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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정치/사회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소장종이책 정가16,900
전자책 정가30%11,830
판매가11,830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작품 소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찬란한 황금기를 뒤로한 채 저물어가는 거제 중공업,
누가 떠나고 누가 남았나?

[땐뽀걸즈]에 미처 담기지 못한‘중공업 가족’의 진짜 이야기!

‘땐뽀걸즈’의 가족은 왜 뿔뿔이 흩어졌을까?
조선소의 젊은 사무직과 엔지니어는 왜 거제를 떠나 서울로 향할까?
산업도시 거제의 ‘그다음’은 가능할까?

2016년 화제의 영화 [땐뽀걸즈]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거제도 ‘중공업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최초의 책.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선산업 전반의 문제에 대해 활발히 글을 써온 저자가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 그리고 그 근거지인 거제도와 조선소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20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하던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2015년 대우조선의 경영난을 기점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조선업이 지금의 위기를 계기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관점하에,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과 문화를 상세히 조명했다.

위기의 원인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의 역사 속에서 상세히 분석하면서도, 조선소 근무 경험을 살려 실제 현장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했다. 조선소의 상징과도 같은 ‘귀족 노조’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 가족’ 이외에도 하청업체 노동자, 사무보조직 여성, 조선소 취업을 앞둔 여고생, 조선소의 오랜 관습에 반기를 든 젊은 엔지니어, 여성 엔지니어 등 그간 주목받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두루 살핌으로써 위기의 본질을 고민한다. 위기 이후 거제도와 조선산업이 추구할 만한 방향에 대해서도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땐뽀걸즈]의 곳곳에 드리운 ‘가족의 위기’가 궁금한 독자들, 나아가 ‘땐뽀걸즈’들의 그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공업 가족’의 안과 밖: 아빠, 엄마, 딸 그리고……
영화 [땐뽀걸즈]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중공업 가족’은 바로 그 황금기의 산물이다. 물론 거제 조선업이 처음부터 전성기를 누렸던 것은 아니다. 세계를 제패하고 눈부신 활약을 만들어내기까지 조선업 내부에는 여러 부침들이 있었다. 초창기 조선소의 노동자들은 그 부침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이다.

거제는 토박이들의 도시가 아니라 이주자들의 도시이다. 옥포조선소를 비롯해 여러 조선소들이 거제에 세워지고 일감이 늘자,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거제로 몰려들어 터를 잡았다. 조선소에 노동자들이 모여들자 주택과 위락 시설들이 생겨났고, 그 후 노동자들이 결혼해 가족을 꾸리기 시작하자 이주가 다양한 문화 시설과 교육기관이 활성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중공업 가족’이다. 그러나 ‘중공업 가족’에서 ‘가족’이란 단순히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가족’이란 노동자의 진짜 가족보다 노동자 공동체와 직원 공동체를 더 강하게 지시한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지속된 노동조합의 전통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가 직원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기업문화’ 차원에서 사용한 가족이라는 이름을 통해 노동자들끼리의 ‘회사-가족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대우 가족’ 또는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라는 말로 직원들을 부르곤 했다.

