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1774)은 서한체 소설로,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5세 때 쓴 작품이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라고 괴테가 말했듯, 이 소설은 그의 체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우선 자신이 샤로테 부프라는 약혼자가 있던 여성을 사랑한 경험과 그의 친구가 유부녀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끝내 권총 자살을 한 사연이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로 녹아들어 있다.
독일의 신예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르게 한 작품으로, 당시 새로운 장르였던 소설을 유럽인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 면에서도 호소력이 있어, 주인공 베르테르를 모방하여 자살하는 것이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를 만큼 당시 이 소설은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작품은 품격 있는 대중문학의 좋은 사례가 어떤 것인지 잘 담아내고 있으며, 훗날 독일의 고전주의자로서 거장이 될 괴테의 잠재력을 드러낸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 자체로도 ‘슈투름운트드랑(질풍노도)’의 대표작으로 남아, 괴테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작품에서 괴테는 서간체 형식을 도입하여 베르테르의 내면을 세밀하게 풀어 보여준다. 마음에는 로테라는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향한 정열로 가득하지만 도덕과 관습으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베르테르는 고뇌한다. 그는 당시 보수적 관습에서는 허용하지 않을 고민에 사로잡혀 그것을 격렬하게 고민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세상의 가치와 타협하여 평범한 삶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르테르는 달랐다. 그는 세상과 화해하는 대신 열정의 화신이 되기를 선택하고 자살한다.
이것은 지금 독자들이 본다면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정말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때로는 계산적이어서 이러한 설정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인기를 얻었던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 유럽엔 봉건적 관습과 종교적 가치를 대신할 ‘인간의 감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가 천천히 꿈틀대고 있었다. 언뜻 보면 베르테르는 도덕보다 사랑을 중시하며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데 이것이야말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당시 젊은이들의 바람과 맞닿아 있었다.
즉 소설에서는 자신만의 사랑, 자신에게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인적인 사랑을 쟁취하고자 할 때 벌어질 가장 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그것은 당시로써는 지극히 현대적인 생각이었다. 인간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순간을 사랑을 향한 맹목적인 헌신에서 찾은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중문화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흐름이 흔히 보인다. 여전히 연애편지를 쓰며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요를 들으며 내 얘기라는 생각에 가슴 설레기도 했을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러한 경험 중 가장 고급스러운 표현이 많이 담긴 사례일 것이다. 단순히 고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고민할 법한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유사한 경험을 했던 때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의 편지글 중 몇몇 문구를 훔쳐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