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중학교 시절부터 첼로를 배운 소년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다른 학교에 초청받아 연주할 정도였다. 하지만 소년은 첼로의 활을 계속 들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공장지대의 자취방을 전전하며 용접봉을 들어야 했다. 긴박한 현실 앞에서 취미는 그에게 사치였다.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난 노회찬은 어린 시절 4.19혁명과 5.16 쿠데타, 월남 파병 등 대한민국의 굵직한 현대사를 겪었다. 그가 한국 사회와 진지하게 조우한 첫 번째 계기는 유신독재였다. 경기고 시절 유신반대 유인물을 제작해 경찰에 ‘요주의 인물’로 찍히기도 했다. 두 번째 계기는 고려대 시절 겪은 ‘광주민중항쟁’이었다. 광주의 참극은 그를 노동운동으로 이끌었다. 용접공이 되어 인민노련에서 활동하던 그는 1987년 ‘민주화’ 국면을 맞아 새로운 사회에 맞는 실천을 고민했고, 지하운동을 넘어선 합법적 정치세력화를 꿈꾸며 진보정당운동의 한길을 걷게 되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해 ‘토론의 달인’으로 큰 활약을 했다. 2008년 패권 논쟁 끝에 민주노동당을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하여 활동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으로 합당, 19대 총선에서 노원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삼성X파일 사건과 관련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10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재 정의당에 몸담고 있다. 노회찬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쳐 진보정당운동으로까지 나아간 첫 세대다. 그의 삶은 대한민국 진보정당운동사의 축약이다. 지금 ‘진보의 재구성’을 논할 자격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바로 그, 노회찬이다.
구영식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월간 <사회평론 길>, 월간 <말> 기자를 거쳐 2001년부터 현재까지 <오마이뉴스> 기자로 현재 정치팀장을 맡고 있다.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 의혹과 ‘육사 출신 현역 대위의 MB 모욕죄 기소’ 특종 보도, ‘2012년 대선후보 사실검증’ 기획으로 각각 한국인터넷기자상(2007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012년),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2013년)를 수상했다. 공저로 『표창원, 보수의 품격』,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한국 보수와 대화하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