‘중공업 가족’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는 것은 결국 남성이 임금노동을 전담하고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가정, 즉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다. 이 가족 혹은 공동체는 여성들의 영역을 ‘집안’, 즉 ‘중공업 가족의 재생산’에 한정지음으로써 성립되었다. 아빠의 요구에 따라 괜찮은 조선소의 사무보조직으로 취직해 그럭저럭 일하다가 아빠가 소개해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결혼 후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케어’하며 적당히 소비하며 살아가는 것이 거제도에 사는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소위 가장 ‘괜찮은’ 선택지이다. 거제도를 벗어나 외지인이 되지 않는 한, ‘땐뽀걸즈’와 같은 미혼 여성들이 취할 수 있는 진로는 많지 않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직업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서울 및 수도권과는 괴리가 큰 삶이다. 이런 남성 노동자들 중심의 가족문화는 거제도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의 원천이자 자랑거리이지만, 외부인들에게는 그저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가부장 질서’를 고집한 ‘중공업 가족’의 문화는 여성뿐 아니라 중공업의 또 다른 구성원들을 배제했다. 하청업체 노동자, 이주 노동자 같은 이방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조선업의 산업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향상하기 전, 초창기 조선소의 노동자들 역시 모두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안정적인 임금으로 가족의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뒷받침하는 가부장이 될 수 없다. 하청 노동자가 결혼을 해서 가족을 꾸리는 것 자체가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선이나 미팅 자리에서 ‘하청 노동자’의 신분이 탄로나면, 분위기는 곧바로 냉랭해진다. 미리 밝힐 경우 진즉에 거절당하기 일쑤다. 일터에서도 눈에 띄는 차별 대우를 받는다. 2000년대 조선업의 강력한 먹거리로 등장한 해양플랜트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언제나 조선소 내 ‘카스트’의 맨 밑자리를 차지한다. 조선소에 자기 자리를 갖고 있지 못한 이 하청 노동자들은 식사조차 바닥에서 해결할 때가 많고, 작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구조차 마음 편히 쓰지 못한다. 조선소 현장은 언제나 직영 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노동조합조차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를 ‘메인 이슈’로 다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 시절
2015년의 위기가 터져나오기 전만 해도, 거제도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은 명백히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랬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해 수출을 장려한 박정희 정권기,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가 완공된 이래로 거제는 용접빛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조선소들이 들어선 이후 거제는 별반 존재감 없는 도시에서 조선업(중공업)을 위시한 국내 최고의 조선업 도시로 탈바꿈했다. ‘맨 땅에 헤딩’하던 시절을 지나 한국 조선업을 세계 1위 수준으로 일궈낸 것이다. 그렇게 거제도 사람들은 소위 ‘옥포만의 기적’ ‘조선소 드림’을 이룩해냈다. 초고속 성장의 쾌거를 달성하며 1990년대 후반에는 세계 1위의 자리에 등극하고, 그 힘을 이어받아 2000년대에는 그야말로 황금기가 맞이하게 된다.

거제 조선업이 1990년대 세계시장의 패권을 획득하기 전, 조선산업의 패권국은 유럽과 일본이었다. 영국이 세계 경영을 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인프라를 토대로 강선 건조로 1950년까지 조선산업을 주도하고,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스칸디나비아 3국)가 저임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1970년대에는 일본이 ‘용접’을 통해 강판을 조립하는 방식과 크레인을 활용한 탑재 방식 등 혁신을 이뤄내면서, 조선산업의 패권이 아시아로 넘어왔다.

거제도를 필두로 한 한국 조선업이 일본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 당시 한국은 일본의 공법을 향상해 블록의 대형화와 모듈화는 물론 여러 공정들에서 자동화와 기계화를 달성했고, 옥외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던 선행 작업들을 실내 공장으로 옮겨왔다. 야드를 많이 잡아먹는 블록들을 외부 블록 공장에서 조립을 마쳐 운송해 최종 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마침 일본에서는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대학생들이 조선소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인력난으로 인해 선박 설계가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이렇듯 기술 혁신, 일본 조선업의 쇠퇴라는 결정적인 기회들을 손에 넣으면서 한국 조선업과 거제의 노동자들은 “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니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을 실직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IMF 시기에.

