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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도디드
한국소설
<책소개> 종로 행랑 뒷골 어느 선술집이다. 바깥이 컴컴 어둡고 찬 바람끝이 귀때기를 꼬집어떼는 듯이 추운 대신 술청 안은 불이 환하게 밝고 아늑한 게 뜨스하다. 드나드는 문 앞에서 보면 바로 왼편에 남대문만한 솥을 둘이나 건 아궁이가 있고 그 다음으로 술아범...
소장 500원
<책소개> 아침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출옥한 P는 같이 모여 점심을 먹던 동지들을 작별하고 M과 같이 종로 네거리로 나섰다. 벌써 세 번째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P에게는 처음 때와 달라 별로 이 ‘출옥한 때의 특이한 감상’같은 것은 첨예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
<책소개> 천정에 바투 매어달린 전등은 방 주인 병조와 한가지로 잠잠히 방안을 밝히고 있다. 대청마루에 걸린 낡은 괘종이 뚝떡 뚝떡 하며 달아나는 시간을 한 초씩 한 초씩 놓치지 않고 세었다. 큰방에서는 돌아올 시간이 아직도 먼 아들을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영...
소장 1,500원
<책소개> 와이샤쓰 소매도 뒤집어서 단추를 끼웠다. 가뜩이나 궁한 그에게 검정 세루 양복이 칼라 와이샤쓰를 짜증이 나도록 땟국을 묻혀 주었다. 어젯밤에 요 밑에 깔고 잔 양복바지는 입고 앉아 조반을 먹느라면 구겨질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나 주인 노파가 밥상을 가지고 ...
소장 900원
<책소개> 웅성거리는 소리에 엷이 든 늦잠이 깬 K는 머리맡 재털이에서 담배토막을 집어 피웠다. 틉틉한 입안에 비로소 입맛이 든다. 창에는 맑은 햇빛이 가득 쪼인다. 파르스름한 연기가 천정으로 기어 올라 간다. K의 머리속에는 어젯밤 살롱 아리랑의 광경이 술취...
5.0점1명참여
<책소개> 조선에서 쌀이 많이 나기로 인천과 겨루는 K항구에 자본금 십이만 원의 주식회사로 된 S자동차부가 생기었다. 생기면서 맨처음으로 끔찍한 일을 시작하였으니 K정거장을 출발점으로 한 시내 이십 전 균일 택시의 경영이다. 영업 성적은 백이십% 만점. 그뿐 ...
<책소개> 병문이가 나를 찾아 서울로 온 것이 바로 지난 오월 그믐이다. 눈과 신경과 그리고 사지가 노그라지게 지친 몸으로 회사 ― 인쇄소의 옆문을 무심코 열어 동무들의 틈에 끼여 나오느라니까 “학순이!” 하고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전라도 악센트로 나...
<책소개> 동산 마루에서 시뻘건 해가 두렷이 솟아오른다. 들 위로 얕게 덮인 아침 안개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누른 볏목들이 일제히 읍을 한다. 약오른 풀 끝에 맺은 잔이슬들이 분주히 반짝거린다. 꼴을 먹는 소 목에서는 끊이지 않고 요령이 흔들린다. 쇠고삐를 잡고...
<책소개> 남방의 농촌에는 이런 풍경도 있다. 용희 는 그늘 짙은 (容姬) 뒷마루에 바느질을 차리고 앉아 자지러지게 골몰해서 있다. 샛노란 북포로 아버지의 적삼을 커다랗게 짓고 있는 것이다. 날베가 되어서 여기 말로 하면, 빛은 꾀꼬리같이 고와도 동리가 시끄럽...
소장 1,000원
<책소개> 덕쇠는 어머니가 두드리다시피 해서 깨우는 바람에 겨우 일어나 앉아 쥐어뜯듯이 눈을 비빈다. “조깨(조금) 더 잡시다…… 아즉 초저녁일 틴디 멀 그러넌그라우!” 그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이렇게 두덜거린다. 마당에 편 밀짚방석에서 저녁 숟갈을 놓던 길로...
