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여행을 다녔다. 폴더폰을 ‘탁’ 하고 닫으면 통화가 ‘툭’ 하고 끊기던 무렵부터 지금까지. 고등학교 땐 여행하는 고등학생으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동네에서만큼은 소소하게 이름을 날린 적도 있었다. 덕분에 얘 연예인병 걸린 거 아니냐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그때가 시작이었다. 여타 고등학생과는 다른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 게. 학업에 뜻을 두지 않고 여행과,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삶의 질과 행복을 찾으려고 한 게. 수능은 봤지만 대학 원서는 넣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수능 전까지는 모두 개근, 하지만 고3 신분의 마지막 30일간 인도 여행을 떠남으로써 10대를 마무리했다. 살아가기에 한국은, 대학은 지극히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해서 나는 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입기 위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