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사실록

<맹자사실록> 맹자 엄마는 왜 그랬을까?

얼마 전 서울 시내 지역별로 어떤 업종이 가장 많은지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종로는 서점, 명동은 옷가게, 마포는 호프집이었죠. 그렇다면 강남은? 단연 학원이었죠.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열 덕분에, 강남 집값은 떨어질 줄 모릅니다. 전부 맹자 엄마 저리 가라입니다.

또한 맹자의 어머니는 어째서 바로 학교의 옆을 골라서 이사를 가지 않고, 또다시 시장 옆으로 거처를 정했겠는가? (…) 독자들은 마땅히 이 부분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서,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맹자사실록≫의 이야기입니다. 맹자는 사실 그동안 학계나 일반인들 모두에게 ‘무시’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홀하게 다뤄져왔습니다. 다혈질에 달변이었던 맹자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화를 냈을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의, 성선, 민본, 왕도와 패도’ 모두 맹자가 만든 거죠. 한유는 “성인(聖人)을 배우려면 의당 ≪맹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자의 도는 맹자가 아니면 많은 부분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공자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도를 지켜낸 맹자가 더욱 대단합니다.

≪맹자사실록≫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그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조망한 첫 책이죠. 최술이 평생에 걸쳐 고증한 ≪고신록≫ 중 맹자에 관한 부분입니다. ≪고신록(考信綠)≫은 ‘고증을 거쳐 믿을 수 있는 것만 실었다’는 뜻입니다. 모두 36권 분량입니다. 청대 고증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고신록≫을 통해 공자의 생애를 짚은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변증해 이 둘이 쌍벽을 이룹니다. 기존 ≪맹자≫에 대한 주석과 고증 방법과는 다른 과학적이고 새로운 시도로, 맹자의 삶의 궤적을 모두 담았습니다. 옮긴이 박준원은 ≪수사고신록≫을 공역한 분입니다. 2003년부터 최술의 고증학에 대해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맹자의 진짜 삶을 만나 보시죠. 맹자가 아니었다면, ‘도(道)’도 공자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지은이인 최술은 평생에 걸쳐 요순시대부터 공자, 맹자에 이르기까지를 연구하고 그 결과물인 ≪고신록≫을 남겼다. 그러나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최술의 연구와 주장들이 담긴 ≪고신록≫은 그의 사후 100년 가까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으면서 학술적 가치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1932년 중국의 ≪사학연보≫에 이 글이 번역, 소개되면서 중국 학계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고신록≫은 당시에 유행하던 이른바 ‘신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저술로 량치차오(梁啓超)·후스(胡適)·첸쉬안퉁(錢玄同)·구제강(顧?剛) 등의 극찬을 받았다.
그중 그의 최고의 역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이 바로 맹자의 여러 행적들을 고증학적 방법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는 이 책 ≪맹자사실록≫이다. 이 책에서 최술은 맹자에 대해 잘못 전해지고 있는 기록들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허황된 기록이 아닌 경전을 위주로 해서 밝혀내 맹자를 재조명했다. “맹자가 어릴 때에 자신이 여러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절대로 몰랐다고 한다면, 맹자가 어른이 되어서 어떻게 스스로 전국시대의 종횡가(縱橫家) 무리와 다를 수 있었겠는가! 또한 맹자의 어머니는 이미 묘지 옆이 살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째서 바로 학교의 옆을 골라서 이사를 가지 않고, 또다시 시장 옆으로 거처를 정했겠는가?”라고 말하며 맹자의 비범함을 부각시키고 ≪열녀전(列女傳)≫에 나오는 ‘맹모삼천지교’의 이야기를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맹자가 양 혜왕을 만나“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또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의심부터 하려 한다고 말하며 맹자에 관한 오해를 풀어 주기도 한다.
≪맹자사실록≫에서 지은이인 최술은 저술 동기를 밝히면서, 공자에게 유학의 도를 이어받아 후세에 전해 준 맹자의 공로가 매우 크다며 맹자를 칭송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의 서술 전반에 걸쳐 최술이 맹자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이 드러나고 있어, 맹자의 삶을 고증하는 데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사실을 철저히 밝히려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맹자의 생애를 시기별로 나누어 고증하고 ≪맹자≫의 본문을 해체하고 새롭게 분류, 배치하는 등 기존의 고증 방법과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방법론을 보여 주기도 한다. 최술의 학문의 정수이자, 청대 고증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