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라울 프레비시
라울 프레비시(Raúl Prebisch, 1901∼1986)는 아르헨티나 출신 경제학자로 라틴아메리카 종속이론의 기초를 다진 경제사상가이자 경제학자다. 특히 무역 악화의 원인을 규명한 ‘징거-프레비시 명제’는 구조주의적 경제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프레비시는 아르헨티나의 투쿠만(Tucumán)에서 독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고,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이후에는 모교의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젊은 시절 그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논문도 발표했으나 1930년 경제 대공황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자로 탈바꿈한다. 그가 지녔던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은 1860년부터 1920년 사이 영국에 대한 소고기와 밀의 대규모 수출을 통한 아르헨티나의 경제 발전이라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30년의 경제 대공황과, 소고기와 밀 시장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증가에 따라 아르헨티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그의 믿음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경제 대공황을 경험한 아르헨티나의 20세기 초반 상황을 배경으로 라울 프레비시는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가 이전에 국제무역에서 주장한 ‘비교우위론’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1940년에 라틴아메리카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경제사상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연구 방법론으로 경제 이론들과 실질적인 무역 관계를 분리했으며 동시에 무역 기구들과 무역 협정에서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 그가 학문적 분석 틀에 의해 세계경제를 두 개 그룹, 즉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구성된 ‘중심’ 그룹과 1차 생산자들로 구성된 ‘주변’ 그룹으로 분류한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경제 대공황 당시에 농산물과 같은 1차 상품의 가격이 제조업 상품의 가격보다 더 많이 하락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차이점을 유발하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의 메커니즘은 그의 이후 활동 범주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차츰 밝혀졌다.
1948년 유엔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에서의 경험과, 무역과 경제 발전의 메커니즘 분석에 집중한 수많은 연구 활동들은 프레비시에게 무역 악화 원인들과 지역의 차이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찾게 만든 소중한 기회들이었다. 이러한 차이의 메커니즘은 현존하는 세계무역 시스템에서 ‘주변부’ 지역 생산자는 1차 상품을 ‘중심부’ 지역으로 수출하고, ‘중심부’ 지역 생산자들은 제조업 상품을 ‘주변부’ 지역으로 수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레비시에 의하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중심부’ 지역은 그들이 창출한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발전된 노조와 상업 기관을 통해서 그들의 임금과 이익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반면에, ‘주변부’ 지역에서는 기업과 근로자가 취약하고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을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프레비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무역 거래 규칙의 부조화, 즉 주변부 지역 국가들은 중심부 지역에서 수출하는 산업 수출품들과 동등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1차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모든 기술과 국제무역 거래의 이익은 중심부 국가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은 1960년대 들어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의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주변부 지역의 경제성장은 이런 시스템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종속이론으로 연결되었다. 특히 그는 세계적 빈곤의 책임이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해 왔다. 프레비시의 영향으로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는 유엔 내에서 제3세계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라틴아메리카 구조주의 학파를 낳는 디딤돌이 되었다.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에서 프레비시는 수입대체산업화 모델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화 모델이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실질적으로 수입대체산업화 모델이 라틴아메리카 경제 발전 모델로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프레비시는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를 떠나야 했다.
1964년부터 1969년까지 프레비시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자신의 명성으로 사무총장에 선출된 프레비시는 유엔무역개발협의회를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그의 개발을 향한 인식의 토대는 더욱 무역 집중적이었고, 선진국과 주변국 사이의 무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통합을 통한 공동시장 형성을 선호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은 외부의 지원을 통해서가 아닌 내부 개혁을 통해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자 - 하상섭
하상섭은 영국 버밍엄대학(The Univ. of Birmingham)에서 국제정치학(International Politics)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리버풀대학(the Univ. of Liverpool)에서 중남미 지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한·중남미녹색융합센터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활동 분야는 국제정치, 중남미 정치경제, 중남미 정치사회, 중남미 환경 분야다. 저서로는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지평≫(공저), ≪국제정치의 신패러다임: 존재론·인식론·방법론적 고찰≫(공저), ≪국제정치의 이해≫(공저), ≪국제정치와 지역통합≫(공저), ≪정치@영화: 영화 속에서 본 정치≫(공저), ≪중남미 비즈니스 문화코드≫(공저), ≪페론이즘의 변천과 아르헨티나 경제 모델의 평가와 전망≫, ≪중남미 원전산업진출 방안 연구≫, ≪한·중미 녹색산업협력 확대 방안≫, ≪멕시코 진출 기업 노무관리 안내서≫, ≪과테말라 진출 기업 노무관리 안내서≫, ≪온두라스 진출 기업 노무관리 안내서≫, ≪엘살바도르 진출 기업 노무관리 안내서≫가 있고, 역서로는 ≪현대 카리브의 삶과 문화≫, ≪중앙아메리카: 분열된 국가≫,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녹색환경의 현재와 미래≫(공역)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라틴아메리카 지역학 관련 국제정치학 및 정치사회학(사회운동)과 환경정치학 분야에서 다수의 학술 논문이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동적인 발전 정책에 대해>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