<책소개> 유모는 몸뚱이며 얼굴이 물크러질 듯 벌겋게 익어가지고 욕실(浴室) 밖으로 나왔다. 오정때가 갓 겨운 참이라 욕실 안에서는 두엇이나가 철썩거리면서 목간을 하고 있고, 옆 남탕에서는 관음 세는 소리가 외지게 넘어와서 저으기 한가롭다. 제 자리에 앉아 꾸...
<책소개> 다 죽어가는 기꾸에를 이곳 S의 병원으로 떠싣고 온 것이 우연한 일 같기도 하나 실상 그렇지도 않다. 밤 한시가 지나 홀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서다. 기꾸에가 독약을 먹고 죽어 간다는 기별을 듣고 달려온 그의 동무며 홀의 지배인은, 병원을 생각할 때에 그들은...
<책소개> 오래비 경호는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보이지 않는다. 경순은 바람이 치일세라 겹겹이 뭉뚱그린 어린것을 벅차게 앞으로 안고 허덕지덕, 느슨해진 소복치마 뒷자락을 치렁거리면서, 고개 마루턱까지 겨우 올라선다. 산이라기보다도 나차막한 구릉(丘陵)이요, 경...
4.0점1명참여
<책소개> 맹순사가 동양의 대현이라는 맹자님과 어떤 혈통의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또 우리 나라 명재상 맹고불이 맹정승과는 제 몇대손이나 되는지, 혹은 아무것도 안되는지, 그런 것은 상고하여 보지 못하였다. “칼자루 십 년에, 집안 여편네 유똥치마 하나 못해 준 주변...
<책소개> 오늘도 해도 아니 뜨고 비도 아니 온다. 날은 바람 한점 없이 숨이 탁탁 막히게 무덥다. 멀리 건너다보이는 마포(麻浦) 앞 한강도 물이 파랗게 잠겨 있는 채 흐르지 아니한다. 강 언저리로 동리 뒤 벌판으로 우거진 숲의 나무들도 풀이 죽어 조용하다. ...
<책소개> 이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나고 그를 따라 자기의 안해가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은 이미 훨씬 깊었고 창 밖에서는 거친 바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때는 아직 삼월 초생이라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바람끝이 몹시 싸늘하였다. 방 안은 등불을 ...
소장 3,000원
<책소개> 사 년 전. 웬만큼 깊어가는 가을 어느날이었었다. 아침부터 구죽죽하게 내리는 비는 가을날의 싸늘한 기운을 한층 더 도와 추레하고 음산한 기분이 사람사람의 마음을 무단히 심란하고 궁금하게 하였다. 백 년을 살아도 철을 모르는 말초신경 시인들은 구슬픈 리듬을,...
<책소개> 농투성이 의 (農民) 딸자식이 별수가 있나! 얼굴이 반반한 게 불행이지. 올해는 윤달이 들어 철이 이르다면서 동지가 내일 모렌데, 대설 추위를 하느라고 며칠 드윽 춥더니, 날은 도로 풀려 푸근한 게 해동하는 봄 삼월 같다. 일기가 맑지가 못하고 연일 끄무레...
<책소개> 이름은 부룩쇠. 부룩송아지 같대서 부룩쇠라고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아닌게아니라 조금 미련하고 고집은 대단하고 기운은 무척 세어서…… 그리고 또 노란 머리가 곱슬곱슬한 것이라든지 넓죽한 얼굴이 끝이 빨고 두 눈방울은 두리두리 코는 벌씸한 게 뒤로 젖혀진 것...
<책소개> 밤 열한점 막차가 달려들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정거장은 안팎으로 불만 환히 켜졌지 쓸쓸하다. 정거장이라야 하기는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밤이니까 아니보이지만 낮에 보면 논 있는 들판에서 기차길이 두 가랑이로 찢어졌다가 다시 오므려진 그 샅을 도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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