위기 속 뿔뿔이 흩어진 ‘중공업 가족’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도 조선소에 찾아온 위기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1990년대에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LNG 운반선 기술을 독점해 ‘고부가가치선’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빅 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인해 해운 물동량이 줄고 수주량이 급감하자 조선소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인건비’ 사이에 끼어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 대형 조선소들은 찾은 ‘해양플랜트라는 기회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으나, 이 새로운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해양플랜트는 더 큰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 책은 조선업을 휩쓴 침체와 위기를 직면하면서, 성장의 국면에서 견고하게 구축된 ‘중공업 가족’이라는 공동체 형식을 의심하고 질문할 것을 제안한다. 보장된 정년과 높은 연봉으로 대표되던 정규직 노동자들은 유연성과 저성장의 세계에서 화석 같은 존재가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성장가도를 달릴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균열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조선업과 산업도시 거제의 도약과 성장을 돌이켜보는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몇 차례에 걸친 위기 속에서 조선산업 내부에서 들끓던 모순들이 터져나오는 중이다. ‘중공업 가족’에 합류하지 못한 존재들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현장’ ‘여성 엔지니어들을 잘 기용하지 않는 업계’, 나아가 ‘여성들의 일을 가사 노동 혹은 사무직 보조의 영역에 국한하는 ‘남초’ 지역’이라는 혹독한 현실은 이른바 ‘황금기’에는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들이다. ‘조선소 드림’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특정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 모든 현실이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땐뽀걸즈]에 언뜻 언뜻 출몰하는 ‘위기에 빠진 가족’은 어쩌면 ‘조선소 드림’이 풀지 못한 중대한 숙제를 암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중공업 가족에게서 우리는 거제 조선업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된다. 부재하는 엄마, 불안정 노동과 자영업으로 내몰린 아빠, 진로를 고민할 시기에 직접 생계 전선에 나선 딸…… 이 모든 광경이 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또 다른 이방인: 서울로 향하는 엔지니어들
다른 한편, ‘중공업 가족’에 편입되기를 스스로 거부한 이들도 있다. 한국 조선업의 주춧돌을 세운 ‘작업장 엔지니어’의 방식에 반기를 든 ‘랩실 엔지니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중공업 가족’과 ‘사내 공동체’의 보수적인 문화에 반감을 표하며 대도시에서의 자유분방한 네트워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회사를 가장 먼저 떠난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조선소의 설계 엔지니어를 세대별로 추적하며 현장 중심의 기풍을 중시한 1960~1970년대의 공고 출신 ‘작업장 엔지니어’와 최첨단의 공학 지식으로 무장한 공대 출신의 젊은 ‘랩실 엔지니어’의 갈등을 들여다본다. ‘작업장 엔지니어’는 대략 1960년대 후반에 조선소에 입사해 현장 노동자들과 몸으로 부딫히며 설계를 익힌 맥가이버 세대라면, 뉴페이스인 ‘랩실 엔지니어’는 학교 랩실에서 수많은 공학 실험들을 경험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면을 그리는 빌 게이츠 세대에 해당한다. 회사 내 직급으로 따지면 선후배 혹은 사수-부사수 관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너무도 다른 관점으로 설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해양플랜트 작업이 조선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랩실 엔지니어들이 자재 구매 요청부터 도면 그리기까지 모든 것을 자리에 앉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데 비해, 선배인 작업장 엔지니어들은 모든 피드백을 ‘오프라인’의 면 대 면으로, 즉 ‘페이퍼워크’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배만 제대로 설계하면 열 척이 넘는 배들도 순탄하게 제작할 수 있는 선박 건조와 달리 해양플랜트는 플랜트가 놓이게 될 바다의 상황에 맞는 딱 한 기만을 제작해야 한다. 말하자면 모든 해양플랜트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북해에 놓이는 원유 시추 설비와 멕시코만에 놓이는 원유 정제 설비 간에는 해양플랜트라는 이름 말고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다. 이처럼 대량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 탓에 해양플랜트에서는 작업 과정의 모든 시행착오가 순수하게 비용이 된다. 랩실 엔지니어들은 맨 땅에 헤딩하는 방법으로 해양플랜트 설계를 익히면서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칠 때 획득한 ‘공학 지식’을 하나의 ‘히스토리’로 구축하고 싶어 했지만, 실제 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대표하는 현장 중심의 문화, 즉 ‘오프라인’과 ‘페이퍼워크’로 주도되는 작업장 엔지니어들의 문화가 끝내 이 새로운 방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한 젊은 랩실 엔지니어들이 ‘중공업 가족’이 되기를 거부하고 서울로 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이들은 거제도에 평생 주저앉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주말마다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이 서울로 향한 이유는 다양한 배움과 네트워크 때문이다. 초창기의 작업장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의 체험과 ‘쟁이 근성’을 성장과 배움의 양식으로 삼았지만, 지금의 랩실 엔지니어들은 전혀 다른 자양분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첨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외부 세미나나 밋업, 온라인 커뮤니티, 벤처 프로젝트 같은 훨씬 더 캐주얼하고 열린 활동들을 지향한다. 이처럼 다양한 원천들을 통해 최신 지식을 획득하고 설계 능력을 보강하면서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들은 핵심 인력이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으로 대표되는 조선 3사 모두가 젊고 똑똑한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나서 서울 및 수도권에 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설계 엔지니어들을 서울로 대거 발령했을 정도다.

