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대화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보자면 이렇다. 대화의 당사자들은 먼저 각자의 주장과 근거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들을 명확히 한 다음,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를 찾는 등의 노력을 한다. 그런 후에도 좁혀지지 않는 차이에 대해서는 협상이나 투표 등의 방식으로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이건 그냥 이상이다. 논쟁은 각자가 가진 주장만 반복하다가 분노나 실망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지하는 정파가 다른 사람과의 정치적 논쟁은 그럴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민주주의가 다양한 관점을 모아 숙의의 과정을 통해 공적인 의사결정을 적절하게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이 책은 합리적인 정치적 대화의 이상적 모습이 실현되기 어려운 원인들을 포괄적으로 짚어 보려고 한다. 그러한 원인들을 이해하려는 동기 중 하나는 우리가 참여하는 정치적 대화가 고대 그리스의 아카데미를 거니는 철인들이 나누는 대화보다는 분노한 소음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을 납득하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원인에 대해 잘 이해할수록 우리의 대화 방식이 더 나아질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아울러 직관, 논리, 이념, 지식, 권력 등 관련된 개념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일은 공적인 논의 뿐 아니라 일상적인 소통과 판단에 대한 시사점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식 공유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지식 경영 컨설팅과 지식관리시스템 기획 분야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질문들에 머리를 부딪히는 팔자를 갖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철학, 정치, 역사에 관심이 많고 글을 쓰는 일에 진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