국적 대한민국
  • 출생-사망 1985년 - 2016년
  • 학력 2009년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학사
  • 데뷔 2010년 소설 `합체`
  • 수상 2010년 제8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

2018.02.0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1985년 해남에서 태어나 상명대 역사컨텐츠학과를 졸업했다.『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맨홀』이 있다. 한창 유행에 민감할 나이지만 여전히 2G폰을 쓰고, 메일도 거의 확인하지 않으며, 사실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스스로를 작가라기보다는 백수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예측 불가능한 다음 작품들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쓰고 있다. 그 외 저서로 『양춘단 대학 탐방기』가 있다.

목차

프라임스쿨
넥타이
추도식
진정한 추모
파티 후의 쓸쓸함
오래된 것과 새 친구
아버지의 서재
사진 세 장이 가진 확률
멸종돼 가는 사람들
논쟁
불청객
반가운 손님
실버힐에서 보낸 오후
흉터
프라임 보이
제이 삼촌의 방
아카이브
초대
옛 친구
프라임스쿨 벤치에서
실망과 기대
조금 다른 점심시간
유인
아버지의 문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
해소
전진과 후퇴
미약한 빛
다른 길, 다른 목적지
갑작스러운 비
안개에 휩싸인 실버힐
패배
구토
재발
시험과 변화
뜨거운 감자
가까이 갈 수 없는 빛
대립
영광을 위하여
결정
대결
다시 돌아온 새
영광의 그늘
카세트의 행방
프라임스쿨에서의 마지막
집으로 가는 길
호두나무 거리의 성탄절
유예의 시간
자기와의 화해
새로 쌓은 탑
그날의 재구성
버즈 아저씨의 방
12월 31일
똑바로 선 인간
다윈 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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