거제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거제의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2015~2017년을 들쑤신 위기가 잦아든 지금, 조선업은 그간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얼마나 풀어냈을까? 절박한 위기는 넘겼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는 게 이 책의 진단이다. 7년만에 ‘선박 수주 1위’ 타이틀을 중국으로부터 탈환하고, 거제의 양대 조선소(대우조선, 삼성중공업)가 2017~2018년에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들이 있었지만, 시장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늘어난 선박 수주로 일감을 확보한다고 해도 그 선박들이 예전처럼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매출 관점에서 보더라도 매년 10조 원 이상의 선박을 수주하고 건조하는 일은 거대 호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위기가 곧 기회’이던 시절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적어도 위기를 ‘계기’ 삼아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가 고안해낸 ‘기민한 생산 방식’, 즉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작은 부품들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들어 외주로 생산하고 최종 완성 공정을 단순화해 비숙련 노동자들도 작업할 수 있게 만든 방식 등을 참조해볼 만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통해 생산성과 수익률의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물론 용접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품질과 생산성 차이를 내는 조선산업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하청 노동자들로 하여금 어떠한 비전을 갖고 작업에 임하게 할 것인지를 숙고하지 않는 한, 산업을 잘 지탱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중공업 내부의 다양한 인력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고려해야만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업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거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하려면,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다른 삶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실직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난 아빠를 보면서 댄스 스포츠 경연을 학창 시절 마지막 추억으로 간직하려 한 ‘땐뽀걸즈’가 조선소의 사무보조직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도시 혹은 좀 더 높은 연봉과 수도권 삶을 찾아 떠났던 젊은 엔지니어들과 사무직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도시 말이다.



저자 소개

저 :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기초 사회통계학과 데이터분석을 가르친다. 정치학과 문화연구·인류학을 공부했다. 문과 출신으로 어쩌다 취업하게 된 조선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정책과 산업도시 그리고 엔지니어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한다. 회사 일을 할 때는 일을 공부처럼 해서 뜸 들였고, 대학에 와서는 공부를 일처럼 하려 해 깊이를 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년째 매주 우등버스와 KTX를 타고 서울과 경남을 오가다 보니, 어디 사람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진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을 본다.
기본적으로 몸을 바꾸는 사람이며, 스스로를 유연하게 바꿔내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믿는다. 삼삼오오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수다 속에서 공부할 거리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넓게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 좁게는 조선소 실무자 엔지니어의 고민에서 출발해 이를 해석하고 정책 관점에서 풀어내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데이터를 뒤져보면서.

목차

프롤로그 조선소로 가는 길

1부 조선소, 가족을 만들어내다
1. 옥포만의 기적
2. ‘중공업 가족’의 탄생

2부 오래된 습관, 복잡해진 세계
1. 중공업 엔지니어의 배움과 성장
2. ‘하면 된다’ 시절의 딜레마

3부 떠나는 사람들
1. 옥포만의 눈물
2. 갈림길에서

에필로그 산업도시 거제의 ‘그다음’을 그리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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